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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기체의 성질과 기체에 관한 실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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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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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화학2 선택 학생수가 작년보다 많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공계 관련 진로를 희망하고 있음과 동시에 수능에서 화학2를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점들을 확인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나는 학생들이 대학교에 진학한 이후 일반화학 수업을 듣기 전 준비 과정으로 화학2 수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진로 선택이라는 과목 성격을 보다 잘 살려보기로 했다. 되도록 시험 부담은 줄이고, 교육과정에 포함된 내용은 빠짐없이 다루되, 특정 단원을 왜 학습하고, 해당 성취 기준이 왜 중요하게 다뤄지는지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2차시의 수업을 마쳤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르게 문제점이 드러났다.

  학생들이 말하길, 수업 내용이 너무 매콤하단다. 내용을 조금 정리해서 양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통해서는 고등학교 화학2의 입구에 서있는 고등학생들부터, 일반화학이나 물리화학의 기체 파트에 두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한 글이 될 듯하다.

 

1. 물질의 상태

  고체의 결정 구조(128)라는 제목의 글에서 언급했지만, 물질의 상태가 무엇이냐에 따라 우리가 관심 두는 분야도 달라진다. 

  물질의 상태는 크게 셋으로 구분된다. 고체(sold)와 액체(liquid), 그리고 기체(gas). 이러한 사실은 중학교 1학년 때 배운다. 상태는 물질을 이루는 입자 사이 거리로 나뉜다. 물 분자(H2O) 사이 거리에 따라 얼음, 물, 수증기로 구분된다.

물질의 상태와 입자간 거리

  입자 사이의 거리가 멀다는 것은 입자와 주위 입자들 사이가 대부분 텅 빈 공간이라는 뜻이며,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상호작용 또한 작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연히 주위 입자들에 영향받지 않고,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입자들 사이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주위 존재하는 입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이에, 자유롭게 운동하기보다 주위 입자의 영향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고, 일정한 배열을 갖게 된다. 

-

  따라서 입자들 사이 거리가 먼 '기체' 상태에서는 입자들 사이 상호작용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입자들의 자유로운 운동을 설명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물리학자들 역시 그러했으며, 루트비히 볼츠만(Ludwig Boltzmann, 1844-1906)을 비롯한 몇몇 물리학자들은 기체 분자 운동론(28)이라는 이론을 통해 기체의 거시적 성질을 설명하고자 했다.

  반대로, 입자들 사이 거리가 매우 가까운 '고체' 상태는 주위 인접한 입자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입자의 위치가 결정되고 특수한 배열을 갖게 된다. 이에 입자의 종류, 크기에 따른 배열 차이 등에 관심을 둔다. 프랑스의 오귀스트 브라베(Auguste Bravais, 1811-1863)는 한 종류의 입자로 만들 수 있는 고체 결정의 배열이 총 14 가지로 구분된다고 했다. 

  입자들 사이 거리가 애매하게 멀고, 입자들 사이 상호작용 또한 애매한 '액체' 상태의 경우, 운동과 상호작용 어느 것 하나에 집중하여 다룬다는 것이 애매하다. 고등학교 화학2 액체 단원에서 분자 간 상호 작용의 종류와 우리 주위에서 발견 가능한 액체 중 가장 대표적인 물질인 '물(H2O)'의 특별한 성질들을 소개하는 정도에 머무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액체 전체를 일반화하여 다룰만한 것이 별로 없다.

물은 표면장력이 매우 큰 물질이다. [출처] Pixabay @Josch13

 

2. 기체의 성질

  기체를 다룬다는 것은 여간 쉽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고, 기체 입자들 사이 거리는 너무 멀다. 기체로 채워진 공간 대부분은 비어있으며, 기체 입자들이 특별한 냄새나 색깔을 갖지 않는 이상, 존재를 알아챈다는 것조차 어렵다. 기체의 일반적 성질은 다음과 같다.

로버트 보일은 생명현상에 관련된 기체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한 실험을 하였다.


- 기체는 액체나 고체 상태에 비해 가볍고, 밀도가 매우 작다. 4 ℃, 1 기압 조건에서 액체인 물의 밀도가 약 1,000 g/L인데, 15 ℃ 공기의 밀도는 약 1.225 g/L 이다. 온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계산해보면, 약 800배 정도 액체인 물이 무겁다. 1 L 페트병에 가득 채워진 물의 무게가 1 kg이라면, 공기 무게는 1.225 g 이라는 뜻이다.

- 기체는 한없이 팽창하기 때문에 어떤 부피의 용기도 완전하게, 균일하게 채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체의 부피는 입자가 차지하는(운동하는) 공간 전체로 정의한다.

