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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18족 원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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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족 원소 이야기

비활성 기체, 불활성 기체, 0족 기체

 

1. 비활성 기체 (noble gas)

  주기율표의 오른쪽 맨 끄트머리에 위치한 18족 원소들을 noble gas, 또는 inert gas라 부른다. 뜻 그대로 번역하면, noble gas는 귀족 기체, inert gas는 둔하고 더딘, 무기력한 기체라 해야겠지만, 우리는 비활성(불활성) 기체라는 용어로 번역해서 사용한다.

18족 원소들 [출처] www.ptable.com


  18족 원소들은 원자 자체로 안정(stable)하여 주위 다른 원자들과 반응하려 하지 않는다. 굳이 더 안정해지려는 노력(?)에 게으르다고 할 수 있다. 화학에서 일어나는 변화(화학 반응, chemical reaction) 대부분은 물질이 더욱 안정해지려는 경향성에 의해 나타난다.

  inert는 '더딘', '무기력한'과 같은 뜻을 갖는데, 헬륨, 네온, 아르곤 등의 기체 원소들이 반응에 거의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inert gas'로 불리게 되었다. 'inert'라는 단어를 비활성 또는 불활성으로 번역한 것은 18족 원소들의 반응성이 거의 없다는(nonreactive) 특징을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비활성 기체들의 반응성이 작은 이유는 해당 원자들의 전자 배치로부터 찾을 수 있다. 18족 원소 전자 배치의 가장 특징은 바깥쪽 껍질에 전자가 가득 채워진다는 점이다. 이미 바깥 껍질에 전자가 가득 채워져 있으니 외부로부터 전자를 얻거나 가지고 있던 전자를 잃으려는 경향성을 애써 갖지 않는다. 

헬륨(He), 네온(Ne), 아르곤(Ar)의 전자 배치 [출처] commons.Wikimedia.org @Electron Shell


  반면, 18족 외의 다른 원소들의 경우는 바깥 껍질을 가득 채우기 위해 외부로부터 전자를 얻거나 자신의 전자를 내놓아야 하고, 이러한 경향성이 원소 각각의 성질과 반응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바깥 껍질에 1개 또는 2개의 전자를 같는 금속 원자들은 대체로 전자를 잃고 안정한 양이온(cation)이 되는 것이 유리하며, 바깥 껍질에 6개 또는 7개의 전자를 갖는 비금속 원자들은 전자를 얻어 음이온(anion)이 되거나 주위 원자들과 전자를 공유하여 안정한 전자 배치를 갖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성이 화학 결합을 형성하는 원인이 된다.

  이와 같이 다른 그룹 원소들이 전자를 얻거나 잃어 18족 기체와 같은 전자 배치를 가지려는 경향성을 옥텟 규칙 또는 팔전자 규칙(Octet Rule)이라 한다. 1주기 원소인 헬륨의 경우 전자 2개만으로도 전자 껍질이 가득 채워지므로, 듀엣 규칙(duet rule)이라 따로 구분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2. 비활성 기체의 발견

  멘델레예프의 초기 주기율표에는 18족이 없었다. 아직 비활성 기체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비활성 기체는 다른 원소들에 비해 발견이 늦었다. 다른 원소들과 잘 반응하지 않고, 대체로 기체인 까닭에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이들의 존재를 의심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발견된 비활성 기체는 무엇일까?

비활성 기체 방전관 [출처] https://chemistrytalk.org/noble-gases-periodic-table/


  세상에 처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비활성 기체는 아르곤(Ar)이다. 아르곤은 영국의 화학자 윌리엄 램지(Sir. William Ramsay, 1852-1916)존 레일리(John William Strutt Rayleigh, 1842-1919)에 의해 발견되었다.
아르곤(argon)이라는 이름은 '게으른'을 뜻하는 그리스어 argos에서 왔다.

  아르곤의 존재는 공기를 연구하던 화학자들로부터 의심되어 왔다. 1892년, 존 레일리는 전기 방전과 연소 반응을 통해 공기에 포함된 산소(O2)를 모두 소모시키고, 석회수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CO2)까지 제거했다.

1894년 윌리엄 램지와 존 레일리


  레일리는 여기서 의문스러운 결과를 얻는데, 질소 기체(N2)만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되던 기체 밀도는 암모니아(NH3) 분해 반응을 통해 얻은 순수한 질소 기체(N2)의 밀도보다 현저히 컸던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실험을 통해 같은 부피의 질소 기체를 포집했는데, 공기에서 분리한 기체 질량이 더 컸다는 말은 질소 기체 외의 다른 기체가 포함되었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공기에서 분리한 N2 추정 기체 밀도  >  NH3 분해 반응을 통해 얻은 순수 N2 밀도

  램지는 레일리의 실험 결과를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공기로부터 분리해서 얻은 기체를 마그네슘(Mg)과 반응시켜 질소 기체를 모두 제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체 분리에 성공했다. 램지는 레일리에게 다음과 같이 전했다.

"레일리 경, 나는 그 기체를 분리해냈습니다. 기체의 밀도는 19.075 이었고, 마그네슘에 의해 흡수되지 않았습니다."
- 1894.8.4. 윌리엄 램지-

램지의 아르곤 분리 장치 [출처] Science Progress (2012), 95(1), 23-49, Fig 10.


  1894년 아르곤(18Ar, 게으른 원소)의 존재가 세상에 발표되었는데,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는 아니었다. 지금껏 이러한 성질의 기체가 발견된 적 없었고,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도 이 기체를 위한 자리가 없었다. 멘델레예프는 아르곤이 새로운 원소라는 사실을 부정했고, 알려지지 않은 삼원자 질소(N3)의 형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년 뒤인 1895년, 램지가 희토우라늄광 분석하는 과정에서 헬륨(2He) 분리에 성공했고, 1898년에는 그의 제자 트래버스(Morris W. Travers, 1872-1961)와 함께 네온(10Ne, 새로운 원소), 크립톤(36Kr, 숨겨진 원소), 제논(54Xe, 이상한 원소)을 모두 발견했다.

  존 레일리는 아르곤(Ar) 발견에 기여한 업적으로 1904년 노벨 물리학상을, 윌리엄 램지는 같은해 비활성 기체의 발견과 주기율표 확장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인 최초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후 1904년 멘델레예프 주기율표에는 Zero Group으로 비활성 기체가 추가되었다. (보라색)


  그 뒤,  램지는 1910년, 방사성을 갖는 라돈(86Rn, 라듐으로부터 얻은 기체) 또한 비활성 기체와 같은 성질을 갖는다는 사실마저 밝혀내었으며 결국, 주기율표의 18족을 모두 완성시켰다. 이에 비활성 기체 모두를 발견한 과학자라는 명예를 얻게 되었다.

 

 

18족 원소 이야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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