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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고등학생을 위한 분광광도법 : (3) 정량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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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을 위한 분광광도법 : (3) 정량분석

- 검량선의 작성과 미지 용액의 농도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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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문제를 살펴 보자. 주어진 문제는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화학 실험" 교과의 평가 도구 예시 문항이다. 출처는 글 하단에 링크로 첨부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 평가기준 - 고등학교 과학 계열 / 화학실험

  제시된 문제 (1) ~ (3)을 무리 없이 해결할 수 있다면, 분광광도법을 통한 정량 분석의 기본 원리를 이미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위 실험 내용이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아래의 내용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 정성 분석과 정량 분석

  정성 분석(qualitative analysis)이란, 시료에 포함된 화학종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커피에서 추출한 것은 카페인이었어!" "나는 아스피린 합성에 성공했어!" "이 용액에 있는 금속 양이온은 나트륨(Na)이었어!" 와 같은 말로 표현될 수 있다.

그림 1. 붕소(B)의 불꽃색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oratflamme.jpg

  시료에 포함된 화학종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서는 그 화학종만이 가진 특별한 성질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녹는점일 수도, 불꽃색일 수도, 특정 이온과 만나 앙금(침전물)을 만드는 성질일 수도 있다.  지난 글 (2)을 통해서는 화학종의 최대흡수파장(λmax)도 정성 분석에 활용될 수 있음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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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과학에서 앙금 생성 반응, 금속의 불꽃반응 등을 배운다. 분명, 정성 분석의 기초를 다루는 단원이다. 금속이 어떤 불꽃색을 갖는지, 금속 양이온이 어떤 음이온과 만나 앙금을 만드는지를 배운다. 정성 분석을 하기 전 알아야 할 기초 자료를 만드는 과정이다.

* 한가지 걱정인 점은 중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의미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전달될 수 있는가이다. 아이들은 분명 실험을 통해 다양한 앙금을 구분하고, 금속 종류에 따른 불꽃색도 관찰하지만, 정작 이러한 내용을 왜 배우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아이들은 내용이 갖는 의미에는 큰 관심이 없고, 세부 내용을 그저 잘 외워두는 것이 좋은 성적을 받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아이들에게 앙금생성반응이나 불꽃반응 등의 개념이 다음 문제 상황을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배경이 됨을 반드시 알려줄 필요가 있다.


  1) 투명한 미지 용액이 있다. 이 용액은 소금물 아니면, 설탕물이다.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2) 투명한 미지 용액이 있다. 이 용액은 염화나트륨(Na+) 수용액, 질산은(Ag+) 수용액, 황산구리(Cu2+) 수용액 중 한 가지이다.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소금물과 설탕물을 맛으로 구분하는 것도 유초등 수준에서 훌륭한 과학적 정성 분석이다. 학생 스스로 불꽃색, 앙금 생성, 용액의 색 등의 자신이 아는 정보를 종합하여 용액의 정체를 밝혀낼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다행스러울 것이다. 대학 수준에서는 하나의 비커에 섞여 있는 여러 양이온을 순차적으로 분리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반화학실험 - 양이온의 정성분석>

 

  반면, 정량 분석(quantitative analysis)은 물질의 양을 정확히 결정하는 것이다. 물질의 양을 결정한다는 것은 그 물질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량 분석은 정성 분석이 이후에 이루어질 수 있다.

  보통, 물질의 양을 알아 내기 위해 적정(titration)이라는 분석법을 사용한다. 적정(滴定)은 [滴] 물방울 적, [定] 정할 정으로 그대로 풀이하면, 용액을 방울방울 떨어뜨려 농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화학1의 산-염기 중화 적정도 마찬가지다. 농도를 모르는 미지 (산 또는 염기) 용액의 농도를 결정하기 위해 산-염기 중화 반응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미지 용액의 농도를 분광광도계를 이용해서 결정해보고자 한다.

그림 2. 산-염기 중화 적정&nbsp;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itolazione.gif

  

 


 

2. 표준 용액과 검량선(calibration curve)

  산-염기 중화 적정 통해 미지 (산 또는 염기)용액의 농도를 결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농도를 정확히 아는 용액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표준 용액(standard solution)이 필요하다.

  농도를 모르는 HCl 용액의 농도를 알아내기 위해 0.1 M NaOH 용액으로 중화 적정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때, 농도를 아는 0.1 M의 NaOH 용액이 표준 용액이 된다. 표준 용액의 농도가 정확할수록 미지 HCl 농도를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다.

  미지 용액의 농도를 찾기 위해 분광광도계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농도를 아는 용액(표준 용액)이 필요하다. 아래 <그림 3>을 통해 알아보자.

그림 3. 미지 용액과 표준 용액

  <그림 3> 미지 용액의 농도는 얼마일까? 농도를 아는 표준 용액들의 색깔을 보았을 때, 0.1 M과 0.01 M 사이 어떤 값을 가질 것으로 추측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한 농도를 알기는 어렵다. 색의 진하기와 농도 사이 관계를 정량적으로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 분광광도계를 사용하면, 색의 진하고 연함을 정량적인 값으로 얻을 수 있다. 용액의 흡광도가 색의 진하고, 연함을 알려준다. 빛을 흡수할 수 있는 화학종이 용액에 많이 포함되어 있을수록(농도가 클수록) 흡광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흡광도와 농도는 선형 비례 관계(y = ax 꼴)가 있음을 이전 글(1)을 통해 알아보았다.

