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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수업이야기

2028학년도 대학 입시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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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학년도 대학 입시는 어떻게 될까?

 

 

1. 2022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가 쏘아 올린 조금 큰 공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으로 적용된다. 새 교육과정의 최전선에 서게 된 고1들 학생들과 학부모, 담당 교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교육과정은 국가가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 설정과 정책의 출발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말단 학교 현장은 교육과정의 사소한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추구하는 전체적인 흐름과 방향으로부터 어긋나지 않도록 긴밀하게 고민하고, 고민하며 학교를 운영한다. 마치 꼬리잡기 놀이에서 ‘머리’의 생각과 의도를 ‘꼬리’가 정확하게 예상하고 상황을 파악해서 휘청거리지 않으려 머리의 작은 움직임에도 꼬리가 촉각을 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꼬리잡기 [출처] 한국학중앙연구

  정작, 올해 입학하는 학생들은 당사자임에도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느끼는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고교학점제 시행, 그로 인한 학기 중심의 교육과정 편성, 최소성취기준의 본격 적용, 16주 기준의 과목당 시수 개편, 5단계 내신 등급제 등이 한꺼번에 시작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당연하게 고교 3년의 결과물로 대표되는 입시 체제 변화를 동반할 것이다.

  현재 1학년이 3학년이 되는 2027년도에 치러질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부터 변화가 심상치 않다.

2028학년도 수능 개편 확정안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2023.12.27.)


  대학수학능력시험도 교육과정 변화와 함께 조금씩 변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변화 정도가 좀 크다. 다른 교과는 잘 모르는 영역이니, 과학탐구만 살펴 보자. 일단, 과학탐구 교과 범위가 고등학교 1학년 ‘통합과학’ 밖에 없다. 고등학교 2-3학년에서 선택하는 ‘물화생지’ 교과는 제외되었다.(사탐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배운 통합과학 성취도로만 대학 수학 능력 정도를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어떤 의도로 내린 결정인지 짐작은 된다. 추구하는 방향성도 알겠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 의한 결정이라면, 논의 과정에서 분명 고민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그간의 긴 세월 동안 알게 모르게 짊어지고 있었던 공정한 ‘변별력’에 대한 부담을 (적어도 과학교과에서는) 어느 정도 내려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2-3학년의 선택 과목이 모두 제외되었다는 것은 수능이 고1 교과 영역의 내용요소 만으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과학적 역량은 누가누가 더 잘 갖추었네요.”를 비교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러프한 기준 정도만 제시하여 입시 최전선에서 살짝 비켜서는 형태로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수능 체제의 과학은 고등학교 2-3학년에서의 과학적 성장 또는 성취도는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입시 자료로 단독으로 사용되기에 분명 적합하지 않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선택한 다양한 과학 교과들이 통합과학 성취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지언정, 수능 문제 풀이 결과를 수능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의 과학성취도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다.

  만약, 수능 결과에 2-3학년에서의 과학 성취도를 포함하고 싶다면, 성취기준 확장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평가는 교과를 벗어날 수 없고, 성취기준은 평가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그 교과에서의 최소 역량이므로, 과목은 그대로 통합과학으로 두고, 성취 기준만 2-3학년 수준까지 확장한단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결국, (적어도) 수능의 통합과학 영역 평가 결과는 고등학교 2-3학년의 과학적 성취와 학업역량을 ‘변별’하여 가려내는 지표로서 사용되기는 어려운 것이 분명하다.

  * 학교 현장에서는 통합과학이 수능 과목이 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2, 3학년 교실이 모두 통합과학 준비에 매달릴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수능와 대입 체제 변화를 통해 이럴 필요가 없도록 만들 것이라 기대한다. 내 예상과 달리, 몇 년 뒤 그래야만 하는 입시 환경이 펼쳐진다면, 참으로 목적과 의미를 잃은 암울한 교실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입시’는 아이들 면면을 ‘가려내어’ 각 대학 기준에 적합한 아이를 ‘선발’하는 것이다. 기준의 설정 못지않게 "변별"이 중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수능 체제에서의 과학 영역 평가 결과는 ‘입시’ 자료로서 비중 있게 활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운전면허 필기를 통과해야, 실기도 보고, 주행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대학 입학의 자격 기준을 가늠하는 1차 거름망 정도의 역할은 여전히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명칭에는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2. 화학은 왜, 수능에서 제외되었는가?

  갑자기 다른 소리처럼 들리지만, 그렇다면 왜 굳이, 이런 걱정이 예상되는 뻔한 상황에서 수능 평가과목에서 선택 교과들이 모두 제외되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가 고교학점제 기반의 학교라는 사실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고교학점제의 본격적 도입은 생각보다 학교 체제를 많이 바꿔놓는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을 기반으로 교육 과정이 운영된다. 학교가 학생들의 교과목을 지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권에 의해 학점을 이수하고, 그에 따른 개별화된 교육이 이루어진다. 100명의 학생이 있다면, 최대 100개의 개인화된 교육과정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개인화된 각각의 100개의 교육과정에 의한 학생의 성장 정도를 어떻게 표준화하여 비교하고 가려낼 것인가?

현재의 수능 체제에도 선택 과목이 있고, 점수를 표준화하여 비교하지 않나? 가능한 것 아닌가?

