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기
통합과학 직무연수에 과학탐구실험에 관한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나는 과학탐구실험 교과를 제대로 운영해 본 경험은 없다. 고작, 1년뿐이다. 해당 연도에 연구학교 담당자로 과제를 수행 중이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았지만, 그 시도들을 일반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떠한 수업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으려면 더 많은 검증과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기에, 과학탐구실험의 방향성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와 일부 사례 위주로 소개하기로 결정했고, 다행히도 잘 끝났다.
아래 내용은 강의를 위해 제출했던 원고의 일부를 조금 다듬은 것이다. 시간에 쫓겨,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여럿 있지만, 그래도 생각을 정리할 겸 옮겨놓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 포함된 글입니다.)
1. 교육과정 살펴보기
당장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맞이해야하는 지금 순간에, 놓아주어야 할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하지만, ‘과학탐구실험’의 탄생을 바탕으로 교과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고등학교 '과학탐구실험'은 9학년까지의 '과학'을 학습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과학 탐구 능력 및 핵심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과학 탐구 활동과 체험, 그리고 산출물 공유의 경험을 제공하는 과목이다.
-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
짧은 문장 속에 많은 것을 담고 있는데, 차분하게 하나씩 알아보자.
일단, 과학탐구실험은 9학년(중학교 3학년) 이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교과목이다. 일반적으로 고교 1학년에 해당하며, 해당 교과 편성 및 운영의 주된 목적은 학생들의 ‘과학적 탐구 능력’과 ‘과학과 핵심 역량’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수업으로 ‘과학 탐구 활동’과 ‘체험’, ‘산출물 공유 경험’을 제공할 것을 말하고 있다.
수업을 통해 기르고자 하는 '과학과 핵심 역량'은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과학적 사고력’, ‘과학적 탐구 능력’, ‘과학적 문제 해결력’, ‘과학적 의사소통 능력’, ‘과학적 참여와 평생 학습 능력’이며, 현장 교사들은 위의 다섯 가지 항목을 길러주기 위한 수업 구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해당 교과목을 처음, 홀로 담당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걱정이 될 법도 하다. 어떻게 해야 학생들의 과학적 탐구 능력과 핵심 역량을 길러줄 수 있을까?
여기서 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나씩 나아가는 것이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가장 충실하게 따르는 교재이다. 사용해야 하는 용어부터, 교육과정의 위계와 성취 기준, 제시된 탐구 활동 하나, 하나까지 세심하게 고려하여 만들어진다. 그리고 단계별 검토 과정에서 수많은 논의를 거치고, 통과해야 최종본이 확정되고, 비로소 교실에서 학생을 만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학탐구실험’ 교과는 학생들이 즐겁게 실험 활동을 할 수 있는 워크북 형태로 구성한다고 미리 명시한 것이며, 교과서 출판사들은 이러한 조건에 맞게끔 교과서를 만들어야만 했다. 워크북이란,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길잡이로 만든 지도서’를 뜻하므로, 교과서에서 제시한 여러 탐구활동을 학생들이 직접 수행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주된 역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교과서 세부 단원은 ‘역사 속의 과학 탐구’, ‘생활 속의 과학 탐구’, ‘첨단 과학 탐구’로 구분되어 있으며, 교육과정에서 콕 집어 제시한 필수 탐구를 중심으로, 기타 추가 활동들이 함께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짜임새있게 구성된 교과서 탐구 활동을 충실하게 밟아 나가는 것은 안전하고, 검증된 수업 운영 방식이다. 그럼에도 교사라는 직업병 때문인 것인지, 각자의 수업 스타일에 맞는 형태로 조금씩은 변화를 주고, 재구성하여 자기 만의 색깔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꿈틀대곤 한다.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학생들의 과학적 탐구 능력과 핵심 역량을 길러줄 수 있을까? 과학탐구실험의 교과 특성과 본질은 해치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이 의미를 찾게끔 하기 위해 어떠한 수업을 구성해야 할까? 과학적 탐구 환경은 어떻게 만들어주어야 할까?
2. 회의적 과학자
근대 화학의 시작을 언제부터로 해야 하냐고 물으면,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인물이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물들이고, 일종의 직업군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바로, '연금술사(alchemist)'이다. 대부분 연금술사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고, 어렴풋이 어떤 인물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겠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물질의 성질을 변화시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값싼 금속돌의 성질을 변화시켜 값비싼 '금(gold)'을 만들고 싶어 했다.
