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화학/화학이야기

배위 화학 (Coordination Chemistry) - 결합 (2)

728x90

 

배위 화학 (Coordination Chemistry) - 결합 (2)

 

배위화학 - 서론 :  [바로가기 링크]  https://stachemi.tistory.com/56 

배위화학 - 결합 (1) VBT :  [바로가기 링크]  https://stachemi.tistory.com/57

 


 

2. 결정장이론 (Crysral Field Theory, CFT)

  2.1. 배경

  독일의 한스 베테(Hans Bethe, 1906-2005)가 1929년에 제안한  결정장 이론(Crystal Field Theory, CFT)은 착물의 결합 설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결정장 이론은 리간드와 중심 금속 사이의 순수한 정전기적 상호작용에 근거를 둔 방법이다. 이는 금속과 리간드 사이의 결합을 순수한 이온결합으로 가정한 것이며, 금속 이온에 있는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리간드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이후 1935년 미국의 물리학자 존 H. 반 블렉 (J. H. Van Vleck, 1899-1980)이 금속과 리간드 사이의 상호작용에 약간의 공유결합성을 고려한 수정안을 발표하였으며, 이를 리간드장 이론(Ligand Field Theory, LFT)이라고 부른다. 결정장 이론(CFT)과 리간드장 이론(LFT)은 원자가결합이론(VBT)과 같은 시대에 제안된 것이지만, 거의 20년간 고체물리학 분야에서만 크게 이용되었고, 화학자들이 이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에 들어서 부터이다.

[그림] 결정장 이론(Crystal Field Theory, CFT)

 

※ 대부분의 교재에 리간드장 이론(LFT)이라는 명칭이 등장하지만, 모두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혼란을 준다. 대부분의 교재에 기재된 LFT 명칭은 크게 다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첫번째로 LFT가 CFT를 수정 보완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어 CFT를 LFT으로 대체하여 부르는 경우이며, 두번째는 CFT에 결여된 결합의 공유결합성을 Mulliken의 분자궤도함수 이론(Molecular Orbital Theory, MOT)과 조화시켰다는 점을 더 크게 주목하여 배위 화합물의 MOT 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결론 내리면, 반 블렉의 LFT는 태생적으로 CFT에 기원을 두고 있으면서 동시에 착물의 결합을 완전한 분자궤도함수처럼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결정장 효과(Crystal Field Effect) (좌) 8면체장(Oh), (우) 4면체장(Td)

 

  순수한 결정장 이론에서 리간드는 점 전하로 취급되며, 금속과 리간드 사이에서의 상호작용은 정전기적인 것으로만 가정한다.

  음전하에 의해 둘러싸인 금속 이온의 전자 상태는 리간드가 생성하는 정전기적인 장(field)에 의한 영향 때문에 이전의 자유로운 이온일 때와 상태가 달라지게 되며, 이 때 중심 금속의 전자 상태에 관심을 갖는다.

  기본적으로는 금속의 전자와 리간드장을 구성하는 리간드의 전자가 반발하는 상호작용을 기본으로 하며, 그 정도에 따라 에너지 갈라짐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착물의 결정장 효과(에너지 갈라짐)에 영향을 주는 금속-리간드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속 원자의 d-오비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금속의 d-오비탈은 5종류로 구분되며, dxy, dyz, dzx, dx2-y2, dz2 로 표현된다.

  (이 중 dz2의 경우 dz2-x2과 dz2-y2의 선형 결합에 의한 형태로 볼 수 있으며, 의미적으로는 두 형태의 평균 성질을 갖는 것 처럼 생각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을 통해 5종류의 오비탈 중 dxy, dyz, dzx는 x, y, z 공간 좌표에서 각각의 해당 지표가 만드는 평면상(xy, yz, zx 평면)에 놓여있는 오비탈들이며, dx2-y2, dz2는 x, y, z 공간 좌표의 축(x, y, z) 위에 놓여있는 오비탈들임을 알 수 있다.

 

  2.2. 결정장 갈라짐 에너지 (crystal field splitting Energy, CFSE, △)

    2.2.1. 배위수 6: 팔면체(octahedral, Oh)

[그림] 자유이온(Free ion), 구형장(sphere Field), 팔면체장(octahedral)에서의 d-오비탈 에너지 갈라짐

 

  리간드들의 전자에 의해 생겨난 정전기장 속에 놓은 금속 이온의 d-오비탈 전자들은 반발력을 느끼게 된다. 이 때 반발력의 정도는 리간드들이 생성한 장의 모양(또는 방향)에 의존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금속을 중심으로 구형 리간드장(Sphere Field)이 형성된 경우, 반발 상호작용에 의해 자유이온 상태의 금속에 비해 d-오비탈 에너지 준위는 전체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구형장의 경우 특정 방향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d-오비탈의 5중 축퇴는 유지된다.