- 기체는 서로 반응하지 않는다면, 확산을 통해 잘 섞인다. 반대로 이미 섞인 기체 혼합물은 저절로 분리되지 않는다.

- 기체는 다른 상태들에 비해 쉽게 압축, 팽창될 수 있다.  달리 말해 부피 변화가 쉬우며, 이는 기체 입자들 사이에 빈 공간들이 많기 때문이다.

- 기체의 성질은 기체가 차지하는 부피(V ), 기체가 벽면에 가하는 압력(P ), 주위 온도(T ), 기체 입자수(n )에 의존한다. 주어진 네 가지 변수(P, V, n, T )에 의해 기체의 거시적인 성질이 결정된다.

f (P, V, n, T )

 

3. 기체에 관한 실험 법칙 (feat. 이상기체 상태 방정식 )

  과학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의 성질을 연구하였다. 기체의 종류별 특성이 아닌, 기체라는 상태가 갖는 공통적인 성질들이었다.

  영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1627-1691)은 한쪽 끝이 막힌 J자 모양 관에 기체를 채우고, 수은을 채워가면서 채워진 기체의 부피를 관찰하였다. 로버트 보일은 가해지는 수은의 양이 많아질수록(수은 기둥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갇혀있는 기체의 부피가 줄어듦을 확인하였다.

기체의 부피(V)와 수은기둥의 높이(P) 사이 반비례함을 알 수 있다. [출처] https://chem.libretexts.org/

  J자 관에 쌓인 수은 기둥의 높이를 압력으로 환산한 값이 2배, 3배 늘어남에 따라, 기체의 부피는 초기값의 1/2, 1/3로 줄어들었다. 보일은 기체의 압력(P )과 부피(V )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확인했으며, 이를 일반화하였다.

V ∝ 1/P     ,     PV = k     (k = 상수,  일정 온도,  일정량의 기체)


  열기구에 관심이 많았던 프랑스의 화학자 쟈크 샤를(Jacques Alexandre Cesar Charles, 1746-1823)은 기체의 온도와 부피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샤를은 일정한 압력 조건에서 기체들의 부피(V )가 온도(T )에 비례하며, 이들 사이 그려진 그래프가 직선형임을 알아내었다.

기체의 부피(y)와 온도(x) 사이 정비례함을 알 수 있다. [출처] https://chem.libretexts.org/

VT     ,     V = k' * T    (k' = 상수,  일정 압력,  일정량의 기체)


  이탈리아의 화학자 아마데오 아보가드로(Amadeo Avogadro, 1776-1856)는 일정한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기체의 부피(V )는 그 속에 존재하는 기체의 입자수(n )에 비례한다는 가설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가설은 실험을 통해 타당함을 인정받았다.

일정압력(1atm), 일정 온도(273K)에서 일정량(1mol) 기체의 부피는 종류에 무관하게 모두 동일하다. [출처] https://chem.libretexts.org/

Vn     ,     V = k''  * n     (k'' = 상수,  일정 압력,  일정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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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세 가지 관계식은 과학자들의 관찰과 실험을 통해 밝혀진 기체 덩어리들의 성질들이다. 기체 종류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 아닌, 기체라는 상태가 갖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각각을 보일 법칙(PV = k ), 샤를 법칙(V = k' T ), 아보가드로 법칙(V = k'' n )이라 한다.

  그리고, 세 가지 법칙 모두 모두 기체의 부피(V )라는 공통 물리량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나타내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이는 기체의 상태를 정의해주는 방정식이므로, 기체상태방정식이라 부른다.

VnT / P     ,     V = R * nT / P     ,     PV = nRT     (R = 상수)

  위 식에서 부피(V )와 입자수(n ), 온도(T ), 압력(P ) 사이 관계를 등식으로 나타내기 위해 도입된 상수(R )를 기체 상수(gas constant)라 하며,  273 K, 1 atm, 1 mol, 22.4 L 값을 대입하면, R = 0.0821 [atm·L/mol·K] 을 구할 수 있다.

MIT에서 자신들의 학교를 표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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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실험 법칙들은 기체 덩어리들이 갖는 거시적인 성질들에 대한 정보를 주었지만, 기체 입자 하나하나가 어떠한지에 대한 미시적인 정보들은 주지 못하며, 일반화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과학자들의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기체 입자 하나하나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어떻게 운동하는가에 대해 옮겨가게 되었으며, 18세기 베르누이를 시작으로 클라우지우스, 맥스웰, 볼츠만 등에 의해 28. 기체 분자 운동론(Kinetic Molecular Theory)이 발전하게 되었다.

  이들의 기체 분자 운동론은 기체 분자 하나하나의 운동을 확대하여 전체 기체의 거시적인 성질들(실험 법칙)을 설명하고, 분출, 확산 등의 현상들도 설명하였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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