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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배위 화학 (Coordination Chemistry) - 결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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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위 화학 (Coordination Chemistry) - 결합 (1)

 

배위화학 - 서론 :  [바로가기 링크]  https://stachemi.tistory.com/56

 

  베르너는 착물의 구조를 정팔면체라고 제안하였으며, 이를 착물의 이성질체 개수와 광학이성질체의 존재 여부 등을 통해 뒷받침하였다. 그렇다면, 착물을 이루는 중심금속과 주위의 리간드들은 어떤 방식으로 결합을 하는 것일까? 착물의 결합을 설명하는 것은 그다지 간단한 일이 아니었으며, 결합의 성질을 보다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예측하고자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착물에 대한 결합 이론은 무엇보다 착물이 보여주는 실험적 특징들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1. 원자가결합이론 (Valence Bond Theory, VBT)

  1902년 미국의 길버트 루이스(Gilbert Newton Lewis, 1875-1946)는 원자들이 서로 전자쌍을 공유하여 결합을 형성한다는 생각을 하였으며, 이를 구조식의 형태로 표현하였다. 생각이 점차 발전되어 독일의 발터 하이틀러(Walter Heitler, 1904-1981)와 프리츠 론돈(Fritz Wolfgang London, 1900-1954)은 공유결합에서 전자쌍들이 어떻게 공유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Heitler-London 모형을 1927년에 발표하였으며, 하이틀러와 론돈이 제안한 모형은 수소 분자에 대한 양자역학적 모형이 되었다. 이후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 1901-1994)과 존 슬래터(John Clarke Slater, 1900-1976)가 이를 수정, 일반화하여 공유결합에 대한 설명을 정교화하였다. 특히 라이너스 폴링은 공명(resonance)과 혼성오비탈(orbital hybridization) 개념을 각각 1928년과 1930년에 발표함으로서 Heitler-London 모형에서 가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림] 착물에서의 원자가결합이론(Valence Bond Theory)

 

 원자가결합이론은 화합물의 구조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유용하다. 특히 중심 원소의 오비탈 혼성화를 통해 실제 관찰된 결과(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실제 기하 구조를 예측하게 한다거나, 물질의 색을 설명하거나 홀전자의 유무를 통해 자기적 성질 등을 예측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화합물이 갖는 구조를 보다 직관적이고,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혼성오비탈 개념을 통해 구조를 예측하지 못한다. "메탄(CH_4)는 중심 탄소가 sp^3 혼성이므로, 정사면체 구조를 갖는다."라는 문장은 어딘가 어색하다. 메탄은 원래 정사면체 구조를 갖는 것이고, 메탄이 갖는 동등한 네 개의 결합을 원자가결합이론을 통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오비탈의 혼성화 개념이 필요한 것 뿐이다.)

  원자가 결합이론은 착물의 관찰된 기하 구조를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중심에 위치한 금속의 오비탈 혼성화 개념을 사용하면, 쉽게 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착물이 갖는 다양한 색에 대해 설명하거나 홀전자 유무에 따른 자기적 성질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물론, 자기적 성질을 알고 있는 착물에 대해 중심금속 혼성화를 통한 설명은 가능하다.) 무엇보다 착물의 형성 과정에서 원자가 결합이론이 갖는 가장 큰 한계는 중심 금속의 d-오비탈의 에너지 갈라짐에 대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원자가결합이론은 착물의 결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금속 이온과 리간드 사이 상호작용을 통해 결합이 형성되며, 전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금속 이온이 Lewis 산처럼, 제공가능한 전자쌍을 갖는 리간드는 Lewis 염기처럼 취급한다. 리간드의 전자쌍이 일방적으로 금속에게 제공되며, 중심 금속의 비어있는 궤도에 채워지면서 금속과 리간드 사이의 결합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이렇게 형성된 착물의 기하 구조는 중심 금속의 배위수에 따라 결정되며, 기본적으로는 전자쌍들끼리의 반발을 최소화하려고 한다는 원자가껍질전자쌍반발(VSEPR)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배위수가 4인 경우를 살펴보면 두 가지 구조가 나타남을 아래의 표를 통해 알 수 있다. VSPER 관점에서 살펴보면, 공간적으로 전자쌍 사이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사면체형(tetrahedral)을 가질 것으로 예측가능하지만, d^8 전이 금속인 니켈 이온(Ni^2+)이 :CN^- 리간드와 만나 생성되는 [Ni(CN)4]^2- 착이온은 평면사각형(square planar) 구조이다. 이 경우 니켈 이온의 혼성은 dsp^2로 설명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이에 배위수가 4인 경우 원자가결합이론만으로는 구조를 예측할 수 없지만, 구조를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혼성은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알려진 자기적 성질을 통해 착물의 구조와 중심 금속의 혼성을 예측 가능하기도 하다. d^6의 코발트 이온(Co^3+)의 경우 :F^-와 :NH_3 리간드와 만나 아래 그림과 같이 두 착이온 [CoF6]^3-와 [Co(NH_3)_6]^3+를 만든다. 두 착이온은 각기 다른 자기적 성질을 갖는다. [CoF_6]^3-는 상자성(paramagnetic)이며, [Co(NH_3)_6]^3+는 반자성(diamagnetic)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CoF6]^3-, [Co(NH3)6]^3+ 의 자기적 성질에 따른 중심 금속(Co3+)의 혼성 오비탈 예측

