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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고체의 결정 구조 (Crystal Structure of Sol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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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의 결정 구조  |  Crystal Structure of Solids

 

 

1. 물질의 세 가지 상태

  물질의 상태는 고체(solid), 액체(liquid), 기체(gas) 세 가지로 구분된다. 상태는 물질을 이루는 입자 간 거리에 따라 구분된다. 입자 간 거리가 멀면 기체, 매우 가까우면 고체이다. 적당히 가깝고도 멀면 액체이다.

  상태에 따른 입자 간의 거리 차이로 인해 학문적으로 관심 갖는 영역 또한 달라진다. 기체는 다른 상에 비해 입자 간 거리가 매우 멀어 상호 작용이 거의 무시된다. 상호 작용이 없으니 기체 입자들의 퍼텐셜에는 관심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기체의 운동'에만 관심을 갖는다. 기체를 관찰해서 얻는 다양한 현상(부피, 압력, 온도, 입자수 사이의 상관관계)과 규칙성을 기체의 운동으로 설명한다. 이에 화학 이론서 대부분에 기체분자운동론(kinetic molecular theory)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림 1. 물질의 세 가지 상태

  반면, 고체는 입자 간 거리가 매우 가까워 경직된 구조를 갖는다. 입자끼리 너무나도 가깝게 위치하여 운동이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제자리에서 진동하는 정도다. 이에 고체는 운동에 대해 다루는 일이 없다. 반면, 입자 간 거리가 매우 가깝기 때문에 퍼텐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고체 입자 간에 ‘어떤 상호 작용(결합)’을 하는지, ‘어떤 배열을 갖는지’에 집중한다.

  액체는 운동과 배열 모두, 기체나 고체에 비해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다. 책에서도 주로 액체의 성질이나 관찰 가능한 현상(표면장력, 모세관 현상 등) 위주로 다룬다.

 

2. 고체의 구조

   가. 결정성 고체와 비결정성 고체

  고체는 입자들끼리 큰 상호 작용을 하며, 작은 부피 내에 많은 입자가 모여있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모여있는가(배열)’라는 질문이 고체를 세분화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간단하게 규칙성 유무에 따라 결정성 고체(crystaline solid)비결정성 고체(amorphous solid)로 나눈다. 결정성 고체는 규칙적인 배열을, 비결정성 고체는 불규칙적인 배열을 갖는다. 석영(quartz)과 유리(glass)는 규소(Si)와 산소(O)라는 공통 입자들로 고체를 이룬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석영은 결정성, 유리는 비결정성이다. 우리는 규칙성이 있고, 이를 통해 고체의 성질을 일반화할 수 있는 결정성 고체에 관심을 둔다.

그림 2. 배열의 규칙성에 따른 고체의 분류 (단결정, 다결정, 비결정)

   나. 결정성 고체의 배열 - 브라베 격자

  고체의 배열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모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까? 고체의 구성 입자를 완전한 구(sphere)로 가정하고, 이 입자들이 차곡차곡 쌓여 전체 구조가 형성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종류'의 입자만을 쌓아 구조물을 만든다 생각해보자. 구조물의 형태는 얼마나 다양할 수 있을까?

  앞서 결정성 고체는 규칙적인 배열을 갖는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결정 구조의 최소 단위를 무한히 반복하면서 확장해나가면, 전체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이때, 반복의 최소 단위인 기본 격자단위 세포(unit cell) 또는 단위 격자(unit lattice)라 한다.

  프랑스의 결정학자 오귀스트 브라베(Auguste Bravais, 1811-1863)는 '고체 결정의 겉보기 구조와 입자의 배열 관계에 관한 연구'를 통해 3차원 공간에서 가능한 단위 세포의 구조는 크게는 7 가지, 세부적으로는 14 가지로 구분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것을 브라베 격자(Bravais Lattice)라 한다. 단위 세포는 가로, 세로, 높이의 길이(a, b, c)와 맞닿아 이루는 각도(α, β, γ)를 통해 구분한다.

그림 3. 브라베 격자(Bravais Lattice) [출처] Inorganic Chemistry 5th, Miessler, Fig 7.1.

  대학이나 학과 커리큘럼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화학 수준에서는 보통 입방정계(cubic system)와 육방정계(hexagonal system) 정도를 다룬다. 사실 입방정계만 제대로 이해했다면 전체적인 고체 배열이나 쌓음 원리 등에 대해 설명 가능하다.