  반면, 팔면체 리간드장(octahedral field)을 형성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구형장과 차이를 보인다. 팔면체 장을 형성하는 리간드는 금속을 중심으로 축방향(x, y, z )에서 접근하며, 금속의 축 선상에 놓인 dx2-y2 과 dz2 오비탈의 에너지 준위를 상대적으로 높이게 된다.(eg) 그에 반해 축 사이(축간 평면)에 놓인 d-오비탈들(dxy, dyz, dzx)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발로 구형장 보다 낮은 에너지 준위를 갖게 한다.(t2g)

  이 때, 갈라진 두 에너지 준위의 차이를 Δo 이라 하며, 아래 첨자로 나타낸 o는 octahedral의 팔면체 장을 의미한다.

[그림] 팔면체 장에서의 d-오비탈 갈라짐 (t2g , eg )

 

  ※ 이 과정에서 상승하는 에너지 준위와 하강하는 에너지 준위 사이에 무게중심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는 구형장에서의 평균에너지와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하며, 0.6Δ*2 만큼 더 반발하여 에너지 상승할 때, 0.4Δ*3 만큼 안정화가 일어난다.)

 

    2.2.2. 강한장/약한장 그리고 고스핀/저스핀 (Strong Field/Weak Field, High Spin/Low Spin)

  자유 금속 이온에서 축퇴된 d-오비탈은 팔면체 장에서 t2geg 로 갈라짐이 발생한다. 갈라짐이 발생한 d-오비탈의 금속의 전자를 채워 넣어보면, d4~d7까지는 두 가지 경우가 나타나게 된다.

  먼저 d-오비탈에 전자가 세 개가 채워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전자는 갈라짐이 발생한 d-오비탈 중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준위를 갖는 t2g 오비탈(dxy, dyz, dzx)에 순차적으로 하나씩 채우게 된다. 전자 사이의 짝지음 에너지(Pairing Energy, )로 인해 홀전자를 생성하는 방향으로 채워지게 된다. (훈트의 규칙)

  그러나 네 번째 전자가 채워질 때에는 두 가지 경우가 생긴다. 에너지 준위가 낮은 t2g 궤도에 채워지지만 다른 전자와 짝을 이뤄 짝지음 에너지 만큼을 손해 보는 경우(저스핀 착물), t2g 궤도의 전자와 짝을 이루지 않고, 에너지 준위가 높은 eg 궤도에 전자가 새롭게 채워지는 경우(고스핀 착물)이다.

  두 가지 경우는 결정장 갈라짐 에너지(Crystal Field Splitting Energy)와 짝지음 에너지() 사이의 크기를 비교하면 최종 착물이 고스핀 또는 저스핀 착물일지 알 수 있다.

  ※ 전자의 짝지음 에너지는 전자 사이의 쿨롱 반발에너지와 교환에너지로 구성된다. 두 전자를 같은 궤도함수에 강제로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전자 사이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또한 전자가 짝을 짓기 위해서는 Hund의 규칙에 따라 평행 스핀에 있는 전자가 반대 방향으로 뒤집혀야 하므로 교환 에너지(exchange energy)가 요구된다. 교환에너지의 크기는 평행 스핀을 가진 전자 수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d-오비탈에서 d5전자 배치가 쌍을 이루려고 할 때, 가장 큰 교환에너지의 손실이 있을 것이다.

[그림] 망가니즈 착물의 (a)강한장(고스핀, high-spin), (b)약한장(저스핀, low-spin)에서의 전자 배치

  일반적으로 전자의 짝지음 에너지()가 리간드(약한장을 형성하는)에 의한 결정장 갈라짐 에너지(Δo)보다 큰 경우(P > Δo) 고스핀 착물이 생성되며, 전자의 짝지음 에너지(P ) 보다 리간드(강한장을 형성하는)에 의한 결정장 갈라짐 에너지(Δo)가 큰 경우(P < Δo) 저스핀 착물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결정장 갈라짐 에너지의 크기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결정장 갈라짐 에너지의 크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음의 크게 3가지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리간드의 종류이며, 강한장을 형성하는 리간드일수록 결정장 갈라짐의 크기를 크게 만든다. 이러한 리간드의 경향성을 리간드의 분광화학적 계열(Spectrochemical Series)라 하며, 다음과 같다.

  두 번째는 금속 이온의 산화상태이다. 다음을 통해 동일한 철(Fe) 수화물도 철 이온의 산화상태에 따라 갈라짐이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심 금속 이온의 전하가 증가하면, 갈라짐의 크기가 증가한다.

[그림] 중심금속 이온 전하에 따른 갈라짐 (Orbital Splitting) 의 크기와 평균 짝지음 에너지(Pairing Energy)

 

  마지막으로 리간드의 수와 기하구조에 따라 착물의 갈라짐의 크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사면체 착물의 갈라짐의 크기는 팔면체 착물의 갈라짐의 40~50% 값을 갖는다. (Δ_t = 0.44Δo)

 

    2.2.3. 배위수 4: 사면체(Tetrahedral, Td ), 사각평면(Square Planar, SP )

[그림] 사면체 장에서의 d-오비탈 갈라짐 ( t2g ,eg)

 

  4배위 착물에서 가장 일반적인 두 구조는 사면체(Tetrahedral)사각평면(Square planar) 이다. 사면체 배열은 입방채 배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입방체의 각 꼭지점에서 중심금속을 향해 접근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팔면체와 달리 중심 금속의 축 사이에 놓인 d-오비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크게 반발하게 되며, 축 위에 놓인 d-오비탈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발 상호작용을 한다. 그 결과 팔면체장에서의 에너지 준위와 반대 형태를 보인다.

