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화학/화학이야기

이상 용액과 실제 용액 (ideal solution & real solution)

728x90

 

 

이상 용액과 실제 용액  |  ideal solution & real solution

 

 

  2성분 혼합물(용액) 단원에서 이상 용액(ideal solution), 이상적 묽은 용액(ideal dilute solution), 실제 용액(real solution, 또는 비이상 용액 nonideal solution) 등의 용어가 한꺼번에 등장하면 적잖게 헷갈릴 수 있다. 또한, 차이를 설명해도 그게 그것 같아서 문장만으로는 크게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상 용액은 몰분율 전 구간에서 라울 법칙을 만족한다. 실제 용액은 이상 용액과 달리 용매-용질의 상호작용 차이에 의해 양의 오차, 음의 오차를 갖는다. 이 때문에 실제 용액은 법칙만을 가지고, 특정 몰분율에서의 증기압 값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이상적 묽은 용액의 경우 용매는 '라울 법칙'을 따르고, 용질은 '헨리 법칙'을 근사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해당 조성에서의 증기압을 찾을 수 있다.


  화학을 처음 학습하는 단계라면, 위 설명만으로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자책할 필요는 없다. 반면, 위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이해된다면 아래 본문을 애써 읽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1. 이상 용액 (ideal solution)

  이상 용액은 '혼합물을 구성하는 성분 액체들이 전체 몰분율 구간에 대하여 라울 법칙을 만족하는 용액'을 말한다. 위 문장에서 쉽게 지나치지만, 중요한 부분인 '전체 몰분율 구간에 대하여'를 굵게 표시하였다.

  라울 법칙(Raoult's Law)은 몰분율(=XA)과 증기압(=PA)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 식이다. 몰분율을 x, 증기압을 y 로 하여 그래프를 그렸을 때 몰분율 0부터 1까지 전체 구간에 대해 기울기가 PA* 인 직선 형태를 보인다면, 그 용액은 이상 용액이다. 

그림 1. 이상용액의 몰분율-증기압 그래프 (좌측부터 순서대로 액체A, 액체B, A+B 용액)

  라울 법칙만 떼어 놓고 보면, 증기압 크기는 용액 내 다른 액체 성분과는 무관하다. 함께 섞인 성분이 B인지 C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전체 용액 중 A가 차지하는 비율, 몰분율(XA)에만 관심 있다.

  이상 용액은 모든 몰분율 구간에서 라울 법칙을 만족한다고 했으므로, '무슨' 성분 물질이 섞였는가 보다는 '얼마나' 섞였는가에만 관심을 둔다. 이를 용액의 총괄성(colligative property)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상 용액은 어떤 상태일까? 이상 용액을 구성하는 성분들은 어떤 환경에 놓여 있을까?

  만일 A와 B가 혼합되어 이상 용액을 만들었다면, 성분 A(또는 B)는 혼합 전(순수한 용매로 존재)과 후(혼합 용액으로 존재)를 열역학적으로 구별하지 못한다. A는 용액에서 자신과 상호작용하고 있는 물질 입자가 A인지 B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다.

  순수한 A와 순수한 B를 혼합하면, 각기 존재하던 A, B가 서로 같은 공간에 있는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진다. 혼합 전 A와 B는 오직 A 끼리 또는 B 끼리만 상호 작용만 했지만, 혼합 후에는 A-B 사이에 새로운 상호 작용이 발생한다.

  만약 이때, A와 B의 분자 구조가 매우 유사하여 A-B 사이 발생하는 새로운 상호 작용 크기가 혼합 전 A-A 상호작용 혹은 B-B 상호작용 크기와 구분되지 않으면 A는 자신의 주위에 B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없다. 결국 전체 중 차지하는 비율 입자수만큼 증기를 만들고, 라울 법칙을 충실하게 따르게 될 뿐이다.

  마치 기체 혼합물의 성분 기체들이 보일-샤를 법칙을 만족하 듯, 액체 혼합물의 성분 액체들은 라울 법칙을 만족한다. 실제로 벤젠(benzene)과 톨루엔(methylbenzene)은 분자 구조가 매우 비슷하여 혼합 후 이상 용액처럼 행동한다.

그림 2. 벤젠(Benzene)과 톨루엔(methylbenzene)의 혼합 용액  [출처] Atkins Physical Chemistry 8th, Fig 5.12.

 


 

2. 실제 용액 (real solution)

  그러나 액체를 단순히 혼합하여 이상 용액이 되는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 혼합된 물질들은 보통 구조적 차이를 가지며, 따로 존재할 때는 없었던 용매-용질 사이 상호작용에 의해 혼합 전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아세톤(acetone) 분자라도 어떤 물질과 혼합되었는지에 따라 용액 성질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림 3. 물과 아세톤의 수소결합

  <그림 3>과 같이 아세톤이 물(H2O)과 혼합되면, 순수한 용매 상일 때는 가능하지 않던 수소 결합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혼합 전에는 없었던 강력한 분자 사이 상호작용이 분자들을 열역학적으로 안정화시킨다. 이는 아세톤과 물이 서로를 구분할 수 없고 단순히 섞여만 있던 이상 용액 환경보다 증기를 만들기 어렵게 한다. 따라서 증기압은 낮아지며, 이상 용액의 직선 그래프와 비교했을 때, 아래로 쳐지는 음(-)의 편차를 갖게 한다.