   

  기본적으로 코발트 이온(Co^3+)는 3d 오비탈에 6개의 전자를 가지며, 비어있는 4주기 오비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어있는 금속의 오비탈에 리간드 :F- 와 :NH3의 비공유 전자쌍 6쌍이 제공되어 6개의 결합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할 요소가 한 가지 있다. 앞서 말한 두 리간드에 의해 생성된 [CoF6]^3-와 [Co(NH3)6]^3+의 자기적 성질 차이이다. 상자성인 [CoF_6]^3- 의 경우에는 착물 내 홀전자(↑)를 가져야 하며, 반자성인 [Co(NH_3)_6]^3+은 착물 내 홀전자(↑)를 갖지 않는다. 그런데 이 경우 다가오는 리간드 :F-와 :NH_3 는 전자쌍의 형태로 금속에게 전자를 제공하기 때문에 착물의 홀전자 유무는 중심 금속의 전자 배치에 의해 결정된다. 위의 그림을 보며, 아래의 설명을 읽어보자.

  안정한 Co3+ 이온은 3d^6로 4개의 홀전자를 갖는다. [CoF_6]^3-가 상자성을 갖는다는 것은 리간드와 결합하기 전의 Co3+ 이온이 별다른 승진 과정없이 착물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금속의 비어있는 오비탈은 순서대로 4s, 4p, 4d 이며, 제공되는 12개의 전자를 채우기 위해 총 6개의 오비탈이 필요하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4s 1개, 4p 3개, 4d 2개가 필요하다. 이를 혼성화하면 동등한 sp_3d^2 6개를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생성된 착물의 구조는 정팔면체(octahedral)이다.

  반면, [Co(NH_3)_6]^3+가 반자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착물을 만들기 전에 Co^3+ 이온이 승진 과정을 거쳐 홀전자를  갖지 않는 d-오비탈 전자배치를 미리 가져야 한다. 금속의 비어있는 오비탈은 순서대로 3d 일부, 4s, 4p, 4d 이며, 제공되는 12개의 전자를 채우기 위해 총 6개의 오비탈이 필요하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3d 2개, 4s 1개, 4p 3개가 필요하다. 이를 혼성화하면 동등한 d^2sp^3 6개를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생성된 착물의 구조는 역시 정팔면체(octahedral)이다.

[그림] 정팔면체를 이루는 중심원소의 혼성오비탈 (d2sp3, sp3d2)

 

  착물의 결합을 설명하기 위한 원자가결합이론(VBT)는 착물의 구조를 설명하는데 유용하지만, 이 이론만으로 착물을 설명하기에는 뚜렷한 이론적 한계를 갖는다. 그것은 중심 금속에 지나치게 많은 전자가 몰려 금속이 형식적으로 음전하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CoL_6]^2+의 경우 중심 금속인 코발트는리간드로부터 12개의 전자를 제공받아 결합을 이루고,금속의 비어있는 궤도를 채운 형태이므로, 코발트의 형식 전하는 - 6이 된다. 코발트가 +2의 산화수를 갖는 이온상태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 4의 알짜 전하를 갖게 된다. 이는 Pauling의 전기음성도 관점에서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원자가결합이론만으로는 배위 화합물들이 갖는 다양한 색깔과 이에 따른 분광학적 특징을 설명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점은 이후 다루게 될 결정장 이론(Crystal Field Theory, CFT)에서 주로 언급하게 된다.

 

* 배위화학 (Coordination Chemistry) - 결합 (2) http://stachemi.tistory.com/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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