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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불변 끓음 혼합물 (azeot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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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 끓음 혼합물 (azeotrope)

 

  이번 글을 통해서는 불변 끓음 혼합물(azeotrope)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불변 끓음 혼합물을 한자로 나타내면 공비(共沸) 혼합물(함께 공, 끓을 )인데, 풀어쓰면 '함께 끓는 혼합물(constant boiling mixture)'이다. 

  고등학교 화학2 용액 단원에서는 총괄성만 주구장창 다루다가 대학교 일반화학 용액 단원에서 갑자기 분별 끓음 혼합물을 맞이한다. 보통의 경우, 관련 내용은 깊이 다뤄지지 않고, 소개 정도에 머무르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학생들은 개념을 정확하게 형성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대부분의 물리화학 교재에 비교적 상세히 기술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혼자 공부하는 상황이라면 머릿속에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글 역시 마찬가지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참고] 접힌 글 - 본문 내용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연관 글 링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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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제 용액의 증기 조성선

  이상 용액의 조성에 따른 증기 조성선(주황색)을 나타내면, 아래 <그림 1>과 같다. 모든 몰분율 구간에 대해 용액 조성직선형(녹색)으로 나타나는 것에 반해  증기 조성은 완만한 곡선형(주황색)을 갖는다.

  용액 조성선과 증기 조성선에 의해 도표는 세 구역으로 구분된다. 용액 조성선(녹색)에 의해 구분된 위쪽 영역은 용액 단일 상이며, 증기 조성선(주황색)에 의해 구분된 아래쪽 영역은 증기 단일 상이다. 마지막으로 용액과 증기 조성선에 의해 갇힌 중간 영역에는 용액과 증기가 공존하고 있는 영역이다.

  만일 갇힌 영역 안에 임의의 한 점이 있다면, 이 점을 지나는 수평선을 하나 그려보자. 이때, 증기 조성선, 용액 조성선과 만나는 지점의 조성 값이 서로 평형을 이루는 증기(YA)와 용액 조성(XA)이다.

그림 1. '이상 용액'의 조성-압력 그래프

  이상 용액은 각 성분 액체가 모두 라울의 법칙을 만족하기 때문에 용액 조성선으로 평형을 이루는 증기 조성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용액은 양의 오차, 음의 오차가 발생하여 공식을 통해 예측할 수 없다. 이에 구체적인 혼합 용액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출처: en.Wikipedia.org]

그림 2. (a)물-폼산 혼합물과 (b)메탄올-클로로폼 혼합물의 조성-압력 그래프  [원본 그래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zeotrope

  실제 용액의 조성선평형을 이루는 증기 조성선을 하나의 그래프에 나타내면, <그림 2>와 같다. (a)와 (b)는 각각 음의 편차와 양의 편차를 나타내는 혼합 용액의 예이다.

  그림 2-(a)의 물-폼산 용액 조성선이상 용액(---)에 비해 매우 큰 음(-)의 편차를 보이며, 실제 혼합 용액의 증기압이 이상적인 용액일 때보다 작다. 이 경우 증기 조성선은 ∪자 형의 용액 조성선 바깥쪽(←→)으로 그려진다.

  반면, 그림 2-(b)의 메탄올-클로로폼 용액 조성선이상 용액(---)에 비해 매우 큰 양(+)의 편차를 보인다. 실제 혼합 용액은 이상적인 용액일 때보다 더 큰 증기압을 갖는다. 이 경우 ∩자 형의 용액 조성선 안쪽(→←)에 증기 조성선이 그려짐을 알 수 있다.

 


 

2. 불변 끓음 혼합물

  위의 '조성-압력 그래프'를 '조성-온도 그래프'로 나타내면 어떤 모양을 가질까? <그림 3>은 <그림 2> 혼합 용액을 '조성-온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3. (a)물-폼산 혼합물과 (b)메탄올-클로로폼 혼합물의 조성-온도 그래프  [원본 그래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zeotrope

  '조성-온도 그래프'는 마치 '조성-압력 그래프'를 뒤집어 놓은 듯하다. 온도가 낮은 아래쪽이 용액 영역, 온도가 높은 위 쪽이 증기 영역이다. 증기압이 큰 액체(HCHO, CHCl3)의 끓는점이 낮은 반면, 증기압이 작은 액체(H2O, CH3OH)의 끓는점이 높다. 하지만 '조성-압력 그래프'에서와 마찬가지로 용액 조성선과 증기 조성선에 의해 갇힌 영역이 생기며, 이 영역에서는 용액과 증기가 공존한다.