  사면체 장에서의 결정장 갈라짐은 팔면체 장에 의한 갈라짐의 크기보다 본질적으로 작은 값을 가지며, 그 이유는 리간드 수가 팔면체에 비해 작기 때문이다. 금속 이온, 리간드 종류 등 대부분의 조건이 같다면 사면체 장에서의 갈라짐 Δt = 0.44Δo로 예측되며, 갈라짐의 크기가 전자간 짝지음 에너지를 극복하고 쌍을 이루게 할 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고스핀 배치를 주로 갖는다.

[그림] 사면체장, 구형장, 팔면체장, 일그러진(z축) 팔면체장, 사각평면장의 d-오비탈 갈라짐

 

  사각평면 구조는 사면체 구조에 비해 입체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이다. 이에 원자가결합이론에서 전자쌍들 간의 반발을 통해 예상되는 4배위 구조는 사면체 구조이다. 그러나 특정 금속 이온이 크기가 충분히 작은 리간드를 만나 사각평면 착물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 d8-금속에게서 자주 발견되는데, 사각평면 구조를 팔면체 구조의 정방 일그러짐(distortion, z-out)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팔면체 장을 구성하여 t2g e로 갈라진 상태에서 z축 위에 놓인 리간드가 멀어지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경우 z축 성분을 가진 금속의 오비탈들(dyz, dzx, dz2)은 상대적으로 리간드와의 반발이 약해지고, 그로 인한 안정화 효과를 갖게 된다. 반면 z축 성분을 갖지 않은 오비탈들(dxy, dx2-y2)은 무게중심이 일정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증가하게 된다. 결국 팔면체 장에서의 t2g 준위는 dxy / dyz, dzx로 갈라지며, eg 준위는 dx2-y2 / dz2로 갈라지게 된다. 이 때, dxy와 dx2-y2의 간격을 Δ로 정의하며, 이 때의 갈라짐은 팔면체장에서의 Δo의 크기와 같다.

 

  2.3. 결정장 안정화 에너지 (Crystal Field Stabilization Energy, CFSE)

  결정장 안정화 에너지(Crystal Field Stabilization Energy, CFSE)란, 금속과 리간드가 착물을 형성함에 따라 갖는 알짜 에너지 차이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금속의 d-오비탈이 갈라짐 없이 축퇴되어있을 때의 전자배치와 갈라짐에 의한 전자배치에서의 차이 값을 의미한다. 결정장 안정화 에너지는 결국 금속과 리간드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d-오비탈 전자들이 안정해지는 정도를 나타낸다.

[그림] d5 의 CFSE (좌)고스핀 착물 (우)저스핀 착물

 

    금속의 d-오비탈과 리간드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d-오비탈은 -0.4Δo 만큼 안정(-)해지는 t_2g 준위와 +0.6Δo 만큼 불안정(+)해지는 eg 준위로 갈라진다. 위 그림의 d5 착물에서, 약한장에 의한 고스핀은 안정화 효과가 없지만, 강한장에 의한 저스핀 착물은 -2.0Δo 만큼의 안정화된 전자배치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의 음의 부호는 갈라짐이 없을 때보다 낮은 에너지 값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d1 ~ d3, d8 ~ d10 의 경우에는 강한장, 약한장에 의한 전자배치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리간드 종류에 관계없이 동일한 CFSE 값을 갖지만, d4 ~ d7은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그림] d1 ~ d10 착물의 전자배치와 그에 따른 결정장 안정화 에너지

 

  결정장 안정화 에너지는 결정장 갈라짐(splitting)을 기준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리간드의 종류에 따라 그 절대적인 수치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상호작용하는 리간드의 종류가 다르면, 기본적으로 Δo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전자배치를 갖는다 해도 그 절대적인 수치까지 같지는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정장 안정화 에너지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고스핀-저스핀 착물에 대한 정량적 접근이 가능하게 하고, 어떠한 전자 배치가 보다 안정하게 존재할지를 예측 가능하게 해주어 금속-리간드 사이의 결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겨진다.

 

  2.4. 결정장 이론의 한계

 

  결정장 이론은 금속과 리간드 사이의 정전기적 힘을 바탕으로, 금속의 d-오비탈 에너지 준위 갈라짐을 설명한다. 이러한 갈라짐은 자외선-가시광선 스펙트럼에 의해 측정된 전자들의 에너지 준위에 대해 개략적인 설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착물이 갖는 다양한 색과 자기적 성질을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속과 리간드의 전자들  사이의 반발력 개념을 바탕으로 설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착물이 어떻게 실제 결합을 이루는지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