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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왜 온라인 '개학'이어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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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우리나라가 코로나로 난리였던 것도 모자라, 이제는 세계 곳곳이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하루를 살고 있다. 길거리는 한산하고, 개개인이 갖고 있는 나름의 사정을 뒤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실천하는 중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이 드물고, 나 스스로도 외출 준비 마지막에 마스크를 챙겼나 확인하는 모습을 보면, 초등학교 시절 미래상상그리기에서 모두가 방독면을 쓸 것이라던 미래가 온 듯 하다. 난 환경오염으로 전 세계가 방독면을 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두어 달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원은 무기한 연기되었고, 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다. 온라인 개학은 학생과 학부모 뿐만아니라 교사들에게도 당연히 생소한 용어이다. 은퇴 직전의 현장 교사께서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하신 일일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즉, 현장에 모든 이가 처음 겪는 일일 것이다. 생소한 일을 할 때는 당연히 서툴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시행착오 역시 당연한 것이다.

  쏟아질 듯 늘어가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요즘들어 주춤하고 있긴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인 밀집된 환경에서 아직까지도 집단 감염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온전히 학교를 열어 학기를 시작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많이 모험적이다. 과거의 콩나물 교실과 비교하여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학교는 집단 생활이 기본이다. 모여서 함께 학습하는 공간이다.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많은 불편함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 교육부가 의도한 온라인 개학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용어' 자체는 나 역시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인터넷 상에서 보이는 몇몇 글처럼 학교는 수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에 '개학'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완전치 않다. 완전히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우리의 일상을 찾을 수 있을 때 학교를 열기로 하고, 그 전에 발생할 수 있는 교과 학습의 부족분을 온라인 학습(원격 수업)이라는 방법적인 측면을 이용하여 해소해주자고 하는 것이 보다 나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을 지원해주기 위해서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기존과 다른 방법론을 시도해야만 하고, 다소 급하게 자신만의 색깔 또한 갖추어야하기에 바빠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지금은 공식적으로 학교가 (온라인 상이지만)열리기 때문에 교사들은 현재의 시스템이 예전 학교 교육이 온전했을 때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부담을 함께 가지게 된다. 이는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다. 물리적으로 등교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거 학교 생활과 비교해봤을 때, 불확실함으로부터 오는 불안함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교사든 학생이든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형태로 학교가 열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을 지켜보는 학부모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왜 온라인 '개학'을 결정해야만 했을까? 그저 방구석에서 개개인의 건강과 학교교육이라는 점에만 단순하게 집중해 생각한 나와는 달리, 교육계의 직접적인 의사결정 단계에 포함되어 있는 분들은 다양한 '현실적 요인'들도 고려해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기한 연기되었을 때, 부족한 수업일수는 어떻게 채울 것인가? 가을학기 개학을 고려해야하는 것인가? 그것이 현재부터 준비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가? 학교 교육과 맞물려 돌아가는 상급학교 입시는 어떻게 되는가? 고3들의 수학능력시험 일정은? 사회 전반에서의 각계 각층의 다양한 요구는? 학교 교육이 멈춰 있는 동안 사교육은? 등등. 여기에 학교 교육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2차, 3차적으로 관련있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나비효과까지 고려했을 것이다. 단순하게 내린 결정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나 역시도 의사결정단계에 포함되었다는 상상을 하면,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하다.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닐 것이다.

  결국 온라인 '개학'이라는 교육부의 결정은 내려졌고, 이미 발표하였다. 학사 일정을 더 연기했을 때 처할 문제점이 불완전한 형태의 개학으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 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학교 현장에서는 본질적인 것들보다 평소 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개학으로부터 오는 고민들을 하고 있다. 어떤 원격교육 플랫폼을 써야하는가? 그것을 통해 학생들 관리는 이루어질 수 있는가? 온라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학생 출결 사안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수업시간에 이루어져야하는 쌍방향 교류와 수시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과연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것이 타당한가? 근거가 있는가? 이후 정상적인 학교로 돌아왔을 때, 문제가 되지는 않는가? 이러한 고민은 공식적으로 학교가 열리기 때문에 하는 고민들이다. 그나마 이러한 것들은 기존에 경험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교육을 시도하는 과정에서의 고민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라도 있지만, 더 비참한 현실은 플랫폼에 로그인이 되지 않아서, 고생해서 촬영한 영상이 업로드가 되지 않아서, 교사 인증이 되지 않아 수업 개설이 안되서, 갑자기 강의가 끊겨서 등의 이상한 곳에서 시간을 버리고, 스트레스 받는 다는 것에 있다. 

  만약 개학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에서의 온라인 교육 제공이었다면, 현장 학교에서 고민할 것은 단순해진다. 상황이 모두 다르겠지마는 마냥 넋놓고 있을 수는 없기에, 결국 학생들이 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충실하면서 학교가 해줄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다. 학년군이 낮을수록 온라인 학습의 효율이 떨어질테니 아이들의 건강과 기초적인 생활에 중점을 두되 가정 생활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새로운 방법들이 제시될 것이고, 학년군이 높아질수록 학습적인 측면에 대한 고민이 함께 동반되어 어떤 컨텐츠와 방법론을 통해 보충해줄 것인가에 집중할 것이다. 학교마다 자율성을 가질 수 되고, 각 학교가 처한 환경에 맞는 나름의 온라인 플랫폼이 구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교육부에서 (온라인)개학을 선언해버렸기에 학교는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출결을 관리해야 하며, 학생들의 활동을 누가 기록하고, 관찰해야 한다. 2020학년도 학사일정은 4월 6일부터 시작되었다. 상위기관에서 제시한 매뉴얼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최대한 근거를 찾아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 학교 자체적으로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일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절대로 과거의 평범했던 학년도에 들이댔던 잣대를 그대로 들이밀어서는 안된다.

  와이프가 오늘 퇴근 후에 한 말이 인상깊다. 요즘의 현장 교사는 마치 도깨비 '방망이'가 된 것 같다고 한다. 도깨비 손에 쥐어진 방망이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도깨비는 이미 "금 나와라! 뚝딱!"이라고 외쳤다. 그 다음부터는 방망이가 고민할 일이다. 물론, 도깨비가 고민없이 무책임하게 금 나오라고 않았을 것이라고 애써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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