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아세틸 아세토네이트 착물의 합성
"Fe(acac)3의 합성 및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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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중에 진행될 '과학교사 실험연수'에서 강의 일부를 맡게 되었다. 주된 테마가 '심화기기 활용'이라서 어떤 내용을 다루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간단한 금속 착물을 합성하고 결과를 여러 분석 기기(mp, IR, UV-Vis 등)로 확인하면 연수 취지에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물의 겉보기 색이 분명하면서도 합성 과정이 비교적 간단했으면 좋겠다는 조건을 스스로 더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Alq3(Tris(8-hydroxyquinolinato)aluminum)였다. Alq3는 OLED 재료 물질의 시작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화학 발광(chemiluminescence) 현상을 관찰하기 쉽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런데 반응 조건이 좀 더 마일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철-아세틸아세토네이트(Fe(acac)3)를 주제로 정했다. 특히, 아세틸 아세토네이트 착물 합성 실험은 대학교 1학년 과정에서도 다뤄지고, 재료 구입이나 가용할 수 있는 시간, 난이도 면에서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다해도 학교 현장에서 금속 착물을 합성할 일은 전혀 없고, 학생들에게 관련 이론을 언급할 상황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황산 구리 수용액은 왜 푸른색일까?(252)'라는 간단한 질문으로 연수 자료를 도입부를 구성했다. 굳이 이유까지 설명을 하지는 않지만, 학교에서도 황산 구리 수용액이 푸른색이라는 사실은 당연한 내용처럼 언급되곤 하기 때문이다.
1. 이론적 배경
1) 아세틸 아세톤(acetylacetone)
아세틸 아세톤(acetylacetone, 2,4-pentanedione, C5H8O2)은 분자량 100.12, 끓는점 139 ℃ 정도의 무색 투명한 액체이다. 대표적인 다이 케톤 화합물로, 두 개의 카보닐기(C=O)를 갖는다. 두 카보닐기 사이 끼인 탄소에 직접 결합한 수소(α-수소)는 비교적 산도(pKa = 8.99)가 큰 편*이어서 가벼운 염기 조건에서 쉽게 제거될 수 있다.
* 카보닐기 바로 옆에 인접한 탄소를 일반적으로 알파 탄소(α-탄소)라 한다. 그리고, 이 알파 탄소에 직접 결합한 수소를 알파 수소(α-수소)라 하는데, 인접한 카보닐기의 영향으로 다른 보통의 탄소에 결합한 것에 비해 더욱 산도가 큰 편이다.
* 그런데, 아세틸 아세톤은 두 개의 카보닐기를 가지고, 그 사이에 끼인 알파 수소(α-수소)를 갖는다. 아세틸 아세톤의 끼인 α-수소는 일반적인 케톤의 α-수소보다도 훨씬 산도가 크다.
* 프로페인의 수소 pKa = ~50, 아세톤의 α-수소 pKa = 19.16, 아세틸 아세톤의 α-수소 pKa = 8.99
CH3COCH2COCH3 → H+ + CH3COCHCOCH3-
아세틸 아세톤(H-acac)에서 α-수소가 제거된 음이온을 아세틸 아세토네이트 이온(acetylacetonate, acac-)이라 한다. 간단히 acac-로 표현한다. acac- 이온은 두 카보닐기 산소 쪽으로 분포한 음전하를 금속 이온에게 제공하여 결합할 수 있으며, 동시에 두 자리를 차지하는 리간드*로 작용한다.
* 참고로, 여러 자리를 동시에 차지하여 결합하는 리간드를 킬레이트 리간드(chelate ligand)라 한다. 킬레이트(chelate)라는 용어는 그리스어로 집게발을 뜻하는 "chela"라는 단어에서 유래했으며, 하나의 리간드가 여러 자리에 동시 결합하는 것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킬레이트 리간드는 차지하는 자리수에 따라 두자리 리간드(bidentate ligand), 세자리 리간드(tridentate ligand) 등으로 구분되며, EDTA는 조건에 따라 여섯자리 리간드(hexadentate ligand)로 작용할 수 있다.
금속 이온(Mn+)의 산화수에 따라 결합할 수 있는 아세틸 아세토네이트 음이온의 수가 다르다. 아세토네이트 음이온의 수에 따라 착물의 입체 구조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아래 그림은 대표적인 팔면체 착물 M(acac)3의 구조를 나타낸 것이다.
2) 엔올-케토 토토머(tautomer)
카보닐기에 인접한 α-수소는 쉽게 제거될 수 있다. 그리고, 떨어진 수소가 다시 붙는 위치에 따라 두 가지 구조를 가질 수 있다. 하나는 떨어진 자리에 그대로 붙어 원래의 케톤 형태인 케토형(keto form)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카보닐기 산소 쪽에 붙어 만들어지는 엔올형(enol form)이다.
케토형의 경우 카보닐기(C=O)에 인접한 α-탄소에 붙어 C-H 결합이 만들어지는 반면, 엔올형은 카보닐기 탄소는 인접한 α-탄소와 C=C 이중 결합으로 연결되고, 카보닐기의 산소 쪽에 수소가 결합하여 O-H 결합을 갖는다.
이렇게 수소 원자의 위치 이동에 의해 분자 구조가 달라지는 구조 이성질체를 토토머(tautomer)라 하며, 두 이성질체 사이의 전환을 토토메리 현상(토토머리즘, tautomerism)이라 한다. 두 구조는 평형을 이루지만, 일반적으로 케토형의 C=O 이중 결합이 엔올형의 C=C 이중 결합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케토형이 더 많은 비율로 존재하는 편이다.
