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화학/화학이야기

고등학생을 위한 분광광도법 : (1) 기초

728x90

 

들어가기

  바쁘디 바쁜 고등학생이 분광광도계(spectrophotometer)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 보통의 경우 이공계열의 대학교 1학년, '일반화학실험'에서 처음 접한다. 스무 살 성인 되고, 대학생 되었다고 해서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분석 기기의 원리부터 작동법까지 단번에 이해될 리는 없다. 비교적 가벼운 수준의 분광학 내용이지만 생소함이 더 크기 때문에 어려운 게 당연하다.

  사실, 이공 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의 경우, 분광법을 간단하게라도 알면 자유탐구나 과제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꽤나 많다. 초반 진입 장벽이 있긴 하지만 가볍게 자외선-가시광선(UV-Vis) 분광기 정도만 사용해도 결과의 퀄리티를 바꿔줄 수 있다. 물론, 학교에 분광광도계가 구비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긴 하다.

  요즘은 과학고나 영재고가 아닌 일부 일반고에서도 예산을 확보하여 관련 기기들을 구비해 놓고, 학생들의 과제연구를 지원해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기가 보편화되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 글이 관심 밖의 내용이겠지만, 당장 분광광도계를 사용해야 하고 분석 원리를 알아야 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계획 없이 쓰기 시작한 것이라 분량이 어느정도가 될지 가늠이 안되지만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려 하며, 아마도 기초, 정성분석, 정량분석의 순서가 될 것 같다.

  이번 글에서는 주로 분광광도법의 원리와 비어-람베르트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고등학생을 위한 분광광도법 : (1) 기초

- 분광광도계의 분석 원리와 Beer-Lambert 법칙 -

 

1. 물질에 빛을 쬐어주면

  분광광도법(spectrophotometry)빛을 이용하여 물질 정보를 알아내는 분석법이다. 물질에 빛을 쬐어주면,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분자)들이 빛의 영향을 받는다.

  분자가 빛을 흡수하면 분자의 에너지가 높아진다. 쉽게 말해 들뜬상태(excited state)가 된다. 분자가 흡수했던 빛을 방출하면 에너지는 낮아진다. 분자의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를 바닥상태(ground state)라 한다.

  우리가 쬐어주는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알맹이)다. 빛 알맹이는 파장에 따라 에너지가 다르다. 빛 알맹이 하나의 에너지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hυ  =  hc / λ

  파장 λ 이 길수록(진동수 υ 가 작을수록) 에너지가 작고, 파장 λ 이 짧을수록(진동수 υ 가 클수록) 에너지는 크다. 따라서 쬐어주는 빛의 파장에 따라 분자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그림 1. 빛의 스펙트럼 [출처] https://www.khanacademy.org/science/biology/photosynthesis-in-plants/the-light-dependent-reactions-of-photosynthesis/a/light-and-photosynthetic-pigments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microwaves)는 분자의 회전 운동을, 적외선(infrared)은 분자의 진동 운동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 가시광선(visible light)과 자외선(ultraviolet)은 전자를 더 높은 오비탈로 들뜨게(전자 전이) 할 수 있다. 자외선보다도 파장이 짧은 X-선은 분자의 결합을 깨버리거나 전자를 제거해 이온을 만들기도 할 만큼 강력하다. 물질로부터 어떤 정보를 얻고 싶은지에 따라 사용하는 빛의 파장이 달라진다.

그림 2. 바닥상태(gs)와 쬐어준 빛의 파장에 따른 전자전이, 진동전이, 회전전이

 

2. 비어-람베르트 법칙(Beer-Lambert Law)

  분석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분석할 시료(분석 대상)가 필요하다. 그리고, 분석에 사용할 빛(광원)이 필요하다. 빛을 공급해주고 분석까지 해주는 장치가 분광광도계이다.

  만약, 학교에 자외선-가시광선 분광광도계(UV-Vis Spectrophotometer)가 있다면, 그 장치는 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대의 빛을 쏴줄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 200nm ~ 1000nm 정도 범위의 빛을 쏴줄 것이다. 장치 내부에는 빛의 공급원인 램프 광원(Light Source)이 어딘가에 있다. 램프 광원의 종류에 따라 빛의 파장 영역이 달라진다.

  장치(분광광도계)는 어떻게 시료를 분석할까? 알고 보면,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그림 3. 분광광도계의 구조

  장치를 작동하기 전에는 내부가 깜깜해야 한다. 빛이 1도 없어야 한다. 장치를 작동시키면, 광원으로부터 유일한 빛이 특정 세기(P0 )로 나온다. 우리는 빛이 지나갈 경로에 시료를 미리 놓아두어야 한다.