현재 우리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그들은 정말 대담한 가정을 했다. 어떤 물질의 성질을 뽑아내어 다른 물질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들은 금의 황금빛 광택, 무른 성질, 부드러운 표면과 같은 고유 성질들을 값싼 자원으로부터 따로 모아 금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굳게 믿었고, 쓸데없이 부지런하였으며, 끈기까지 있었다.
그들의 노력은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이년이 아니라, 약 천 년 이상 지속되었으며, 그 과정 속에서 근대 화학이 발전했다. 이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유리 기구(초자)들 대부분이 연금술사의 결과물이며, 화학의 시작이 연금술사와 닿아있다는 증거이다.
같은 목적을 갖고, 천 년 정도 시도하면, 한 번쯤 성공할 법하지만, 그들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17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그들의 초기 가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의문의 정점에서 출간된 책이 1661년, 영국의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1627-1691)에 의해 쓰인 《회의적 화학자》이다.
보일은 직접 고안한 진공 펌프를 이용하여 유리로 된 종 속의 공기를 모두 제거한 뒤, 가연성 물질을 넣고 태워도 타지 않음을 관찰했으며, 진공 상태에서 새와 같은 동물도 죽는다는 것을 여러 사람 앞에서 시연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이다. 보일은 생명체가 호흡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기체와 연소에 필요한 기체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 예견했다. (프리스틀리가 산소를 발견한 것이 1774년이다.)
보일은 《회의적 화학자》를 통해 과학이라는 학문이 '생각'이나 '철학'이 아닌, '실험'에 기초하여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보일은 '생각과 정성적인 부분에 머물러 있던 과학'을 '정량적인 실험 기반의 과학'으로 변화시켰다. '근대 화학의 아버지'로 가장 먼저 로버트 보일을 꼽는 데에는 "과학적 탐구 방법의 확립" 측면이 더 크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우리는 연금술사들의 방법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과학은 '과학적 방법, 과학적 절차'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과학적 방법의 시작은 '어떤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이며, 과학적 절차는 그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 검증이 필요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설(hypothesis)'이라 하며, 이러한 가설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할 수 있다. 가설이 검증 과정을 거치면, 그 결과와 무관하게 더 이상 가설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만약, 잘 통제된 실험이라는 테스트에서 살아남는다면 '법칙(law)'으로 승격된 지위를 갖게 되고, 살아남지 못하면 그대로 폐기된다.
생존에 성공하여 법칙 지위를 얻게 된 가설은, 비교적 낯설고 생소한 환경에서도 어느 정도 믿음을 갖고 적용 가능하게 된다. 만약,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려는 시도가 과학적 의문과 검증 가능한 가설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면, 물질의 본성을 추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초기 가정은 금방 폐기되었을 것이고, 물질의 성질과 변화에 대한 근대 화학 관점에 보다 빠르게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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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다소 뜬금없이, 연금술사와 로버트 보일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길게 한 것은, 고등학교 '과학탐구실험'이라는 교과가 "연금술사에 머물러 있는 기존 학생들이 관찰과 정량적 측정, 결괏값의 해석을 바탕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자연을 설명하는 보일의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존 교과서 속 탐구 활동들은 탐구에서 가져야 할 궁금증, 가설, 실험 과정, 예상되는 결과까지 모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다. 제시된 단계를 수행하면서 본문 내용에서의 설명을 확인하고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에 반해 '과학탐구실험' 교과는 학생들로 하여금 탐구 요소를 찾게 하고, 잠정적인 답을 세워보게 하며, 검정을 위한 적절한 단계를 구상케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설계한 탐구에서 얻은 데이터를 직접 처리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당연하게도, 처음에는 이러한 과학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하는 탐구 과정이 어색하고 낯설겠지만, 다양한 주제로 비슷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현장 과학자들의 연구 방법론을 미리 체험하고, 과학적 절차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익숙해지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3. 과학적 탐구 방법: 가설-연역적 탐구 방법
어떤 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해야, 과학적인 방법으로 해결한 것일까?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과학적 탐구 방법에는 귀납적 탐구와 연역적 탐구 방법이 있다. 귀납적 탐구는 관찰 경험이 누적되고, 누적된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화된 결론을 얻는 것을 말하며, 연역적 탐구는 일반적인 원리에서 출발하여 어떤 결론이나 사실을 추론하는 방식이다. 여기서는 적극적 사고를 통해 만들어진 가설을 만들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검증하며, 그 결과를 해석하여 결론을 얻는 가설-연역적 탐구 방법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가설-연역적 탐구 방법은 [1] 관찰 현상으로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2] 잠정적인 답(가설)을 설정한 뒤, [3] 가설을 확인하기 위한 통제된 실험을 설계하고, [4]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들(자료)로부터 초기 설정한 가설이 옳은지 그른지를 검증하고, 판단하여 [5] 결론을 얻는 탐구법이다.
