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위 화학 (Coordination Chemistry) - 서론
배위 화학이란, 배위 착물(coordination complex)을 다루는 화학의 한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착물 화학(complex chemistry)과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며, 이는 주요 연구 대상이 착물과 착이온(complex & complex ion)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배위 착물 중심에는 금속 또는 금속 이온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 금속 주위를 리간드(ligand)라고 불리는 분자 또는 이온들의 집단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갖는다. 특히, 배위 화학에서는 전이금속(transition metal)과 리간드 사이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 착물을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1. 역사
배위 착물은 현대 화학이 시작한 이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미 청사진의 염료인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KFe[Fe(CN)6])와 같은 배위 착물의 존재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성질이나 구조 등에 대해 관심 갖고 제대로 이해한 것은 18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이다. 특히 고전적 결합이론과 이온 사이의 정전기적인 상호작용만으로는 이러한 착물들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염화코발트의 헥사암민착물(hexaamminecobalt(III) chloride, Co(NH3)6]Cl3)에서 암모니아(NH3) 6 개와 염소 이온(Cl-) 3 개가 중심금속인 코발트(Co)와 어떤 결합을 이루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착물을 complex라 나타내는 것도 당시 구조와 성질 등을 밝히기 복잡한 화합물이였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스웨덴의 블롬스트랜드(Christian Wilhelm Blomstrand, 1826-1897)는 1869년에 착물에 대한 사슬 이론(chain theory)을 제안하였으며, 이 이론은 덴마크의 요르겐센(Sophus Mads Jørgensen, 1837-1914)에 의해 발전되었다.
한편, 스위스의 알프레드 베르너(Alfred Werner, 1866-1919)는 26세의 나이에 치밀한 문헌 조사와 천재적인 직관을 바탕으로 배위 이론(coordination theory)을 제시하였다. 중심 금속의 화학 결합을 크게 둘로 구분하였으며, 1 차 원자가(primary valence, 외부 배위권)와, 2 차 원자가(secondary valence, 내부 배위권)로 표현하였다.
베르너와 요르겐센 두 사람은 실험뿐만 아니라 해석 및 이론에도 빈틈없는 화학자였으나, 관찰한 현상을 해석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이후 사슬 이론과 배위 이론이 오랜시간동안 서로 충돌하여 논쟁하면서, 현대 배위 화학의 기초가 다져졌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베르너는 '무기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전이금속 착물의 표현에 관한 공로로 1913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최초의 무기화학 분야 노벨상 수상이었으며, 현대 금속-리간드 사이의 반응, 배위수, 배위수에 따른 착물 구조 등의 기본적인 개념들은 거의 대부분 베르너에 의하여 정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이론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으며, 어떤 점에서 베르너의 이론이 보다 좋은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블롬스트랜드와 요르겐센의 사슬 이론은 기본적으로 당시의 원자가 결합 이론(VBT)에 많은 영향을 받은 이론이었다. 질소도 탄소와 같이 사슬 형태의 결합을 이룬다는 것이 핵심 개념이었으며, 결합의 종류를 두 종류로 구분하였다. (당시는 질소의 원자가가 5라 여기던 시기로, 5개의 결합을 갖는 것이 당연시 되었던 시기다.)
염화코발트의 암민착물(CoCl3·(NH3)n)에서 코발트와 직접 결합한 염소는 해리되지 않는 강한 결합을 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암모니아에 연결된 염소는 상대적으로 약한 결합을 하고 있어 수용액에서 쉽게 해리될 수 있다고 하였다. (위의 표에서 이탤릭체로 쓰여진 염소(Cl )가 물에서 해리되는 염소 이온이다.)
반면, 베르너의 배위 이론은 기본적으로 내부 배위권과 외부 배위권으로 구분하였다. 기본적으로 6 개의 암모니아가 내부 배위권에서 강한 결합을 하고 있으며, 외부 배위권에 위치하는 염소(Cl)는 약한 결합을 하고 있어 쉽게 해리될 수 있다고 하였다. 만약 내부 배위권에 암모니아의 숫자가 부족한 경우 외부 배위권의 염소가 내부 배위권에 포함되어 결합의 성격이 변한다고 가정하였다.
두 이론 모두 강한 결합과 약한 결합을 구분하여 수용액에서 이온이 형성될 수 있음을 설명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코발트암민착물(CoCl3·(NH3)n)이 수용액에서 만들어내는 이온 개수를 설명하는데는 차이가 없었다. 다만 코발트3암민착물(CoCl3·(NH3)3)에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생성되는 이온들에 의한 전기전도도 측정만으로는 어느 이론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결론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물론, 베르너는 이후 착물의 전기전도도 실험을 통해 자신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성공한다.)
베르너와 요르겐센의 긴 논쟁은 결국 베르너가 1907년에 사슬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Co(NH3)4Cl2]+ 의 두 가지 이성질체(praseo, violeo)를 합성에 성공하면서 마무리되었으며, 마침내 요르겐센은 자신의 이론이 틀렸음을 인정하였다.
2. 구조
베르너는 6 배위 착물을 제안하면서 6 개의 리간드가 중심원자를 둘러싸고, 정팔면체의 각 꼭지점에 위치하는 것을 말하였지만, 최초의 결정학적 확인은 1921 년에 이르러서이다. 이는 그의 이론이 완성된 지 약 20 년이 지난 뒤이다.
베르너는 다양한 착물을 구상하고, 직접 합성하여 이성질체를 분리함으로써 면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위에 제시한 [Co(NH3)4Cl2]+는 2 종류의 이성질체 (Praseo, Violeo)만 합성할 수 있었다.
6개의 리간드가 중심금속과 결합하여 형성할 수 있는 구조는 팔면체(octahedral), 평면육각형(hexagonal planar), 육각피라미드(hexagonal pyramidal,삼각프리즘(trigonal prismatic), 삼각반프리즘(trigonal antiprismatic)등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위에 제시된 모든 구조가 3종류의 이성질체를 가지게 되지만, 정팔면체만이 cis-와 trans- 형태의 2가지 이성질체를 가지게 된다. 베르너는 이를 근거로 정팔면체 구조를 갖는다고 주장하였으나, 당시로서는 다른 이성질체를 합성 또는 분리하기가 어려워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이에 베르너는 광학 이성질체(optical isomer)를 합성하여 정팔면체 구조에 근거를 제시하였다. 정팔면체 구조를 제외한 다른 구조에서는 광학 이성질체가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에는 이미 결정학적 확인이 이루어졌기에 정팔면체 구조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밖에도 베르너는 [Pt(NH3)2Cl2]의 경우 2 종류의 이성질체가 합성되었음을 바탕으로 사각평면(square planar) 구조를 예측하기도 하였으며, 이후 정확하게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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