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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청사진 만들기 (Cyanot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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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진 만들기 (Cyanotype)

 

 

1. 시아노타이프 (Cyanotype, 청사진)

  영국 천문학자인 존 허셜(John Herschel, 1792-1871)에 의해 시아노타이프가 최초로 개발되었다. 이후 최초의 여성 작가 안나 앳킨스(Anna Atkins, 1799-1871)에 의해 1843년부터 사진 분야에 이용되었다.

  시아노타이프를 우리말로 바꾸면, '청사진(blueprint)'이다. 철 3가 이온(Fe3+)이 포함된 유기산 염의 감광성*을 이용한다. 사용되는 시료가 비교적 저렴하고, 과정이 간단하여 토목·건축·기계 등의 도면 복사에 주로 활용되었다.

* 감광성(photosensitivity) : 빛에 의해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성질


  복사할 그림이나 도면을 트레이싱지*에 그린 뒤, 감광지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빛을 쬐어주면 트레이싱지의 그림이 감광지에 복사된다. 빛이 투과하는 배경 부분은 푸르게(어둡게), 빛이 투과하지 못하는 그림 부분은 흰색(밝게)으로 나타나기에 청사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트레이싱지(tracing paper) : 기름종이와 같은 빛이 투과할 수 있는 투명한 종이

청사진은 토목, 건축, 기계 도면 복사 등에 활용되었다  @Pixabay (Xresch)


  현재에는 이러한 청사진 기법이 활용되고 있지 않지만, '인생의 청사진을 그린다.' 와 같은 표현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계획이나 구상'을 뜻하는 은유적인 단어로 흔적이 남아있다.

 


 

2. 시아노타이프 재료

  시아노타이프의 핵심 재료는 구연산 제2철 암모늄(ammonium ferric citrate, (NH4)5(Fe(C6H4O7)2)페리시안화 칼륨(적혈염, potassium ferricyanide, K3[Fe(CN)6])이다. 이 둘을 섞어 감광 용액을 만든다. 적혈염이라 불리는 페리시안화 칼륨은 비교적 구하기 쉽고, 대부분의 학교 과학실에서 찾을 수 있는 시약이지만 구연산 제2철 암모늄은 그렇지 않다.

구연산 제2철 암모늄 [그림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 @Materialscientist


  혹시나 이번 기회에 시아노타이프를 위해 구연산 제2철 암모늄을 구입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구연산 제2철 암모늄은 'green' salt(녹색염)'brown' salt(갈색염)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둘의 철분 함량이 다르다. 'brown' salt는 19 ~ 28 %, 'green' salt는 14 ~ 18 %의 철분이 포함되었는데, 'green' salt'brown' salt 보다 약 8 배 정도 빠르게 감광하는 경향이 있어 시아노타이프 시약으로 선호된다.

구연산 제2철 암모늄의 갈색염과 녹색염의 비교  [출처] Mike Ware (2020), Cyanomicon, Table 4.1. (85p)




 

3. 시아노타이프의 화학반응

  시아노타이프의 세부 단계에 대한 화학적 설명과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치 않다. 그러나 다음 두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설명된다.

  먼저, 구연산 제2철 암모늄에 포함된 3가 철(Fe3+)이 햇빛(특히 UV-A로 알려진 300-400 nm 부근 자외선)을 받아 2가 철(Fe2+)로 환원된다.

UV Light   +   Fe3+   +   e-   →   Fe2+

  이후, 광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2가 철적혈염의 시안화철 음이온(ferricyanide anion)과 반응하여 물에 녹지 않는 푸른색 앙금인 페로시안화 철(ferric ferrocyanide)을 만든다. 이 앙금은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Fe2+   +   [Fe(CN)6]3-    →   ferrous ferrocyanide   →    Fe4[Fe(CN)6]3    (Prussian Blue)

  이 반응은 산화수가 다른 두 철 이온의 교환을 동반한다. 과정 중에 중간물로 프러시안 화이트(ferrous ferrocyanide)가 만들어지지만, 이 중간물은 불안정하여 프러시안 블루로 변한다.

프러시안 블루의 결정 구조  [출처] Mike Ware (2020), Cyanomicon, Fig 3.2. (74p)


  2가 철(Fe2+)이 과량인 상태에서 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반응이 한 단계 더 진행되어 생성되었던 프러시안 블루프러시안 화이트로 변할 수 있다. 청사진의 가장 푸르게 변했던 부분부터 빛깔을 점차 잃어가는 것이다.

Fe2+   +   UV Light    +   Prussian Blue   →   Prussian White   +   Fe3+

  이러한 색 변화 역시 존 허셜(John Herschel)이 처음으로 발견하였는데, 과도한 노출에 의해 프러시안 블루프러시안 화이트로 변하는 현상 자체는 사진 인화 과정의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좋아.)