  [2020-09-28 추가] <그림 3>의 (a)의 경우 H2O-HCHO 그래프에서 HCHO의 끓는점(373.8 K)이 H2O의 끓는점(373 K) 보다 높기 때문에 완전히 조성-증기압 그래프가 완전히 뒤집힌 모양을 갖는다고 하기 어렵다. 이는 298 K 부근에서의 증기압은 H2O < HCHO 경향성을 갖지만, 두 액체의 증기압이 1 atm 가까이 되는 373 K 부근에서는 증기압이 H2O > HCHO 으로 역전되어 나타난 부분인 것 같다.

  <그림 2>의 '조성-압력 그래프'에서 큰 음의 편차를 보였던 (a) -폼산 용액은 '조성-온도 그래프'에서 최대 끓는점을 가진다. 반대로 큰 양의 편차를 보였던 (b) 메탄올-클로로폼 용액은 '조성-온도 그래프'에서 최소 끓는점을 갖는다. 최대 끓는점과 최소 끓는점에 해당하는 조성을 갖는 용액을 우리는 불변 끓음 혼합물(azeotrope)이라 한다.

  불변 끓음 혼합물의 특징은 용액의 조성(X)과 증기의 조성(Y)이 같다는 것이다. 불변 끓음 혼합물을 가열하여 얻은 증기의 조성 평형을 이루는 용액의 조성과 정확하게 같다. 이 때문에 마치 순물질을 끓일 때처럼 고정된 온도에서 용액 내 성분 A, B가 동시에 끓기 시작하며, 용액이 전부 다 끓어 증기가 될 때까지 온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증기를 다시 응축시키면, 처음과 같은 조성의 용액이 얻어진다.

 


  

3. 불변 끓음 혼합물과 증류

  액체 혼합물은 기본적으로 단순 증류법으로 분리하기 어렵다. 두 액체가 동시에 휘발하기 때문이다. 분별 컬럼을 사용하여 수차례 기화와 응축을 반복하면 순수한 두 물질로 분리할 수 있다. 분별 증류는 두 물질의 끓는점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변 끓음 혼합물은 두 물질이 동시에 끓기 때문에 분별 증류법을 통해서도 순수한 두 물질로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

  아래의 <그림 4>는 최대 끓는점을 갖는 액체 혼합물을, <그림 5>는 최소 끓는점을 갖는 액체 혼합물의 '조성-온도 그래프'이다. 최초 a 조성을 갖는 용액을 분별 증류했을 때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 살펴보자. 참고로 붉은색 그래프증기 조성선, 파란색 그래프용액 조성선이다.

 

  가. 최대 끓는점을 갖는 불변 끓음 혼합물

그림 4. 최대 끓는점을 갖는 액체 혼합물  [원본 출처] Atkins Physical Chemistry 9th, Fig 5.38.

  먼저 a의 조성을 갖는 용액을 가열해보자.

  1. 용액은 a2에 해당하는 온도에서 처음으로 끓기 시작하며, 최초 한 방울의 증기를 생성한다. 이 때 생성된 최초 한방울의 증기 조성은 a2'이며, 한 방울의 증기가 빠져나가고, 플라스크에 남은 용액의 조성은 a2가 된다.

  2. 증기 조성 a2'은 최초 용액의 조성인 a보다 우측에 위치하며, 이는 증기 내 A 몰분율이 용액보다 풍부하다는 의미다. 최초 한 방울의 증기가 빠져나가고 남은 용액의 조성 a2는 최초 a와 매우매우매우 유사하지만, 최초 a 보다 B가 약간 더 풍부한 상태이다.