다이 케톤인 아세틸 아세톤 역시, 다른 α-수소를 갖는 화합물들처럼 케토형과 엔올형 구조가 평형을 이룬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들과 달리 엔올형이 케토형보다 안정하여 더 많은 비율로 존재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데, 분자내 컨쥬게이션(conjugation)에 의한 전자 비편재화 효과와 분자내 수소 결합(intermolecular hydrogen bonding)이다.
아세틸 아세톤 엔올형의 O-H 결합은 인접한 카보닐기의 산소 원자와 육각형 고리를 만들 수 있는 곳에 위치하며, 분자 내 수소 결합이 가능하다. 분자 내 수소 결합은 엔올 구조에 특별한 안정도를 갖게 한다.
3) 철-아세틸 아세토네이트 착물
철-아세틸 아세토네이트(Tris(acetylacetonato) Iron(Ⅲ)) 간단하게 Fe(acac)3 로 표현한다. 대표적인 금속-아세틸 아세토네이트 착물이며, 화학식량 353.17 g/mol, 녹는점 180~181 ℃, 붉으스름한 빛깔을 띠는 짙은 주황빛의 고체다. Fe(acac)3 는 동일한 Fe-O 결합 6개를 가지며, 팔면체 구조를 갖는다.
중심의 철 이온(Fe3+)이 소수성 유기 분자인 아세틸아세톤에 둘러싸인 형태를 가지고 있어 극성이 큰 용매인 물에는 잘 녹지 않으며, 유기 용매에 잘 녹는다.
Fe(acac)3의 합성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철 이온(Fe3+)을 염기성 조건에서 3당량의 아세틸 아세톤(H-acac)과 반응시켜 얻을 수 있다.
2. 실험 준비물
1) 실험 시약
- 염화철·6수화물(FeCl3·6H2O, MW=270.295), 아세틸 아세톤(C5H8O2), MW=100.117, d=0.975 g/mL), 아세트산 나트륨(CH3COONa, MW=82.034), 메탄올(CH3OH), n-헥세인(C6H14), 증류수
2) 실험 기구
- 삼각플라스크, 비커, 유리 막대, 자석 젓개, 피펫, 중탕 냄비, 온도계, 감압플라스크, 감압여과기(부흐너 깔대기), 진공펌프 또는 아스피레이터, 여과지, 세척병(증류수), 가열교반기, 라텍스 글러브, 전자 저울 등
3) 분석 기기
녹는점 측정기, UV-Vis 분광광도계 등
3. 실험 방법
가. 철-아세틸 아세토네이트 착물의 합성
1) 삼각플라스크에 염화철·6수화물(FeCl3·6H2O) 3.3 g(약 12 mmol) 을 넣고, 증류수 25 mL에 완전히 녹인다. 용액은 노르스름한 붉은색을 띤다.
2) 비커에 아세틸아세톤(C5H8O2) 3.9 mL(약 38 mmol) 가량을 넣고, 메탄올(MeOH) 10 mL에 완전히 녹인다.
3) 또 다른 비커에 아세트산 나트륨(CH3COONa) 5.1 g 을 넣고, 증류수 15 mL에 녹여 염기 용액을 만든다.
4) 과정 2)의 용액을 과정 1)의 삼각플라스크에 최대한 천천히 적가(dropwise)하며, 저어준다. 혼합된 용액은 짙은 검붉은색을 띤다.
5) 과정 3)에서 만든 염기 용액을 과정 4)의 용액에 가한 뒤, 중탕 냄비를 이용하여 80 ℃ 온도로 15 분간 가열하면서 교반한다.
6) 반응이 충분히 일어나 침전물이 생기기 시작하면, 차가운 물과 얼음 수조 등을 이용하여 냉각시킨다.
7) 생성된 결정은 감압 여과 장치(부흐너 깔대기, 감압 플라스크 등)를 이용하여 여과하고, 차가운 증류수로 여러 차례 씻는다. 거름 종이에 남은 결정은 오븐으로 옮겨 충분히 건조시킨다.
8) 건조된 결정의 질량을 측정하고, 실험 수득률을 계산한다.
나. 철-아세틸 아세토네이트 착물의 확인
1) 건조된 결정의 무게를 재어 이론적 수득량과 실험적 수득량을 비교하고, 퍼센트 수득률(% yield)을 계산해보자.
2) 건조된 결정의 녹는점을 측정하여 이론적 녹는점(180 ~ 182 ℃)와 비교하고, 결과를 판단해보자.
[Fe(acac)3 녹는점] https://www.sigmaaldrich.com/KR/ko/product/aldrich/517003
3) 약간의 Fe(acac)3 를 노말 헥세인(n-hexane)에 녹여 묽은 용액을 만든 후, 자외선-가시광선 분광광도계를 이용하여 흡광도를 측정해보자. 만약, 대조 가능한 표준 시약이 준비되어 있다면, 흡수스펙트럼을 측정하여 비교해보자.
4. 참고 문헌
- 대한화학회, 표준일반화학실험 제7개정판, '킬레이트 화합물의 합성', 천문각
- 노동윤, 무기화학실험, '금속-아세틸 아세토네이트 착화합물의 합성 및 특성', 자유아카데미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문 내용 중 오타나 잘못된 표현 등이 있는 경우 댓글로 알려주시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정/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2-11-17 실험 과정 사진 및 측정 데이터(Ubi-490, 2022)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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