  프러시안 화이트는 공기 중 산소에 의해서도 산화되기 때문에 서서히 원래의 색을 회복할 수 있고, 과산화수소나 중크롬산과 같은 산화제를 사용하여 세척하면, 보다 빠르게 프러시안 블루로 복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푸른 앙금 층을 두텁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Prussian White   +   H2O2   →   Prussian Blue   +   2OH-


[참고] Mike Ware (2020), Cyanomicon, (71-72p)

 


 

4. 청사진 만들기

  이제 직접 청사진을 만들어 보자. 청사진 제작은 크게 3 단계로 구분된다. 먼저, 사진이 인화될 감광 종이를 만들고, 원하는 이미지를 음화 필름 형태로 준비한다. 그리고 햇빛에 일정 시간 노출시킨 다음 물과 산화제로 세척한다. 단계별로 알아보자.

가. 감광 종이(sensitizer paper) 만들기

  빛에 의해 사진이 인화되는 종이가 감광 종이(감광지, sensitizer paper)이다. 감광 종이는 감광 용액을 종이에 펴 바르고 건조하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감광 용액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두 가지 시약이 필요하다.

[감광 용액 제조를 위해 필요한 재료 시약]
  구연산 제2 철 암모늄(ammonium ferric citrate, green)
, 적혈염(potassium ferricyanide), 증류수


  존 허셜의 고전적인 방법에 따르면 두 가지 시약 용액을 만들어 섞는 것만으로도 청사진 인화에 충분하다. 하지만 용액을 만들어 장시간 보관할 예정이거나 좀 더 나은 결과물을 원한다면, 감광 용액에 약간의 옥살산(oxalic acid)을 넣어주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좋다.

  그러나 옥살산의 경우 피부 접촉 시 부식성(corrosivity)이 있어 다른 시약들에 비해 주의해야 하는 만큼, 어린아이들과 실험을 계획했거나 감광 용액을 만들어 곧장 사용하는 경우에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겠다.

그림 1. 감광용액과 감광 종이의 제작 과정


  감광 용액은 구연산 제2 철 암모늄적혈염을 각각 일정량의 물에 녹여 용액 A와 B를 만들고, 이를 섞어주면 된다. 감광 용액을 도화지에 얇고 균일하게 펴 바르고, 빛이 차단된 곳에서 건조하면, 감광 종이 또한 쉽게 제작 가능하다.

[감광 용액, 감광 종이 만들기]
  용액 A
: 구연산 제2 철 암모늄 25 g + 증류수 100 mL ( + 옥살산 0.5 g ) = 약 25 %(w/v) 수용액

  용액 B : 적혈염 10 g + 증류수 100 mL ( + 옥살산 0.5 g ) = 약 10 %(w/v) 수용액

  1) 구연산 제2철 암모늄 25 g을 100 mL 증류수에 완전히 녹여 짙은 녹색의 25% 용액 A를 만든다.
  2) 페리시안화 칼륨(적혈염) 10 g을 100 mL 증류수에 완전히 녹여 주황색의 10% 용액 B를 만든다.

    * 용액의 농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정밀하게 신경 써서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두 용액 모두 햇빛이 닿지 않도록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즉시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갈색병에 옮겨 빛이 차단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 용액을 만들어서 오래 보관하는 경우, 구연산 성분으로 인해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간의 옥살산을 첨가해준다고 한다.

  3) 용액 A와 B를 1 : 1 부피비로 섞어 감광 용액을 만든다.
  4) 브러시를 이용하여 감광 용액을 도화지에 균일하게 펴 바르고, 빛이 차단된 곳에서 하루 정도 건조한다.

    * 표면이 매끄러운 코팅된 종이의 경우 용액 발림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수채화에 사용되는 적당한 두께감이 있는 도화지류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나. 음화 필름(negative film) 만들기

  감광 종이를 햇빛(자외선)에 노출시키면, 광화학 반응이 일어나 푸른색으로 변한다. 그러나 감광 종이 일부를 가리면, 가려진 영역은 빛이 닿지 않아 광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투명한 필름(ex. OHP 필름)에 검은색 매직으로 그림(●▲■)을 그리고, 감광 종이 위에 올려놓자. 그리고 햇빛에 일정 시간 노출한다. 그림(검은색)에 의해 가려진 영역은 빛이 투과할 수 없어 감광지에 빛이 도달하지 못한다. 가려진 영역에는 광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않으며, 푸른색 앙금(프러시안 블루)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림 2. 트레이싱지(투명 필름)와 감광지(인화지)를 통한 청사진 인화 과정


  청사진 결과물은 빛이 닿은 배경 부분은 푸른색(어둡게), 빛이 닿지 않는 그림 부분은 흰색(밝게)으로 표현된다. (○△□) 결과적으로 필름의 원본 그림과 음영이 반전된다. 그림 3-A

  음영 반전된 결과물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인물 사진을 투명 필름에 출력하여 청사진 반응을 진행시켰다면, 얼굴 부분이 푸르게, 머리카락과 같은 부분이 하얗게 인화되어 다소 어색한 결과물이 나온다. 그림 3-B

그림 3. 원본필름과 음영이 반전된 음화필름의 청사진 인화 결과물 차이

 
   이에, 인화하려는 원본 이미지를 한차례 색(음영) 반전하여 필름을 만드는 것이 좋다. 색 반전된 필름으로 인화된 청사진은 원본 이미지와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한다. 그림 3-CD