  3. 계속 가열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증기를 계속 생성한다. 증기 조성선이 용액 조성선보다 항상 우측에 위치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생성되는 증기에는 A의 몰분율이 용액보다 풍부하다. 이 말은 남는 용액은 점점 B가 풍부해지는 조성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최초 a 에서 a2, 시간이 지남에 따라 a3 조성을 거쳐 a4 로 용액 조성은 변한다.

  4. 물론, 이 과정에서 a2', a3', a4' 증기 역시 생성된다. 생성된 증기들은 어떻게 될까? 최초 생성된 증기 a2'를 따라가 보자. 생성된 증기는 분별 증류관을 거치면서 응축, 기화, 응축, 기화 과정을 수차례 거쳐 점점 순수 A에 가까워진다. 분별 컬럼을 통과한 순도 높은 증기를 액화시키면 순수한 액체 A를 분리해낼 수 있다.(분홍색 화살표) 물론, a3', a4' 증기의 조성이 a2'과 다르지만 증기가 거치는 경로에는 차이가 없다. 결국 도달하는 곳은 순수 A이다.

  5. 반면, 남는 용액은 결국 최대 끓는점 지점인 b 조성(공비 조성)에 도달한다. b 조성 용액과 평형을 이루는 증기 조성 또한 b 이다. 이 증기를 응축, 다시 기화시켜도 증기의 조성은 b 로 같다. 응축, 기화를 반복해도 b 조성인 혼합 용액, 증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한 번 b 조성에 도달하면, 더 이상 조성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마치 순물질처럼 한 지점(끓는점)에서 끓고, 혼합물임에도 불구하고 용액이 모두 끓어 없어지기 전까지 온도 변화 또한 일어나지 않는다. 바로 이 용액이 불변 끓음 혼합물(azeotrope)이다.

 

  나. 최소 끓는점을 갖는 분별 끓음 혼합물

그림 5. 최소 끓는점을 갖는 액체 혼합물  [원본 출처] Atkins Physical Chemistry 9th, Fig 5.39.

  최소 끓는점을 갖는 용액도 차이는 있지만 위의 경우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위와 마찬가지로 a1 조성을 갖는 용액을 가열하자.

  1. 용액은 a2 온도가 되었을 때 끓기 시작하며, 최초로 한 방울의 증기가 생성된다. 최초 생성된 한 방울의 증기 조성은 a2'이며, 한 방울의 증기가 빠져나가고 플라스크에 남은 용액의 조성은 a2이다.

  2. 증기 조성인 a2'은 최초 용액 조성인 a1보다 좌측에 위치하며, 이는 증기 내 B 몰분율이 최초 용액에 비해 풍부하다는 의미다. 최초 증기 한 방울이 빠져나가고 남은 용액의 조성 a2는 최초 용액의 조성 a1과 매우매우매우 유사하지만, 최초 용액보다 A가 조금 더 풍부하다.

  3. 계속 용액을 가열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계속해서 증기를 생성한다. a11', a12', a13' 조성의 증기가 생성될 때마다 증기가 생성된 이후 남겨진 용액의 조성은 a11에서 a12, a12에서 a13으로 변한다. 남겨진 용액의 조성은 최종적으로 순수 A를 향한다. 용액을 계속해서 끓이면, 순수한 액체 A가 증류 플라스크에 남게 된다.

  4. 반면, 생성된 증기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살펴보자. 최초 생성된 a2' 조성의 증기를 대표하여 알아보자. 증기는 상승하여 분별 컬럼에 도달하고, 온도가 낮은 컬럼관 내부에서 a3 조성의 용액으로 응축된다. a3 용액은 a3' 증기와 평형을 이루며, 이렇게 생성된 a3' 증기는 분별 컬럼관을 통과하면서 다시 a4 용액으로 응축된다. 수차례의 기화와 응축을 반복하며 결국 도달한 곳은 조성 b(공비 조성)이다. (분홍색 화살표) 물론, a11', a12' 등의 증기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조성은 b 이다.

  5. 따라서 분별 컬럼관을 통과하는 모든 증기는 결국 모두 b 조성에 도달하며, 이를 액화시킨다 해도 b 조성의 용액만 얻어진다. 순수한 물질로 분리되지 못하고, 불변 끓음 혼합물(azeotrope)이 얻어진다.

 

불변 끓음 혼합물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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