  빛이 시료를 통과하면서 일부가 시료에 흡수된다. 흡수되지 않고 통과한 나머지 빛은 검출기(detector)에 도달한다. 만약, 시료가 빛을 흡수했다면 검출기에 도달한 빛의 세기(P )는 처음 쏴준 빛의 세기(P0 )보다 약할 것이다.

  장치는 처음 쏴준 빛의 세기(P0 )와 검출기에 도달한 빛의 세기(P )를 비교한다. 시료가 얼마나 빛을 흡수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결과를 알려준다.

그림 4. 시료 분석 과정 [출처] Fundamentals of Analytical Chemistry 9th, Skoog, Fig. 24-5 (a)

 

  장치는 우리에게 투광도(transmittance, ) 형태로 정보를 준다. 투광도 '처음 빛의 세기(P0 )'와 '검출된 빛의 세기(P )'의 분율이다.

  만약, 장치가 빛을 100의 세기로 쐈는데 검출기에 도달한 빛의 세기가 20 이었다면, 투광도 는 0.2 이라고 알려준다. 투광도 는 0 에서 1 사이의 값을 갖는다. 알기 쉽게 백분율 투광도(%T, 100)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시료는 빛을 얼마나 흡수했을까?

  통과한 비율인 투광도가 0.2면, 흡수한 비율은 0.8 아닌가?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료가 빛을 흡수한 정도를 나타내는 흡광도(absorbance, A)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아쉽지만, 투광도 T 흡광도 A 는 로그 관계를 갖는다. 투광도 T - log 를 취한 것흡광도 A 이다. (왜 로그 관계를 갖는지는 '분석화학' 책의 '비어-람베르트 법칙의 유도과정' 부분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글 수준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생략한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더보기>의 링크를 참고해 보자.)

 

    투광도와 흡광도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자. 빛이 시료에 전혀 흡수되지 않았다면, 빛이 모두 투과하여 검출기에 도달한다. 따라서 P0 = P , T = 1 이 되어 흡광도 A = 0 이 된다. 반면, 10 % 의 빛만 투과했다면(T = 0.1), 흡광도 A = 1 이다. 투광도 T, 흡광도 A의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 표와 같다.

표 1. 투광도(T), 퍼센트투광도(%T), 흡광도(A) 사이의 관계

 

  흡광도는 분석 과정에서 매우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시료 내 빛을 흡수하는 화학종의 몰농도(c )에 따라 흡광도(A )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선형(linear)으로 비례하는 관계이다. ( y = ax)

  흡광도 A 와 시료의 몰농도 c 사이 관계를 나타내는 법칙이 바로 '비어 법칙(Beer's Law)'이다.

그림 5.1. 비어 법칙


  흡광도는 빛이 물질을 통과하는 길이(광로, path length)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상대로, 통과해야 하는 길이 b 가 길어질수록 흡광도(A )는 높아진다. 이것을 '람베르트 법칙(Lambert's Law)'이라고 한다.

그림 5.2. 람베르트 법칙


  농도 c 와 빛의 통과 길이 b 에 대한 두 법칙을 조합한 것이 "비어-람베르트 법칙(Beer-Lambert Law)"이다.

그림 5.3. 비어-람베르트 법칙


  분광 광도계로 흡광도를 측정할 때, 분석할 물질(시료)을 셀(cell) 또는 큐벳(cuvette)이라고 불리는 용기에 담게 된다. 큐벳의 가로, 세로 길이가 1 cm인 것을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에 빛이 통과하는 거리인 b 값은 거의 고정되어 있기에 상수처럼 취급할 수 있다.

  몰 흡광 계수(molar absorptivity, ε)는 물질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값이다. 몰 흡광 계수가 크다는 것은 물질이 빛을 잘 흡수한다는 뜻이다. 만약, 물질의 농도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흡광도를 측정하여 그 물질의 몰 흡광 계수를 알아낼 수 있다. 또는 반대로 몰 흡광계수를 아는 물질의 흡광도를 측정하여, 미지의 농도 값을 찾아낼 수도 있다.

 

3. 정리

  내용을 정리해 보자. 물질에 빛을 쬐어주면, 물질은 빛을 흡수한다. 분광광도계는 물질이 얼마나 빛을 흡수하는지를 투광도(T )나 흡광도(A )의 형태로 알려준다. 흡광도는 물질의 농도에 비례하기 때문에 흡광도를 측정하면, 농도를 모르는 물질의 농도를 알아낼 수 있다. 흡광도와 농도의 관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어-람베르트 법칙을 사용한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기초편 - 끝 -

 

* 다음글 : 정성분석 https://stachemi.tistory.com/130

 

고등학생을 위한 분광광도법 : (2) 정성분석

고등학생을 위한 분광광도법 : (2) 정성분석 - 흡광 스펙트럼의 최대 흡수 파장 - 0. 들어가기 우리는 앞선 글(1)을 통해 장치(분광광도계)가 시료를 분석하는 과정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았다. 간략

stachemi.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