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이의 열역학적 양상 (Thermodynamic Aspects of Phase Transitions)
앞선 상평형 그림(Phase Diagram)에서 상 전이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였다.
상 전이(Phase Transition)란 어떠한 물질이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물질의 세 가지 상태인 기체, 액체, 고체 사이에서는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 상 전이가 가능하며, 온도와 압력으로 나타낸 상평형 그림에서 각 상의 영역을 나누는 선 위에서는 양방향으로 상 전이가 일어난다.
즉, 이렇게 양방향으로 상 전이가 일어나는(상평형이 이루어지는) 온도와 압력을 연결하여 나타나는 경계선을 기준으로 안정한 상이 구분되어진다. 이를 상 경계(Phase Boundary)라 한다.
※ 참고 : α 상만이 홀로 안정한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안정하지 않은 β 상 물질이 존재한다면, 이 β 상 물질은 상전이하여 모두 α 상이 된다. 예를 들어 25 ℃, 1 atm 조건에서 놓여진 얼음이 모두 물로 변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반면, 상 경계(상 평형 온도, 압력)에서는 α 상과 β 상이 모두 존재 가능하므로, α → β, β → α 양방향으로의 상전이가 모두 일어난다.
1. 상전이의 열역학적 양상
특정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β 상에서 α 상으로 전이가 일어난다는 것은 그 온도와 압력에서 α 상의 깁스 자유에너지 G (보다 큰 의미로 말하자면 화학 퍼텐셜, μ)가 더 작다는 것을 뜻한다. 왜냐하면, 자발적인 변화의 방향은 언제나 깁스 자유에너지가 작은 쪽을 향하기 때문이다.
반면 α 상과 β 상이 평형을 이루고 있다면(상 경계), 이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두 상의 깁스 자유에너지(화학 퍼텐셜)는 같다.
상 경계의 열역학적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결국 깁스 자유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깁스 자유에너지는 엔탈피와 온도, 엔트로피를 통해 정의(G ≡ H-TS )되며, 깁스 자유에너지의 변화는 온도와 압력에 대한 함수로 나타낼 수 있다.(dG = VdP - SdT )
우리가 앞서 살펴본 상평형 그림의 x 축과 y 축이 각각 온도와 압력이기 때문에 x 값(온도)과 y 값(압력)에 따라 상의 구분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으며, 먼저 깁스 자유에너지의 의미를 내부 에너지, 엔탈피 등의 개념을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열역학적 정의와 변환 과정을 하나씩 설명하기에는 글의 성격에서 너무 벗어나고, 길어질 것이기에 간단한 정리 과정만을 수행하고자 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단, 비팽창일을 하지 않는 단일 조성의 닫힌계의 조건으로 가정한다.) 즉, 깁스 자유에너지의 변화는 압력 변화(dP)와 온도 변화(dT)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상 안정도와 온도 의존성
먼저 일정 압력에서의 깁스 자유에너지의 온도 의존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정 압력 조건(dP = 0)이므로, 이에 VdP 항이 모두 0 이 되고, 온도 변화에 따른 깁스 자유에너지 변화(dG/dT )는 -S (- 엔트로피)가 된다.
즉, 절대적 엔트로피의 크기는 언제나 양(S > 0)의 부호를 갖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갈수록(dT > 0) 깁스 자유에너지는 감소(dG < 0 )하게 되며, 감소하는 정도(기울기)는 그 때 그 물질(또는 상)의 엔트로피 크기에 의존한다.
고체, 액체, 기체 상에 관계없이 일정 압력 조건에서 온도를 증가시킬 경우 물질의 깁스 자유에너지는 감소한다. T와 G에 대한 그래프의 기울기는 0보다 작아지게 되며, 기울기의 크기는 그 물질(상)의 엔트로피에 의존한다.
물질의 세 가지 상인 기체, 액체, 고체 1 몰의 엔트로피 크기(Sm)를 통해 T-G 그래프 기울기 값을 비교하면, 기체 ≫ 액체 > 고체 이므로, 다음 그림과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는 곡선이다.)
그래프의 기울기는 고체 < 액체 ≪ 기체 순으로 가파르며, 주어진 온도에서 가장 낮은 깁스 자유에너지를 갖는 상이 안정한 상이므로, 온도 Tf 이하에서는 고체(solid), Tf 와 Tb 사이에서는 액체(liquid), Tb이상에서는 기체(vapour)가 가장 안정한 상임을 알 수 있다. (주어진 온도에서 가장 안정한 상은 그래프의 붉은색 선을 따라 변하하며, 두 선이 만나는 지점이 상전이가 일어나는 온도임을 알 수 있다.)
3. 상 안정도의 압력 의존성과 녹는점 변화
그렇다면, 일정 온도에서의 깁스 자유에너지의 압력 의존성은 어떠할까?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일정 온도 조건(dT = 0)이므로, 이에 -SdT 항이 모두 0 이 되고, 압력 변화에 따른 깁스 자유에너지 변화(dG/dP )는 V (부피, 1몰의 경우 몰부피 V_m)가 된다.
압력 변화에 따른 깁스 자유에너지 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고체 시료의 녹는점이 높아지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체의 몰부피보다 액체의 몰부피가 크기 때문에(V_m,liquid > V_m,solid) 압력 변화에 따른 깁스 자유에너지의 변화가 액체가 크다. (단, 물의 경우 예외이다.) 몰부피는 언제나 양의 값(V_m > 0)이므로, 일반적으로 압력을 증가시키면, 액체의 자유에너지가 고체에 비해 많이 증가한다.
위 그래프의 (a)는 일반적인 물질의 온도-깁스 자유에너지 그래프이며, (b)는 물의 그래프이다.
두 그래프는 공통적으로 낮은 압력(붉은색 선)일 때보다 높은 압력(푸른색 선)일 때 깁스 자유에너지가 커졌으며, 증가폭은 그 상의 몰부피(V_m,phase)에 의존한다.
일반적인 경우(a) 고체에 비해 액체의 증가폭이 크며, 물은(b) 고체 그래프가 액체에 비해 증가폭이 크다. 이에, 고체와 액체의 깁스 자유에너지 곡선이 교차 지점(녹는점)이 변화하게 되며, (a)는 녹는점 상승, (b)는 녹는점이 하강의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
일반적인 물질의 경우, 고체-액체가 공존하는 상전이 온도(용융곡선 위의 한 점)인 녹는점에서 압력을 가하면 몰부피가 보다 작은 고체가 되려는 것이 일반적이만, 물과 얼음의 경우에는 압력을 가하면, 몰부피가 작은 액체가 되려고 한다. 이에 우리는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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