  굳이 육방정계까지 함께 다루는 이유를 한가지만 꼽아보자면, 입방정계의 면심 입방(fcc)과 육방 구조의 비교를 통해 '쌓음 방식(ccp, hcp)에 따른 결정 구조의 변화'를 경험하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이에 반해 고등학교에서는 점점 고체 내용이 줄어들고 있다. 줄고, 줄어 현재 교육과정(2015 개정)에서는 입방정계 내 체심과 면심입방구조를 소개하는 수준으로 다루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수능에서 변별을 위해 중요하게 다루는 기체 덕분에 없애지도 못하고, 간신히 남아있는 소멸 직전의 상태처럼 느껴진다.

 

3. 입방정계 (cubic system)

  이 글에서도 브라베 격자 7 가지 중 입방정계만을 다루려 한다. 사실 나머지는 잘 모른다. 위 <그림 3>의 제일 윗 줄에 표현되어 있다. 일반적으로는 입방체(cube)라는 표현보다 정육면체가 더 익숙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입방체는 가로, 세로, 높이의 길이가 모두 같고(a = b = c), 이들이 이루는 각(αβγ)이 모두 90 도인 구조체를 일컫는다. 한 종류의 입자를 쌓아 구조물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구조물의 기본이 되는 단위 세포 모양이 가로, 세로, 높이의 길이가 모두 같고, 이들이 이루는 각이 모두 90 도가 되었다는 뜻이다. 브라베가 분류한 표에 따르면 입방 구조는 단순(primitive, sc), 체심(body-centered, bcc), 면심(face-centered, fcc) 세 가지로 세분화 된다. 아쉽게도 측심(end-centered) 위치에 입자를 배치하여 가로, 세로, 높이가 같은 입방 구조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그림 4>에 표현되어 있다.

그림 4. 입방 구조

  <그림 4> 에서 체심, 면심, 측심에 위치한 입자의 비교를 통해 구조적 특징을 보여주고자 약간의 색깔 차이를 두었지만, 모두 동일한 크기와 종류의 입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 단순 입방 구조 (simple cubic, sc)

  단순 입방 구조는 8 개의 입자가 서로 맞닿아 입방체를 이룬다. 원시 입방 구조라고도 한다. 실제로 동일한 크기의 탁구공 8 개로 단순 입방 구조처럼 쌓았다고 생각해보면, 이 구조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불안정한 구조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도 단순 입방 구조를 갖는 고체 결정은 매우 드물다. 폴로늄(84Po)의 α-상이 유일한 단순 입방 구조이다. 

  단순 입방 구조의 배위수(coordination number)는 6이다. 하나의 입자를 둘러싼 최근접 입자 수가 6 이다. 쌓아서 만들어진 구조에서 최근접 입자는 맞닿아 있는 입자들이다. 하나의 입자를 중심으로 양 옆, 위 아래, 앞 뒤 총 6 개와 맞닿아 있다. <그림 5>

그림 5. 단순 입방 구조의 배위수(=6)

  나. 체심 입방 구조 (body-centered cubic, bcc)

  단순 입방 구조로 8 개의 입자가 배열되면, 가운데 빈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에 동일한 크기의 입자를 <그림 6>에서처럼 완전히 밀어 넣는다. 당연히 빈 공간보다 입자의 크기가 훨씬 크기 때문에 꼭짓점에 서로 맞닿아 있었던 8개의 입자는 바깥쪽으로 밀려나간다. 동일한 입자를 사용하여 단순 입방과 체심 입방을 각각 만든다면, 체심 입방의 단위 세포 한 변의 길이가 단순 입방의 한 변 길이보다 길 수밖에 없다.

그림 6. 단순 입방 구조의 중심에 입자를 완전히 밀어 넣어 체심 입방 구조를 만드는 과정

  체심 입방 구조는 줄여서 bcc라 부른다. 단위 세포 중간에 위치한 입자를 중심으로 8 개의 입자가 둘러싸고 있는 모양을 가졌다. 이에 체심 입방 구조의 배위수(coordination number)는 8이다. 단위 세포 중심에 위치한 입자꼭지점에 위치한 8 개의 입자가 맞닿아 있다.

