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평형 그림(Phase Diagram)
1. 상(Phase)
상(Phase)이란, 물질의 화학적 조성과 물리적 상태가 전체적으로 균일한 상태를 말한다. (완전히 혼합된 기체 혼합물이나 완전히 혼합되는 두 액체가 만드는 용액 또한 조성과 물리적 상태가 균일하기 때문에 단일 상으로 취급한다.)
하나의 상에서 다른 상으로 전환되는 현상을 상 전이(phase transition)이라 하고, 상전이가 발생하는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두 상은 모두 안정하게 존재할 수 있다. 이 온도를 상전이 온도(Ttrs)라 하며, 우리가 평소 잘 알고 있는 물질의 어는점(freezing point, Tf)나 끓는점(boiling point, Tb) 등이 대표적인 상전이 온도이다. (일반적으로 물의 끓는점을 100 ℃, 물의 어는점을 0 ℃라 하는데 이는 외부압이 1 atm인 조건에서 측정한 끓는점과 어는점을 말하는 것이며, 이를 정상 끓는점, 정상 어는점이라 한다.)
즉, 상전이 온도는 주어진 압력에서 두 상이 평형을 이루는 온도를 말한다. 상전이가 일어나는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두 상이 평형을 이룬다는 것은 두 상의 안정도가 같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안정도가 같다는 것은 두 상의 깁스 자유에너지가 같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물과 수증기가 1 atm, 100 ℃ 조건에서 상평형을 이룬다는 것은 이 온도와 압력에서 물과 수증기 모두 안정하고 깁스 자유에너지는 같으며, 물과 수증기의 깁스 자유에너지가 존재 가능한 모든 상(얼음, 물, 수증기)들 중에 가장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화학에서는 깁스 자유에너지보다 포괄적인 개념인 화학퍼텐셜(chemical potential)로 설명한다.)
[참고] 화학퍼텐셜이란? 계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의 척도
그렇다면, 상평형을 이루고 있는 물과 수증기 말고, 나머지 한 상인 얼음의 깁스 자유에너지는 어떨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얼음의 깁스 자유에너지는 물과 수증기의 깁스 자유에너지에 비해 크기 때문에 얼음은 1 atm, 100 ℃ 조건에서 안정할 수 없다. (반응은 깁스 자유에너지가 큰 쪽에서 작은 쪽으로 진행(△G < 0)되므로, 해당 조건에서 얼음은 물이 되든, 수증기가 되든 할 것이다.
특정 온도, 압력 조건에서 어떠한 상이 안정하다는 것은 그 상의 깁스 자유에너지가 가장 작다는 것이다.
따라서 H2O로 예를 들어 살펴보면, 1 atm, 0 ℃ 이하에서는 얼음이, 0 ~ 100 ℃ 에서는 물이, 100 ℃ 이상에서는 수증기가 가장 안정한(깁스 자유에너지가 최소인)상으로 존재하며, 그 경계 온도인 0 ℃와 100 ℃에서는 물과 얼음, 물과 수증기가 모두 안정하기 때문에 둘 중 어느 것으로 존재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같은 물이지만, 외부압력이 1기압이 아니라 매우 낮은 압력 조건이라면, 25 ℃의 물도 자발적으로 끓을 수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끓음은 증발이 아닌 액체의 전 영역에서 증발이 일어나는 과정을 말하며, 외부압과 액체가 만드는 증기압이 같아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물이 1 atm 조건에서 100 ℃에 끓는다는 것은 물이 만들어내는 수증기의 압력이 1 atm이라는 의미이다.)
2. 상평형 그림(Phase Diagram)
이와 같이 어떠한 물질이 온도와 압력 조건에 따라 가질 수 있는 안정한 상과, 상평형 등에 대한 정보를 나타낸 그림을 상평형 그림(Phase Diagram) 또는 상도표라 한다.
상평형 그림은 해당 물질의 세 가지 상에 대해 열역학적으로 안정하게 존재할 수 있는 압력과 온도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다음 그림은 H2O의 상평형 그림이다.