  반면, 아세톤이 이황화탄소(CS2)와 혼합되면, 정반대 결과를 보인다. 혼합된 두 액체는 각 용매끼리(아세톤-아세톤, CS2-CS2)의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방해하고, 그 크기를 이전 상호작용보다 약화시킨다. 이에 각 성분은 이상 용액 환경보다 증기를 만들기 쉬워지고, 증기압은 높아진다. 결과적으로는 양(+)의 편차를 갖게 한다. 

그림 4. 양의 편차(아세톤-CS2), 음의 편차(아세톤-H2O)

  실제 용액은 이상 용액과 달리 라울 법칙을 만족하지 못하는 몰분율 구간이 존재하며, 이에 직선형의 그래프 또한 갖지 않는다.

 


 

3. 이상적 묽은 용액 (ideal-dilute solution)

  그런데 <그림 5>의 화살표로 표시된 용액 몰분율이 1에 가까운 양쪽 끝 지점을 보면, 두 성분 중 한 가지 성분의 증기압은 이상 용액 그래프(직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5. 이상적 묽은 용액에서 용매의 증기압은 라울의 법칙을 따른다

  붉은색 아세톤 증기압 곡선 XA=1 부근에서, 푸른색 CS2와 물의 증기압 곡선 Xw=1 (XCS2=1) 부근에서 이상 용액 그래프(직선)와 편차가 거의 없다. 이 부근의 공통점은 용질이 매우매우~~ 적게 포함되어 순수한 용매 성질에  매우매우~~ 가까울만큼 묽은 용액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액체 혼합물은 포함된 성분 액체의 양에 따라 용매와 용질을 나누는데, 보통은 양이 많은 것을 용매, 양이 적은 것을 용질로 구분한다.

  이에 따라 <그림 5>를 살펴보면, XA=1(순수한 아세톤) 부근거의 아세톤에 가까운 용액이라 할 수 있으며, 첨가된 CS2(혹은 H2O)이 매우 적게(용질) 포함되어 있는 매우매우~~ 묽은 용액이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인데, XCS2=1 (또는 Xw=1) 부근은 거의 CS2(또는 물)에 가까운 용액이다. 역시 매우매우~~ 묽은 용액이다.

  매우매우 묽은 용액의 용매와 순수한 용매의 환경은 유사하며, 혼합에 의한 편차가 나타나지 않기에 이상 용액 그래프(직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조성의 용액을 이상적 묽은 용액(ideal-dilute solution)이라 한다. 한마디로 이상적 묽은 용액은 용매가 용질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포함된 용액이다.

  "이상적 묽은 용액의 '용매' 증기압은 라울 법칙을 만족한다."

  그런데 이상적 묽은 용액에 매우매우~~ 미량 포함된 용질 상황은 용매와 좀 다르다. 용질은 주위에 온통 용매 입자로 둘러싸여 있으며, 주위에 용질만 존재하는 순수한 상황과 차이가 크다. 다시 말해 1 방울의 CS2를 포함한 아세톤 1 L, 혹은 1 방울의 아세톤을 포함한 물 1 L에서, 한 방울에 해당하는 물질의 증기압을 말하는 것이다. 이상적 묽은 용액의 '용질'은 이상 용액일 때와는 큰 증기압 차이를 갖는다. 

  "이상적 묽은 용액의 '용질' 증기압은 라울 법칙을 만족하지 않는다. 헨리 법칙을 만족한다."

그림 6. 이상적 묽은 용액에서 라울의 법칙, 헨리의 법칙 적용

  <그림 6>은 실제 용액 내 B 증기압 곡선(붉은색)을 나타낸 것이다. B 증기압 곡선 양 극단은 이상적 묽은 용액 조성을 가지며, B가 용매로 작용하는 구간(XB≒1)에서는 라울 법칙이, 용질로 작용하는 구간(XB≒0)에서는 헨리 법칙이 적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헨리의 법칙은 1803년 영국의 윌리엄 헨리(William Henry, 1774-1836)가 실험적으로 발견한 법칙이다. 이상 용액의 경우 모든 몰분율 구간에 대해 순수한 용매 증기압(*)을 기울기로 하는 그래프를 보이면서 라울 법칙을 만족한 것과 달리, 기체-액체 혼합 용액의 경우 P * 를 대신하는 새로운 비례 상수값(K )을 가짐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 기체들에게만 근사적으로 적용되었는데, 용액과 평형을 이루는 기체의 압력과 물에 녹아들어 간 기체의 농도와의 관계를 보여주었기에 이상적 묽은 용액 내 용질의 몰분율과 증기압으로 일반화될 수 있었다. 헨리의 법칙은 위의 몰분율 부분을 변환하여 몰랄농도, 용해도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이제 글의 초반부에 쓰인 것을 통해 다시 살펴보며, 정리해보자.

  이상 용액은 몰분율 전 구간에서 라울 법칙을 만족한다. 실제 용액은 이상 용액과 달리 용매-용질의 상호작용 차이에 의해 양의 오차, 음의 오차를 갖는다. 이 때문에 실제 용액은 법칙만을 가지고, 특정 몰분율에서의 증기압 값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이상적 묽은 용액의 경우 용매는 '라울 법칙'을 따르고, 용질은 '헨리 법칙'을 근사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해당 조성에서의 증기압을 찾을 수 있다.

 

이상 용액과 실제 용액

-끝-

 


*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련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나 오류 등에 대해 코멘트해주시면, 빠른 시일 내에 정정 혹은 답변드리겠습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