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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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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핵 & PATEKO - OHAYO MY NIGHT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9월 어느 날이었을까? 아침 출근길에 음원 사이트 랜덤 재생으로 흘러나온 노래 하나가 나를 집중하게 했다. 운전하다 흘끗 쳐다본 센터페시아 화면에 표시된 가수와 제목 모두 낯설었다. 알아듣지 못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지만, 중간 중간 들리는 가사들이 인상깊어 다시 들어봐야만 할 것 같았다. 다시 재생했다. 가사에 집중했다. OHAYO MY NIGHT (안녕 나의 밤?) 처음보다 들리는 가사가 많았다. 흘러가는 멜로디는 가사와 너무 잘어울렸다. 가사가 예쁘고, 시적이었다고 하는게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그런데 듣다보면,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자꾸 울컥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울컥했다. #211028 밤 12시가 넘었으니, 10월 28일이다. 다음 날 수업 ..
주 4일제가 되려거든 수요일을 휴일로! #20211021 화요일, 긴급하게 수요일 단축수업이 결정되었다. 여건상 정상적인 급식은 이루어질 수 없고, 빵으로 대체 급식을 지원하는 방법을 비롯해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우리 학교는 학생들을 조기 귀가시키고, 학사일정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물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너네, 2회 고사 마지막 날 급식 생기고, 정상수업할 예정이야! 진정한 조삼모사인 것을...) 수요일 오전 수업이 끝나고, 순식간에 학생들이 학교를 빠져나가니 교실이 휑해졌다. 갑자기 오후 수업이 사라지니, 선생님들도 그동안 미뤄두었던 개인적인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와이프네 학교도 우리 학교와 같은 결정이 내려져, 이번 기회에 함께 조퇴하여 두 아이의 독감 백신 접종을 하기로 ..
고3 담임의 9월은 무사하셨습니까? #201004 드디어 9월이 지났다. 지난달 포스팅한 글이 없다. 잡담 같은 일기글도, 분노에 차서 무지성으로 휘갈기고 차마 공개할 수 없었던 비공개 글마저도 없다. 그냥 블로그에 글을 쓸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그대로 9월이 지나버렸다. 지금은 10월이다. 그리고 1회 고사(중간고사) 전 맞이한 모처럼의 휴일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작년보다 블로그 포스팅의 절대량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올해는 글을 쓸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생각할 시간도 부족했다. 아침, 저녁으로 1시간씩 출퇴근, 주당 이틀 아이들 유치원 등원, 주당 18시간의 수업, 3개 학년 4개 과목 지도로 인한 준비와 평가, 담임과 학교 고유 업무 등등등. 어찌어찌 펑크내지 않고 버티긴 했는데, 그러다 보니 블로그가 중요도..
#슬기로운 교사생활 #20210723 1.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시작되었다. 바쁜 1학기가 어느 정도 정리된 뒤, 하나씩 챙겨보고 있다. 제목이 슬기로운 병원생활이 아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점도 좋다. 각본에 의해 쓰여진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 병원에서의 의사들의 치열한 하루하루를 100% 공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 공간 속 의사들의 희로애락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다.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고,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는 병원 속 에피소드들을 통해 현재 내 모습, 내 과거, 내 주위 환경에서의 일들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특별한 우리들의 평범한 매일" 드라마를 볼 때마다, 슬기로운 교사생활도 만들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한다. 그 역시 대단한 사건과 스토리를 가진 무거운 ..
평가에 대한 단상 #210706 1. 개인적으로 수능형 킬러 문항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화학적 개념을 살짝 가미한 수수께끼라 생각한다. 물론, 내가 풀이에 능숙하지 않아서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풀이 방법과 결과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문제를 풀고, 해설하는 과정에서 조차 출제 의도와 화학적 의미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고, 그런 문제를 짧은 시간 동안 풀어내는 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어떤 화학적 역량을 길러주는지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다. 순수하게 화학적인 개념만으로 이루어진 문제를 출제할 수 없다는 현실도 알고 있다. 또한 나와 달리, 와이프는 이런 수수께끼와 같은 유형의 문제를 좋아한다. 스도쿠를 푸는듯한 재미가 있다고 한다. 나..
천둥 번개가 치던 날 #20210528 1. 날씨가 오락가락했다. 아침 출근 길에는 비가 억수로 퍼붓더니 퇴근길엔 비가 완전히 그쳐 우산을 사무실에 깜빡하고 놓고 갈 뻔 했다. 수업 중에는 연신 번개 번쩍, 천둥이 우루루쾅쾅했다. 창밖이 번개로 번쩍할 때마다 수업을 끊고, 나는 "하나~ 둘~ 우르르쾅쾅" 이라고 천둥이 칠 타이밍을 맞춰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했다. "항상 번쩍한 다음에 몇 초 뒤에 우르르쾅쾅하지." 자기들끼리 왜 그런거냐고, 묻고 답하느라 웅성거린다. 교양으로서의 과학에 초점을 맞춘 나의 통합과학 수업에 딱맞는 좋은 날씨 자료였다. 이어서 천둥과 번개가 치는 이유까지 이야기했으면 좋았겠지만, 학생 한 명의 나지막한 "아~ 정전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에 적극 공감해버리며, 나의 고3 시절, 학생들 단체로 정..