  그렇다. 가능하다. 하지만, 결국,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교과를 학교 교육과정에서 역으로 선택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마치, 게임캐릭터를 고를 때, 흥미와 개인 취향도 중요하지만, 현재 좋은 평가를 받는 캐릭터를 검색하고, 찾아 선택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경향성은 목표와 성취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성취를 통해 얻는 보상의 크기가 달라질수록 선택이 신중해지고, 더욱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캐릭터 중에 누굴 키우는 것이 효율적일까? 고민이 크다. [출처] reddit.com


  만약, 고교학점제 체제에서 여전히 현재(기존)의 수능 체제가 유지된다면,
학생들은 비록 진로, 적성과는 무관하더라도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우선 선택하는 형태로 고교학점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수능이건, 내신이건 중요하지 않다. 입시에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것은 학생들이 처한 상황 속에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거다.

  그래서 아마도, 고교학점제의 핵심인 선택 과목들은 입시 연관성이 큰 수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수능과 무관하게 진로와 학문적 흥미, 적성 기반으로 교과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에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과 진로 적성에 의한 동기만으로 수강 과목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수능과 무관한데, 그렇다면 학생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할까? 흥미와 적성도 하나의 큰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진로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다면, 성적 받기 쉽고 수업 분위기가 편한 교과를 선택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과거 대학 시절, 수강 신청할 때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학교에는 생각보다 진로 방향성이 뚜렷한 학생들의 비율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거긴 하다. 이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직 배우지도 않은 교과목의 이름이 주는 무게에 눌려 먼저 겁먹고, 맞이하지 않은 미래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피하려 선택을 포기하거나 변경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초기 내신 평가 방안에서는 선택 교과 모두 절대 평가 체제(A/B/C)로 가닥이 잡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성적 부담으로부터 조금은 해방시켜 주기 위해) 그렇지만, 결국 9단계 상대평가에서 5단계 상대평가로 완화된 정도로 균형을 잡았다. 완전 절대평가 체제가 갖는 여러 문제점(학교 운영의 비정상화 등)도 걱정되었을 테고, 지역별 발생하는 교육 환경 편차(고1 이후 내신각을 보다가 이탈하는 학생 분위기 등)가 생각보다 컸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지 않을까 싶다.

 

3. 그렇다면, 2028학년도 입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결국 입시의 핵심 주체는 학생과 대학이다. 교육부도 아니고, 교육과정평가원도 아니다. 대학은 좋은 학생을 뽑고 싶다는 목표가 있고, 학생들은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대학이 학생을 뽑는 입장이고, 학생은 뽑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대학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가가 중요하다.

  대학 입장에서는 좋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쉽게 가려낼 수 있을 때, 입시 과정이 수월하고, 선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학생을 변별하는 기준이 객관적이고 촘촘할수록 수월하고, 과정에서의 잡음 또한 적다.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된 전형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아쉽게 만족하지 못한 학생을 떨어뜨리며, 방법을 강구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학생들이 대부분 그 대학을 원한다는 전제에서 하는 말이다.

  2028학년도 입시부터는 기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짊어지고 있던 것들이 다른 형태로 이전될 것이다. 고1 공통 과정만으로 현재와 같은 미세한 변별을 담당하기에는 무리다. 그 변별이 2-3학년 교육과정의 성취도와 연관되는 것도 아니기에 더더욱 유지해야할 이유가 없다. 결국 대학은 입시를 위해 다른 무언가를 도입하고, 대학별로 나름의 방법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많은 학생들이 입학하길 원하는 인서울권 대학들이 어떠한 입시 방향을 설정하는지가 중요하다. 특히나 서울대의 대입 정책은 전반적인 입시 방향성의 기준점이 된다. 그런데, 올해 초(2025.1.14.) 실시된 2025 서울대 대입 정책 포럼에서 2028학년도 대입전형 개편 방안을 제시했고, 앞으로의 입시 방향성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학교마다 처한 입장이 조금씩은 다르기에 개편 결과물 또한 같을 수 없겠지만,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개편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수시에서의 ‘SNU 역량 면접을 도입’과 정시 모집에서의 ‘교과역량평가’ 강화이다. 두 가지 변화 모두 2022 개정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시행, 2028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세 가지로 인해 발생한 대학에서의 입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임이 뚜렷했다.

  수능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정시 모집에서 더이상 2-3학년 교육을 통해 다다른 학생 성취도를 온전히 확인할 수 없으므로, 학교 내신 서류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교과역량평가’를 한다. 이전에 비해 완화되긴 했지만, 상대 평가 결과와 과목별 세부특기사항도 있다. 학생들이 선택한 교과 조합의 다양성과 지필/수행평가 정보를 바탕으로 나름의 촘촘한 필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수능 비중이 높긴 하겠지만, 40%의 교과역량평가는 기존 정시 체제와 비교했을 때, 내신 서류가 상당히 중요해진 큰 변화다.

  또한 수시에서의 ‘SNU 역량 면접’ 도입은 서류평가 이후, 대학별 특성화된 면접 과정의 도입을 예고한다. 대학들마다 차별화된 면접 단계임을 강조하며, 수시 서류에서 확인할 수 없는 성취도에 대한 학생 검증을 대학이 직접 수행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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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먼 일이라 알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관련된 모든 이의 고민과 지속된 논의를 통해 바람직한 변화의 방향성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한다. 세부적인 운영 및 입시 형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구체화되고, 표준화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 입시가 고교 교육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되고, 단순히 수능 점수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 저마다의 각양각색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임하면, 대학이 알아서 그것들을 가려낼 수 있는 표준화된 입시체제를 갖추어 또한 이 변화에 적응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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