가. 탐구 주제의 선정
과학적 탐구는 탐구하고자 하는 대상, 또는 공동의 해결 과제가 필요하다. 그런데, 학생들과 함께 과학적 탐구 수업 또는 자율 탐구 수업을 진행하려고 마음먹으면, 주제를 결정하는 과정부터 난관이다. 평소 궁금했거나 관심을 가졌던 분야, 또는 탐구해 보고 싶은 내용이 포함되는 큰 주제를 먼저 정한 뒤에 구체적인 탐구 주제 찾아나가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런 주제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일단은, 평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두었던 경험 자체가 적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평소 관심사와 선호도에 따라 자유롭게 탐구 주제를 정하라고 시간을 주면, 오히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힘들어하는 모습이 흔하게 보인다. 또한, 어찌어찌 힘들게 주제를 결정했으나 본격적인 탐구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이 주제를 결정했음에도 탐구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 실행 가능한 탐구가 아닌 경우, 학교 실험실 환경(현재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주제
- 탐구할 요소가 없는 단순 체험에 그치는 주제
- 이미 비슷한 탐구가 진행되었거나, 탐구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주제
나. 정보 수집과 가설 설정
사실, "정보 수집과 가설 설정 중에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무엇이다!"라고 꼬집기 어려워 둘을 한꺼번에 묶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정보 수집 중에 가설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가설을 먼저 세우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탐구 주제(범위)를 정했다면, 해당 탐구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해당 탐구를 어떠한 방식으로 구성해 나갈지를 계획하고, 설계해야 한다.
평소 안내된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실험에 익숙한 학생들이 두 번째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하다.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탐구를 위해 양질의 정보를 찾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하며, 학생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과제이다. 대부분, 인터넷 블로그(이 공간 포함)의 이유도 알 수 없는 실험 방법을 그대로 가져온다거나, 비슷한 실험 주제를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에서 찾아 따라 하는 것을 정보 수집이라 생각한다.
물론, 인터넷에서 영상 자료를 찾고, 실험 방법을 탐색하는 것이 탐구 설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글로만 실험 과정을 접했을 때,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던 부분을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의할 것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탐구에서 필요한 과정은 무엇인지, 생략해도 되는 부분은 무엇인지, 얼마나 엄밀해야 하고, 어떤 변화를 주어도 되는지에 대해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학생들의 정보 탐색 과정에서 교사는 "이러한 과정은 왜 포함된 것 같니?, 해당 물품이나 재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니?"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학생들 스스로 끊임없이 자신들의 탐구 과정을 생각하면서 수정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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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수집 단계를 어느 정도 거치면, "우리의 탐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겠다.(긍정적 결과)", "우리의 탐구는 탐구할만한 꺼리가 없다. 주제 선정 단계로 다시 돌아가야겠다.(부정적 결과)" 등의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탐구를 진행하겠다는 방향성이 세워졌다면, 자신들이 진행하려는 탐구를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주된 질문이 무엇인지 반드시 구체화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던진 질문의 잠정적인 답(예상되는 결과)이 무엇인지를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의 잠정적인 답을 "가설(hypothesis)"이라 한다.
가설은 탐구 질문과 구분되어야 한다. "~~할까? ~~ 어떻게 될까?"와 같은 질문형이 아닌, 질문에 대한 답안(결과)의 형태로 작성되어야 한다.
- 코일의 감은 횟수가 많아질수록 자석의 낙하 속도는 느려질 것이다.
- 과산화수소의 농도가 진할수록 생성되는 거품의 높이가 높을 것이다.
