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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학생과 교사들을 위한 심화실험공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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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7

  지역교육과학정보원에서 발간하는 정보지에 투고를 하게 되었다. 내일이 마감인데, 정해진 주제 속에서 4쪽 이내 분량으로 생각을 전달하려니 쉽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갈팡질팡하다가 어찌어찌 마무리되어 블로그에도 살짝 남겨두려 한다. 다시 읽어보니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별 내용은 없는 것 같다. 중간 중간에 포함되어야할 그림자료들이 빠지니 더더욱 그런 것 같다.

 


 

1. 지역 체험센터에 심화 실험실이 생기다.

  지역교육과학정보원에 수리과학정보체험센터가 개관했다. 센터 4층에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심화실험실도 함께 자리잡았다. 비용과 관리 문제로 학교 현장에서 구입하기 어려웠던 여러 심화교구와 기기들 또한 배치되었다. 이 공간에서 교사들의 과학 연수와 학생들의 심화 과제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 것은 아니지만 기분은 좋다.

  물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새로운 공간에 관심 갖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있겠지만, 유연한 운영 방침과 내실 있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같은 현장 교사라도 학교급, 지역과 주변 환경, 교사 개인 성향에 따라 학생 탐구에서의 심화 교구 및 기기 활용에 대한 온도차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교과서 실험도 바쁜데 굳이 심화 교구 사용을?’, ‘학생 수준의 탐구 활동에 심화 교구 활용이 도대체 어떤 교육적 의미를 갖는가?’와 같은 소극적인 견해를 보일 수도, ‘평소 경험할 수 없던 심화 교구를 다루는 경험이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 전문성을 길러줄 수 있지 않을까?’와 같은 적극적 인 견해를 가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의 과제연구와 동아리 탐구 활동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이라 생각한다. 지금껏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결과 분석 방법의 부재가 선택 가능한 탐구 주제 범위를 꽤나 제한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운좋게 분석 장비를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 해도 대부분은 관련 기기를 다뤄본 경험이 없고, 이론 또한 생소할 것이기 때문에 선뜻 나서서 시도하고 도전해본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자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를 직접 부딪쳐가며, 하나씩 알아나가는 것은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일단, 수리과학정보체험센터 개관을 통해 비용이나 장소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다. 좋은 환경이 갖추어졌으니, 이제 교사들의 관심을 키우고, 도전하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필요하겠다. 많은 교사들이 이 공간을 직접 접해보고, 저마다 다른 활용법을 하나둘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자연스럽게 학교 현장에서의 선순환을 불러오지 않을까 싶다.

 

2. 심화교구와 기기 사용은 어떤 점에서 필요한 것일까?

  화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심화 교구와 기기는 너무 다양하다. 목적과 측정 범위에 따라 가격도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여기서는 실험 과정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편의 장비와 실험 결과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분석 장비로만 단순하게 구분하여 살펴보려 한다.

  실험실에 몇 가지 편의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면, 실험에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실험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해결해야만 한다. 소금물로부터 소금을 분리하기 위해 물이 모두 자연 증발하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다. 보통은 알코올램프를 이용하여 가열해주기 마련이다.

  회전증발농축장치는 중탕 냄비의 온도를 증가시킴과 동시에 압력까지 낮추어 물의 증발 속도를 훨씬 높여준다. 물을 날려보내고, 녹아있는 용질(소금)만을 분리해내는데 넉넉잡아 10분이면 충분하다. 불을 붙일 필요도 없기에 비교적 안전하다. 그저 전원을 켜고 가끔 끓어 넘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 번씩 콕을 여닫는 정도만 해도 손쉽게 용매(물)를 제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과 작업시에 진공 펌프를 사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싱크대에 물을 콸콸 틀어놓고, 아스피레이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가지 달린 플라스크에 펌프를 연결하고 전원을 켜주면 손쉽게 여과(필터)할 수 있다.

  몇몇 분석 기기들은 실험을 보다 정확하고, 다채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 흡광도 측정을 통해 물질의 분광학적 특성을 보여줄 수도, 미지 농도를 결정할 수도 있다. 녹는점 측정을 통해 겉보기 성질이 비슷한 물질들을 구별할 수도 있다.

  분광광도계를 사용하면, 구리 이온(Cu^2+)이 810 nm 부근의 빛을 주로 흡수하여 푸른색을 띤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주변 식료품에 포함된 다양한 색소들의 흡수 파장 또한 비교 가능하다. 녹색의 색소가 노랑과 파랑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색을 나타내지 않는 물질들도 괜찮다. 자외선, 적외선 영역의 빛을 사용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분광학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살리실산을 이용하여 아스피린을 합성해도 반응물, 생성물이 모두 흰색 결정이기에 합성 유무를 눈으로 구별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두 물질의 흡광도에는 차이가 있다.

  아스피린의 합성 유무는 융점(녹는점)측정기를 통해서도 구별 가능하다. 살리실산의 녹는점은 159 ℃, 아스피린은 135 ℃ 정도이다. 생성물이 아스피린에 가까울수록 135 ℃ 부근에서 녹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3.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대부분의 심화교구와 기기는 단위 학교의 한정된 예산으로는 쉽게 구입할 수 없다. 그렇기에 현장 교사들에게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을뿐더러 관련 정보 또한 부족하다. 전혀 모르는 분야에 저절로 관심이 생기고, 탐색하고, 고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교사가 모르는 것이니 당연히 학생들에게도 제공될 수 없다. 교사의 관심으로부터 하나의 경험이 시작되고, 그 경험이 유의미하게 남아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되었을 때, 비로소 교육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에, 교사의 관심을 키워줄 수 있는 연수 프로그램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화학교과연구회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사전 연수가 진행되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휴일임에도 관심을 갖고 참석하셨다. 학생 교육을 위해 고민하는 이들이 모였다 할지라도 기기 대부분이 생소하고 낯선 것은 당연했다. 관련 기기분석이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도, 사용 매뉴얼이 익숙치 않아도 동아리 활동에 학교 수업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로는 충분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되어온 심화 실험실이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해당 공간이 매우 유용하고, 활용 가치가 넓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교사 대상 프로그램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이 공간을 다시 찾고자 할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을 갖추어야 하겠다.

  예를 들어 평일 오후, 혹은 주말에 동아리 학생들과 야심찬 계획을 세운 의욕있는 교사들이 전혀 엉뚱하게 예약 절차와 사용 허가 승인 등에서 크나큰 장벽을 느끼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수록, 목적과 무관하게 관심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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