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경계 (Phase Boundary)
앞선 상 전이의 열역학적 양상에 대한 글을 통해 상 변화 과정에서의 깁스 자유에너지(화학 퍼텐셜) 변화를 살펴보았으며, 압력 변화와 온도 변화 두 가지 요인에 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일정 압력 하에서 온도 변화에 따른 깁스 자유에너지는 그 상의 엔트로피에 의존하며, 일정 온도 하에서 압력 변화에 따른 깁스 자유에너지는 그 상에 몰부피에 의존함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상 전이 도표 상에서 상 경계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액체-기체, 고체-액체, 고체-기체 상 변화에서 상 경계가 갖는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액체-기체 상 경계
다음 그림은 물의 상 경계를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특히 물과 수증기(액체와 기체) 사이 상경계 곡선 위의 압력 값은 해당 온도에서의 액체의 증기압(vapour pressure)이다.
액체-기체 상 경계는 액체 상과 기체(증기) 상이 동적 평형을 이루고 있는 온도와 압력을 연속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는 액체와 그 액체의 증기가 평형을 이룰 때, 증기가 갖는 압력을 증기압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상 도표상의 액체-기체 상 경계를 나타내는 곡선은 액체의 증기압 곡선이기도 하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액체의 증기압은 커진다. 20 ℃의 물은 0.023 atm의 수증기와 평형을, 100 ℃의 물은 1 atm의 수증기와 평형을 이룬다. 만약 해당 기체의 증기압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액체 내부에서 끓음(boiling)이 발생한다. 액체 내부에서도 기포가 보글보글 생성된다.
액체-기체 상 경계는 액체 상과 기체 상이 평형을 이루고 있는 온도와 압력이다. 두 상이 평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두 상의 자유 에너지가 같다는 것이다. 100 ℃의 물과 100 ℃의 수증기는 같은 자유 에너지를 갖는다. 만약 평형을 이룬 이 계의 온도를 0.1 ℃ 상승시킨다면 순간적으로 평형이 깨지고,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액체는 증기를 더 생성할 것이다. 100.1 ℃에 해당하는 증기압을 만족할 때까지 증기를 생성한다. 그리고 다시 액체와-기체 사이 평형을 유지한다. 매 순간 평형을 만족하면서 온도를 증가시키는 것은 상도표의 상 경계 곡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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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두 상의 온도와 압력이 미소하게 변하는 경우 매 순간 평형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상경계를 따라 변하게 된다. 미소한 두 상의 깁스 자유에너지 변화(dG)는 매 순간 동일하다. 액체의 깁스 자유에너지가 "a"만큼 변하면, 기체의 깁스 자유에너지도 "a"만큼 변해야 한다. 그래야 매 순간 평형(Gliquid = Gvapour)을 만족한다. 이를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이를 정리하면, 액체-기체 상경계 그래프의 기울기(dP/dT )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다.
위의 온도 변화에 대한 압력 변화(dP/dT ) 식을 클라페롱(Clapeyron) 식이라 한다. 이 식을 통해 온도와 압력에 대한 상 도표의 액체-기체 상경계의 기울기는 액체에서 기체로 상 전이하는 과정에서의 부피 변화(△V, 증발 부피)와 엔트로피 변화(△S, 증발 엔트로피)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액체의 기화 엔트로피 변화(△S )는 기화 엔탈피 변화(△H )를 끓는점(T )으로 나누어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액체는 기화될 때 유사한 몰 증발 엔트로피를 갖는다.
* 트루톤 규칙(Trouton's Rule)
일정한 압력에서 액체가 기체로 상 전이할 때, 대부분의 액체가 거의 비슷한 몰 증발 엔트로피를 갖는다는 규칙이다. 대략 10.5R J/mol·K 정도의 값을 갖는다. 여기서 R은 기체 상수이다. 약 88±5 J/mol·K 의 값을 갖는다. (단, 물, 에탄올 등 수소 결합을 하는 물질의 경우 큰 몰 증발 엔탈피 값으로 인해 예외성을 갖는다.)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Trouton%27s_rule
이것을 클라페롱 식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그런데 액체의 몰부피는 기체의 몰부피와 비교했을 때, 무시 할 정도로 작기 때문에 기화 과정에서의 부피 변화(△V )는 기체의 몰부피와 같다. 그리고 기체의 몰부피는 이상기체상태방정식을 통해 압력과 온도를 사용하여 나타낼 수 있다.
이를 위의 식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클라우지우스-클라페롱(Clausius-Clapeyron) 식을 얻게 된다.
(1/P )dP = d lnP 이므로, 만약 기화 엔탈피가 온도에 대한 함수가 아니라면 다음과 같이 적분할 수 있다.
이 식을 통해 온도에 따른 증기 압력 변화와 압력에 따른 끓는점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2. 고체-액체 상 경계
상 도표에서 액체-고체 상 전이 과정 역시 액체-기체 상 전이와 다르지 않다. 액체가 고체로 어는 과정, 고체가 액체로 녹는 과정에서의 평형이다. 역시 이 과정에서의 엔트로피 변화(△S )는 물질 1몰이 녹을 때의 가역적인 융해 엔탈피 변화(△H )와 녹는점(T )으로 나타낼 수 있다.
액체가 증발할 때, 고체가 녹을 때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온도 T에서 클라페롱 식은 다음과 같다.
고체-액체 사이의 상 변화 과정에서 부피 변화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경우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는 과정의 부피 변화는 매우 작은 양의 값(△V > 0)이다. 따라서 클라페롱식의 분모가 매우 작은 값을 갖게 되며, 고체-액체 상 경계 기울기(dP/dT )는 매우 큰(가파른) 양의 값을 갖는다. 반면 얼음이 물로 녹는 과정은 예외적으로 부피가 감소하며, 고체-액체 상 경계 기울기가 음의 값을 갖는다.
3. 고체-기체 상 경계
고체-기체의 경우는 앞선 경우와 같이 다음의 식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승화 엔탈피가 증발 엔탈피보다 크기 때문에 승화 곡선과 증기압력 곡선이 만나는 온도가 비슷한 부근에서의 기울기를 비교하면, 승화 곡선의 기울기가 더 크다.
[참고] 상전이의 열역학적 양상 http://stachemi.tistory.com/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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