위의 상평형 그림을 살펴보면, 점 A를 기준으로 세 개의 곡선(승화곡선, 용융곡선AD, 기화곡선AE)에 의해 영역이 나누어진다. 해당 영역 위에서는 고체, 액체, 기체 중 한 가지 상으로만 존재 가능하며, 곡선 위에서는 접하고 있는 두 개의 상이 공존하며, 세 개의 곡선이 접하는 점 A에서는 세 가지 상이 모두 공존할 수 있다.
상평형 그림의 A는 삼중점(Triple Point)으로, 세 가지 상이 공존하는 온도와 압력을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의 자유도는 0이며,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 위 그림의 경우 고체인 얼음, 액체인 물, 기체인 수증기가 공존하는 지점이며, 만약 고체의 배열이 다른 세 가지 상 α, β, γ가 존재한다면, 이 세 가지 고체상 α, β, γ가 공존하는 온도, 압력 또한 삼중점이 된다. 참고로 순물질의 상도표에서 세 가지를 넘는 상이 공존할 수는 없으며, 이에 사중점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래의 상평형 그림은 황(sulfur)이며, 고체의 배열에 따라 삼중점이 추가적으로 나타난다.)
물의 상평형 그림에서 압력이 1 atm 인 지점에서 온도를 서서히 증가시키는 경우, B점과 C점을 통과하게 된다. 여기서 B와 C 지점이 정상 어는점과 끓는점에 해당하며, 그 온도가 각각 0 ℃와 100 ℃이다.
만약 0.5 atm (위 상평형 그림에서 0.0060 atm < P < 1.00 atm 사이 한 지점)에서 온도를 증가시키면, 얼음은 0 ℃보다 높은 온도에서 녹을 것이며, 100 ℃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을 것이다. 압력이 0.0060 atm (삼중점에서의 압력)보다 낮으면, 고체-액체 사이의 용융-응고와 액체-기체 사이의 액화-기화 상변화는 관찰할 수 없으며, 오직 고체-기체 사이의 승화 현상만을 관찰할 수 있다.
상평형 그림의 E 지점은 임계점(Critical Point)으로 액체와 기체의 상전이를 관찰할 수 있는 최대 온도와 압력을 의미한다. 물의 경우 217.75 atm, 373.99 ℃ 이상의 온도, 압력 조건에서는 액체와 기체 사이의 상전이인 기화, 액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액체-기체가 공존할 때 생기는 상경계(Phase Boundary) 또한 관찰되지 않는다.
만약 액체와 기체가 서로 평형 상태로 함께 존재하는 밀폐 용기를 서서히 가열하면, 증기압력이 증가한다.
이는 증기로 존재하는 입자 수를 증가시키므로 기체 밀도를 서서히 증가시킨다. 동시에 액체는 가열로 인해 부피가 팽창하고, 입자수는 감소하여 밀도는 서서히 감소한다. 기체는 밀도가 커지고, 액체는 밀도가 작아진다.
결국 액체와 기체의 밀도가 같아지면, 상의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 액체 위에 증기가 존재했던 이유는 증기 밀도가 액체 밀도보다 작아서였는데, 더이상 밀도 차이가 없으니 위아래 구분이 없어진다.
이렇게 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지점의 온도와 압력을 임계점이라 한다. 임계점 이상의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는 기체도 액체도 아닌 그저 유체(fluid)로 취급하게 된다. 유체는 일반적인 기체보다는 밀도가 굉장히 크고, 일반적인 액체보다는 밀도가 작은 액체와 기체 사이의 그 어딘가 애매한 성질을 갖는다.
이러한 유체를 초임계유체(Supercritical fluid, SCF)라 한다. 아래의 영상을 통해 CO2의 임계점에서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참고로 CO_2의 임계온도와 임계압력은 304.2 K, 72.9 atm이다.
[출처] Youtube channel : Senter for nye medier [Link - https://youtu.be/RmaJVxafe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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