다. 탐구 설계: 변인 설정과 과정 설계
사실, 본격적인 탐구를 진행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변인 설정이다. 변인은 독립 변인과 종속 변인으로 구분한다. 독립 변인은 탐구를 진행되는 실험자에 의해 통제되거나, 조작되는 변인을 말한다. 실험자에 의해 통제되는 변인을 통제 변인, 조작되는 변인을 조작 변인이라 한다. 종속 변인은 실험자의 통제와 조작에 의해 따라오는 결괏값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통제 변인, 조작 변인, 종속 변인에 대한 개념이 명확지 않다. 내가 탐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통제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조작해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조작한 변인에 따라 달라질 것은 무엇인지? 에 대해 구분하여 생각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 통제 변인: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 일정하게 통제해줘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요? ex) 감는 코일 두께, 종류, 촉매 양...
- 조작 변인: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 여러분들이 조작하여 변화를주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ex) 코일 횟수, 농도...
- 종속 변인: 여러분들이 조작한 것(변인)의 결과는 어떤 형태로 측정되고 관찰될 예정인가요? ex) 속도, 시간, 높이 차이,,,
변인을 직접 구분해보고, 설정해 보면, 실험 수행 전, 어떤 단계에서 어려움이 발생할지를 미리 알 수 있다.
변인 설정을 완료했다면, 변인에 따라 탐구 방법을 작성하고, 전체 과정을 설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탐구 과정을 줄 글로 나열하기 바쁜데, 되도록 처음에는 전체 단계를 그림으로 그려보고, 이후에 글로 작성하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그림으로 나타내다 보면, 필요한 기구 및 도구, 측정 방법, 재료 등이 구체화되는 경우가 많다. 탐구 과정 설계는 최대한 디테일해야 실제 탐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왕-자왕하지 않는다. 탐구 과정을 설계하고, 이를 기술하면서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가 점점 명확해져야 하며, 각 단계를 수행하는 이유나 필요성 등을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화할 수 없지만,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한가지 더 있다.
탐구를 설계하고, 기술하는 과정에서의 '과학 재현성'이다. 재현성이란, 어떤 연구를 똑같이 반복했을 때, 기존 보고된 결과가 (거의) 똑같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것이다. 작년 국내 연구진에 의해 보고되어 전 세계 과학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상온 초전도체 합성 관련 이슈 또한, 재현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탐구 과정 설계를 통해 과학적 방법론을 배우는 단계의 학생들에게 과학계 연구 논문 수준의 재현성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작성한 탐구 과정을 다른 또래 학생들이 읽고, 비슷한 환경을 구성하여 탐구할 수 있는 정도의 재현성은 갖추게끔 알려주어야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고, 여전히 지금도 유효하다.
라. 자료 해석과 결론 도출
만약, 일련의 과정을 성실하게 수행하여 탐구를 정상적으로 마쳤다면, 결괏값(데이터)을 얻을 수 있다. 명확한 조작 변인이 있고, 종속 변인에 대응할 수 있는 측정이 이루어졌다면, 그 결괏값을 바탕으로 탐구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여기서 데이터(자료, data)와 정보(information) 사이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탐구를 마친 뒤, 얻은 가공되지 않은 결괏값들,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값들을 데이터라고 한다면, 그 데이터에서 발견될 수 있는 규칙성과 연구자의 해석이 더해져 (유의미한) 정보가 된다.
날 것의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정보(결론)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적절한 형태로 표현 또는 변환되어야 하며, 제대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떠한 형태로 데이터를 표현할 것인가? 표가 나을 것인가? 그래프가 나을 것인가? 표나 그래프라면, 세부적으로는 어떤 형태가 적절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데이터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해보는 경험 또한 과학탐구실험 교과에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4. 마치며...
1년의 짧은 기간, 특정 환경의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얻은 결과이기에 일반화할 수 없음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을 굳이 남기자면,, 학생들 스스로가 설계하고, 탐구하여 얻은 데이터를 직접 가공하고, 표현 방법을 결정하고, 데이터의 규칙성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는 (힘들고 고된) 경험을 2-3회 반복하다 보니, 학년 말즈음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제출한 보고서의 탐구 결론 부분에서 "재미있었다."와 "신기했다."와 같은 감정에 기반한 느낀 점이나 아쉬운 점을 나열한 보고서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또한 정형화되어 기대감을 갖기 어려운 과학 논문이나 보고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깨알 같은 자료의 표현 방법과 자료 변환 디테일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질문한다면, 아니오라고 대답해야 하지만, 학생들이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알 것 같은, 그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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