  이와 같이, 원본 이미지의 색과 음영 반전되어 만들어진 필름을 음화 필름(negative film)이라 한다. 사진의 음영 반전은 윈도우즈 기본 프로그램인 그림판을 통해 비교적 간단하게 할 수 있다. (그림판이 아니어도 대부분의 사진 편집 프로그램에서 음영 반전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림판이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 음영 반전이 가능하기에 설명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이미지를 그림판으로 열고, 마우스 우클릭 메뉴의 하단에 '색반전'을 선택하면, 간단하게 음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pixabay by ptksgc

 

[음화 필름 만들기]
  1) 청사진으로 인화하고자 하는 사진 파일을 준비한다.
  2) 포토샵이나 그림판, 기타 사진 프로그램으로 사진 파일을 열어 반전(invert) 기능을 사용하여 음화 이미지를 만든다.
    * 포토샵 : 레이어 > 새 조정 레이어 > 반전 (단축키 Ctrl + I)
    * 그림판 : 이미지 > 색 반전  (마우스 우클릭 > 색 반전)
  3) 프린트 출력이 가능한 OHP 필름에 음화 이미지를 인쇄하여 음화 필름을 만든다.
(a) 원본 이미지  (b) 음화 이미지  (c) OHP 필름에 출력한 음화 이미지(음화 필름)

 

다. 빛에 노출하기, 세척하기

  감광지가 반응하기 위해서는 빛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300 ~ 400 nm 영역의 자외선(UV-A)이 좋다. 더 짧은 파장의 자외선(UV-C)도 상관없지만, 굳이 세포나 조직에 더욱 유해한 짧은 파장 영역을 사용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날씨가 화창한 날이라면 태양광만으로도 충분하며, 실험용 자외선 램프가 있다면 날씨가 흐린 날도 문제없겠다. (살균용으로 사용되는 자외선 램프는 대부분 254 nm 파장 영역이므로, 안전상의 이유로 추천하지 않는다.)

  노출 시간은 맑은 날 기준으로 20 ~ 30 분 정도가 좋다. 다만, 음화 필름과 감광 종이가 완전히 밀착될 수 있도록 잘 고정해주어야 한다. 음화 필름과 감광 종이 사이가 붕~ 떠서 펄럭이게 된다면, 상이 흔들려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 적당한 무게의 투명 유리판으로 덮어 눌러두는 것이 확실하겠지만, 아쉬운 대로 투명 테이프로 음화 필름의 네 귀퉁이를 잘 고정하여, 바람 불지 않는 곳을 찾아 햇빛에 노출시키자. (날씨가 흐리다면, UV램프를 사용해야 하겠지만, 동시에 여러 명이 실험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다.)

[빛에 노출하기]
  * 햇빛 쨍한 맑은 날 기준으로 20 분 정도 노출하면 충분하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경우에는 자외선 램프를 사용하자.)
  * 음화 필름과 감광 종이가 완전히 밀착되도록 고정한다. 

 

왼쪽보다 오른쪽이 반응이 더 진행되었음을 감광 종이의 색 변화로 대략 알 수 있다.


  정해진 시간(약 20분)이 지났거나, 감광 종이의 색깔이 전체적으로 푸르게 변하다가 부분적으로 회색으로 변색되기 시작하면, 충분히 반응이 일어났으니 세척 단계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종이가 완전히 잠길만한 크기의 수조에 깨끗한 물을 적당히 받는다. 감광 종이에 붙은 음화 필름을 떼어낸 뒤, 수조에 반응이 끝난 감광 종이를 넣는다. 필름에 의해 가려져 반응이 일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노란색 감광 용액 상태로 남아있는 부분이 하얗게 될 때까지 수조를 천천히 흔들어주며 씻어준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씻는데 심취하다 보면, 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푸른색 영역도 상당 부분 손실되어 결과물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감광 용액의 노란색이 적당히 제거되는 모습이 보이면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과반응이 일어나 회색 빛깔을 띠는 부분을 빠르게 복원하기 위해 수조에 묽은(약 0.3 % 정도) 과산화수소 용액을 쪼르르 떨어뜨리고, 전체적으로 골고루 퍼져나갈 수 있도록 흔들어주자. 짙은 감청색으로 색이 선명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순식간에 사진이 선명해지는데, 꽤나 극적이다.)

[세척, 건조]
  * 수조에 종이가 적당히 잠길만큼 물을 받고, 감광 종이의 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부분이 하얗게 될 때까지 세척한다.
  * 묽은 과산화수소 용액을 첨가하여 전체적으로 퍼질 수 있도록 흔들어주자.
  * 전체적으로 짙은 감청색을 띠면, 결과물을 빼내어 건조한다.

조금 바쁘겠지만, 실험 도중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음화필름을 만들어 즉석 인화해보는 것도 실험을 재밌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참고 문헌]

- Mike Ware (2020), Cyanomicon "History, Science and Art of Cyanotype : Photographic Printing in Prussian Blue"  [Hompage]  [pdf]

 

 

청사진 만들기(시아노타이프)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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