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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치우침에 대한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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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고, 고집이 매우 센 편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내 주변으로부터 그런 말을 종종 듣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나를 대표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우리 아버지와 아들을 보면, DNA에 저장된 것인가 보다.)

  이러한 성향 때문인지 타인의 가볍거나 흐릿한 말에 쉽게 설득되지 않으려 고집스럽게 버티지만, 반박하기 어렵거나 타당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논리와 근거를 접하면 쉽게 수용하는 편이다. 내가 지닌 잠재된 독단적임(고집)을 경계하느라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 생각을 보완하고 내 생각이 치우치지 않았을까를 경계하며, 논리에 집착한다.

  그러나 스스로가 이러한 점을 지나치게 신경쓴다는 점은 좀 문제이다. 특히 일상 생활 속 타인과의 가벼운 대화를 제약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과 내 생각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공통된 생각이라도 반대편에 서서 반론하여 대화를 쉽게 멈추지 못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과 나의 생각과 큰 범위에서 통하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내 생각도 그래." 하고 동의하는 짧은 대화를 하지 못한다. "나도 너의 의견에 동의해. 그런데, 이러한 면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또는 이러한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왜 그런 걸까?" 하면서 내가 무심코 생각의 약점이라고 여기던 부분이나 차이를 보일 수 있는 쟁점을 끄집어내어 대화를 길게 만든다. 대화는 결국 대부분 상대방과 나 모두가 여러가지 내용에 대해 합의되거나 의심할 여지가 없을 때 끝나지만, 이 과정에서 상대방과 나와의 차이가 드러나게 되고 둘 모두를 굉장히 피로하게 한다.

  나는 스스로 독단적임에 치우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겨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대화를 이끌고자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화하는 누군가를 고집스럽게 내 스타일에 치우친 대화로 이끌어 피곤하게하는 불편함을 주고 만 것이다.

  대화 상대방이 나의 이러한 내재된 성향까지 고려하며 대화를 하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기대다. 내가 대화 상황에 따라 눈치껏 잘 빠져나올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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