랩걸(Lab Girl) #20210425 지난번, 독서 활동을 약속한 학생에게 책을 한 권 더 추천했다. 바로 랩걸(Lab Girl)이다. 여성 식물학자 호프 자런의 이야기로, 나는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선생님이 딸에게 건네고 싶은 책으로 추천해서 알게 되었다. 이후 교과 연구회 희망 도서 구입 때 신청해서 소장하게 된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학생으로부터 독후감을 받은지 일주일이 넘게 지났는데 한창 1회 고사 출제 기간과 겹쳐 블로그에 업로드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미리미리는 타고나는 건가 보다.) 이제 겨우 모든 출제를 마무리하고, 주말에 시간이 짬을 내어 흔적을 남긴다. (더 미루다가는.... 안 할 듯...) 학생에게 책을 건네고, 가끔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습관적으로 책에 대한 느낌..
공기의 연금술 #20210409 학교 수업에는 관심이 없지만, 독서 자체를 좋아하는 학생이 있다. 해당 학생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책 100권 읽기를 올해 목표로 정했다고 전해 들었다. 개인적으로, 수업 시간에 의미 없이 멍 때리거나 자버리는 것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꾸준히 읽을 수만 있다면 수업을 듣는 것 이상으로 의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수업 중 독서를 허용해주는 결정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내가 몇 가지 책을 추천해줘도 되겠냐고 물었다. 학생의 독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했다. 학생이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내가 가장 먼저 추천한 책은 토마스 헤이거의 공기의 연금술이었다. 집에 보관 중이던 책을 다음 날 학생에게 건넸다. 화학 1의 첫 단원인 '우리..
혹시, 괜찮은 학원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20210403 바쁜 한 주를 보내고, 찾아온 주말은 소중하다. 개인적인 휴식을 취하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내야 한다. 평소 해결할 수 없었던 밀린 일들도 해둬야 한다. 봄비가 내리기 전에 벚꽃을 즐겨야 하는 것이 우선인듯하지만, 이미 비가 와버렸으니 이건 늦었다. 오늘은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하기로 했다. 날씨가 제법 따뜻해져 더이상 눈은 오지 않을 듯하니, 겨우내 끼고 다니던 스노타이어를 사계절용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지난 겨울 타이어를 맡겨놓은 카센터로 향했다. 예전 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곳인데, 사장님이 친절하시고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아 그 뒤 단골이 되었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동안 마시려고 커피를 사갔는데, 코로나로 인해 휴게실에서 음료를 마실 수가 없다는 안내 문..
이 루틴을 벗어날 수 있을까? 아침 6시 30분에 첫 번째 알람이 울린다. 사실, 매번 알람이 울리기 몇 분 전에 깨곤 한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재빨리 끄고, 두 번째 알람이 울릴 때까지 잠깐 잠을 청한다.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알람이 울리면,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어 욕실로 향한다. 어느덧 시계는 7시를 넘어서고, 휴대폰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면서 자가 진단을 한다. 어지럽게 걸려있는 옷들 중 최근에 입은 기억이 없는 것을 주섬주섬 걸치고 집을 나선다. 차에 시동을 걸고, 시계를 보니 아직 7시 10분. 다행이다. 이 정도 시간이면, 중간에 스타벅스에 들를 수 있다. 사이렌 오더로 오늘의 커피 한 잔을 미리 주문해놓고, 출근길에 오른다. 스벅에서 1분, 타이밍이 맞지 않는 신호에 1분, 2차선 도로에 꾸물꾸물 기어가는 차량에 답..
한글 공부가 재밌을 나이 #20210227 새 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건 복직하는 교사나, 여섯 살 유치원생이나 마찬가지다. 덥수룩한 머리를 정리하려 미용실을 찾았는데, 다들 생각이 비슷했었는지 웨이팅이 좀 있다. 기다리는 동안 지루해할 첫째에게 휴대폰을 권했는데, 웬일인지 관심이 없다. 첫째는 요즘 한글 읽기가 재미있나 보다. 차를 타고 스쳐 지나는 간판 속 글자에 관심을 갖는다. 사실, 아직 아는 글자가 몇 개 되지 않는다. 또래에 비해 시기적으로도 빠르지도 않다. 그래도 굳이 글자를 익히라고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본인이 답답하고, 관심이 생기기 시작할 때, 자연스레 익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아이가 궁금해하면 하나씩 알려주고, 점점 넓혀가는 식이다. 아들: 아빠! 저기 있는 글자에 받침대(받침)가 없으면..
알파카가 제일 착하더라 #20210226 아이들과 영월 '펫힐링 달빛동물원'에 다녀왔다. 이곳은 동물원과 캠핑장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낭만을 즐기지 못하는 건조한 성격이라 그런지 지금껏 캠핑에 관심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나가는 아이들 표정이 한껏 들떠있는 것을 보니, 어린 시절 아빠와의 캠핑도 나름 추억이고 즐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딱 1 정도.(야외에서 자는게 싫어서...) 입구에서 입장권 발급과 함께 동물 먹이를 구입할 수 있다. 먹이는 한 통에 2천 원인데 야채와 알사료, 새 모이가 적당히 들어있다. 동물원을 모두 둘러보는 동안 먹이 체험하기에 부족한 양은 아니다. 충분하다. 아이들 각각 하나씩 달랑달랑 먹이통 들고가는 그림을 상상하며 산건데, 결과적으로 엄마 아빠가 하나씩 들고 먹이 체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