* 주의 : 체심 입방 구조와 염화세슘(CsCl)형 구조는 분명히 다르다.

  브라베 격자의 구분이 모두 동일한 입자로 만들어진 구조에서의 분류라는 것을 잊으면, 머릿속에서 체심 입방 구조와 염화세슘(CsCl) 구조가 섞여버리기 시작한다. 잘 생각해보자. 염화세슘은 이온 결정이다. 이온 결정은 크기와 전하가 다른 두 종류의 이온들이 정전기적인 상호 작용(이온 결합력)에 의해 배열된 것이다.

그림 7. 체심입방구조(bcc)와 염화세슘(CsCl)형 구조

  체심입방구조(bcc)와 염화세슘(CsCl)형 구조를 혼동하는 이유는 두 구조 모두 8 개의 입자가 단위 세포 꼭지점에 위치하고, 세포 중심에 완전한 입자 하나가 채워져 있다는 점(배위수=8)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CsCl 구조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입자(초록색)가 만들어 낸 가운데 틈새 자리(빈 공간) 크기에 잘맞는 입자(노란색)를 끼워 넣은 것이다. 예를 들면, 농구공 8개로 단순입방구조를 만들고 중간 틈새 자리에 딱 맞을 크기의 야구공을 끼워 넣은 것이 CsCl형 구조이다. 반면, 체심 입방 구조는 가운데 빈 틈에 똑같은 크기의 농구공을 욱여넣어 기존의 농구공들이 조금씩 밖으로 밀려나가 만들어진 구조이다. 결과적으로 틈새 자리에 더 큰 입자가 채워진 체심 입방의 크기가 기존 단순 입방보다 커진다. (위 <그림 7>의 체심 입방 구조는 CsCl형과 달리 꼭짓점에 위치한 입자들끼리 서로 맞닿아있지 않음에 주목하자.) 

  따라서 '염화세슘(CsCl)은 체심입방구조다.'라고 표현하면 조금 곤란하다. 염화세슘과 같은 이온 결정은 이온 각각의 배열을 말하거나 염화세슘(CsCl)형 구조, 염화나트륨(NaCl)형 구조 등과 같이 구조를 대표할 수 있는 예시 물질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 면심 입방 구조 (face-centered cubic, fcc)

  사실, 입방정계의 하이라이트는 면심 입방 구조이다. 줄여서 간단히 fcc라 부른다. 많은 금속들이 대부분 면심 입방 구조를 가질 정도로 조밀하고, 안정한 배열이다. <그림 8>을 통해 면심 입방 구조의 특징을 살펴보면, 단순 입방 구조의 6 개 면에는 각각 4 개의 입자(초록색)가 면을 이루고 있는데, 맞닿아 생성된 가운데 틈새를 향해 같은 크기의 입자(연두색)를 절반만 밀어 넣은 상태와 같다.

그림 8. 단순 입방 구조의 6개의 면에 입자를 반만 밀어 넣어 면심 입방 구조를 만드는 과정

  면심 입방 구조의 배위수는 12이다. 보통은 단위 세포 면심에 위치한 입자(붉은색)를 기준으로 세는 것이 간편하다. 면심에 있는 입자는 같은 평면 상에 4 개(5,6,7,8 번)의 입자와 맞닿아 있으며, 아래층 4 개(9,10,11,12 번), 위층에 4 개(1,2,3,4 번)의 입자와 맞닿아 있다. 

그림 9. 면심 입방 구조의 배위수(=12)

  사실, 면심 입방 구조는 최조밀 쌓음(closest packing)을 통해 만들어진 구조라는 점에서 육방밀집구조(hcp)와 비교하며 생각해야 한다. 부족하지만, 이전에 작성해놓았던 글을 링크한다.

 

https://stachemi.tistory.com/25

 

최조밀 쌓음 구조 (closest packing structure)

입자의 쌓임 형태에 따른 구조의 차이 고체는 일반적으로 기체나 액체에 비해 구성 입자들이 매우 밀집해 있으며, 고체를 구성하는 입자를 단단한 구(sphere) 라고 가정했을 때, 가장 밀집된 (조��

stachemi.tistory.com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울러 본문에 사용된 그림 자료 중 [출처] 표기가 없는 것들은 직접 시간을 내어 만든 것들입니다. 활용 자료에 간단히 출처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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