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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할 일이 많을 때는 딴짓이 재밌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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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5

1.

  어제를 끝으로 2021학년도 정규 교육 과정이 마무리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학년 3반은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무사히 졸업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고, 모두 학교를 떠났지만 학급 단톡방은 졸업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달라진 점이라면, 성인이 되었음을 스스로 자축하는 사진들이 종종 올라오고, 평소와 다르게 나의 일방적인 공지사항보다 아이들의 메시지가 더 많이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복직 후, 첫 학교, 첫 학급을 이끌어가는데 나의 이전 경험들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혼자 고민을 많이 했었다. 각가지 이유로 쉴 새 없이 터지는 사안과 고민들은 안그래도 넘치는 수업시수로 정신 못 차리는 나를 코너로 몰아붙였다. 생각을 정리하려고 썼던 당시의 일기는 결국 마무리짓지 못하고, 임시 저장 글로 남아있다가 고민들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어쨌든 나름 해피엔딩이라 마냥 좋다.

 

 

2.

  올 겨울 방학에 진행될 과학교사 실험 직무연수는 수리과학정보체험센터 심화 기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계획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나도 한 꼭지를 맡게 되었는데 간단한 금속 착물을 합성하고, 합성 결과를 몇 가지 분석 기기로 확인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깊게 고민하지 않고, '금속 착화합물의 합성과 확인'을 주제로 제출했다.

  주제를 제출하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흘러 연수 원고를 제출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더 급한 일은 사실, 생활기록부 마무리다. 마음만 먹고, 매달리면 오래 걸리지는 않을 만큼 어느 정도 해두었는데 끝내려는 마음먹는 게 쉽지 않다.

  괜스레 블로그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지웠다, 실험 연수 원고를 썼다 고쳤다 하고 있다. 연수 원고를 어느 정도 작성하다 보니 내용 일부를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왜 하필 지금) 막상 포스팅하려고 보니, 글 도입부가 너무 어울리지 않아 따로 무언가 써야 할 것 같았다. 이차저차 어쩌다 보니 이런 걸 쓰고 있다.

  분명, 급한 일이 있음에도 덜 급한 연수 원고를 만지작거리고, 작성한 연수 원고 일부를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것은 더더욱 덜 급한 일이고,  블로그 포스팅 전에 일기 쓰는 것은 더더더욱 덜 급한 일이고, 내가 더더더욱 덜 급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급한 일이라고 믿고 있는 일이 사실은 급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아니지. 정신을 못 차린 거지. 믿는 구석이 있거나.)

  이럴 땐, 스텔라 장 노래 가사가 딱이다.

"어쩜 이리 한결같아. 한결같이 미뤄. 불안해하며 놀아. 데자뷔인가 싶어. 습성은 변하지 않아. 미리미리는 다 타고나는 건가 봐. 와 진짜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미뤄. 대다나다."

 

"대다나다"

스텔라장 - 카페인(Under Caffe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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