  즉, 표준 용액의 흡광도를 측정하면, 농도와 흡광도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식과 그래프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때, 그려지는 그래프를 검량선(calibration curve) 또는 검정선이라 한다. 아래의 <그림 4>를 살펴보자.

그림 4. 용액의 농도와 흡광도 사이 관계

  <그림 4>의 표준 용액은 0.1 M에서 농도가 10 배 묽어질수록 흡광도 값도 똑같이 10 배씩 작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그림 5>와 같다. 

그림 5. 용액의 농도와 흡광도 사이 관계를 보여주는 검량선(추세선)

  그래프의 추세선은 y = 9x 의 관계를 보여준다.

참고로 만약 측정에 사용한 큐벳(셀)의 길이가 1cm라면, 기울기 값인 9는 물질의 몰흡광계수 값과 같다.

흡광도(A)
 = 몰흡광계수(ε) * 큐벳 길이(b) * 몰농도(c) = 9 * 몰농도(x) 이기 때문이다.


  이제 측정한 미지 용액의 흡광도 0.3 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찾으면 된다.

그림 6. 검량선을 통한 농도의 결정

  0.3 = 9 * 몰농도 이므로,  미지 용액의 농도가 0.033 M 임을 알 수 있다.

  * 위 경우 모든 용액의 흡광도가 정확하게 y = 9x 직선 위에 놓이지만 실제로 용액을 묽히는 과정에서는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점들이 직선의 위아래에 빗겨 놓일 수 있다. 이 경우에 최대한 점들의 경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추세선을 그려서 농도와 흡광도 사이의 관계를 찾는다.

  * 또한 표준 용액의 농도를 결정할 때, 그려진 추세선이 반드시 미지 용액의 농도를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프를 외삽하여 예측한 용액의 농도는 신뢰도를 저하시킨다. 

 


 

3. 마무리하며

  표준용액의 검량선을 이용하여 물질의 농도를 찾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처음에 제시했던 문제로 다시 돌아가보자.

- 크로뮴 용액의 최대 흡수 파장이 350.0 nm 이다. 따라서 표준 크로뮴 용액의 350.0 nm 흡광도를 측정한다. 만약, 크로뮴 용액의 최대 흡수 파장을 모르는 상황이라면, 분광광도계의 파장 범위를 200 ~ 1000 nm 정도로 넓게 설정하여 최대 흡수 파장을 먼저 찾아야 한다.

- 표준 크로뮴 용액의 흡광도를 측정한 결과를 바탕으로 검량선을 그린다. y = 0.0380 x 라는 검량선을 얻었다. 농도와 흡광도 사이에 직선의 관계가 잘 드러나며, 원점을 지나가는 식이 얻어졌다. 비어 법칙을 잘 만족함을 알 수 있다. 다만, 실험에서 사용한 농도가 몰농도가 아니기 때문에 0.0380은 몰흡광계수가 아닌 그냥
흡광계수[L/mg·cm] 이다.

- 농도를 모르는 크로뮴 용액의 흡광도를 측정한다. 흡광도 = 0.551 임을 알았다. 이 값을 y 에 넣으면, 미지 크로뮴 용액의 농도를 알 수 있다. 미지 용액의 농도는 14.5 mg/L 이다.

- 크로뮴 용액의 몰흡광계수[ε, 단위: L/(mol·cm)]는 얼마일까? A = εbc이다. 크로뮴의 흡광계수는 0.0380 L/(mg·cm) 이었다. 이것을 몰흡광계수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크로뮴의 질량[g]과 개수[mol] 사이의 관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크로뮴의 몰질량 [g/mol]이 필요하다.

- 크로뮴의 원자량이 52이므로, 52 g = 1 mol 관계가 성립한다. 52 mg = 1 mmol 이므로, 1 mg = (1/52) mmol 이다. 이것을 흡광계수 값에 대입하면,  0.0380*52*1000 = 1976 [L/(mol·cm)] 이다.


  원리를 이해한다고, 실제 분광광도계를 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측정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도 많다. 올바른 큐벳 사용, 큐벳 종류 결정, 백그라운드(블랭크) 용액을 이용한 베이스라인(영점) 설정, 표준 용액의 묽힘 배율 결정 등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분석 원리를 이해한 상태라면 다른 부수적인 내용들은 검색이나 지도교사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학교에 가시광선-자외선 분광광도계가 구비되어 있다면, 자유탐구나 과제연구에 적극 활용해보자.

 

고등학생을 위한 분광광도법 (3) 정량분석

- 끝 -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전 글

  1) 기초 : https://stachemi.tistory.com/129

 

고등학생을 위한 분광광도법 : (1) 기초

들어가기 바쁘디 바쁜 고등학생이 분광광도계(spectrophotometer)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 보통의 경우 이공 계열의 대학교 1학년, '일반화학실험'에서 처음 접한다. 스무살 성인 되고, 대학생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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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성분석 : https://stachemi.tistory.com/130

 

고등학생을 위한 분광광도법 : (2) 정성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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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시 문항 출처 - NCIC 국가교육과정 정보센터 > 교육과정 자료실 > 평가 기준 > 191번 과학계열

http://ncic.go.kr/mobile.mest.br6.list.do

 

NCIC 국가교육과정 정보센터

 

nci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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