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7
이번 주말동안 카카오 생태계가 멈췄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관련 서비스 전체가 올스톱했다. 나는 토요일 오후쯤 카카오톡 PC버전 접속이 되지 않아, 몇차례 시도하다가 이상함을 느끼고 기사를 통해 화재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카카오 세상은 이틀간 멈췄다.
카카오톡이 안되고, 다음(Daum) 웹페이지 접속이 안되는 것이 불편하다 생각은 못했는데, 티스토리 블로그가 접속이 안되는 것은 생각보다 답답했다. 내가 블로그 페이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과 티스토리 서비스가 다음카카오 제공(원래는 아니었는데ㅠㅠ)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은 부분이 소소하게 있다. 대부분의 티스토리 글들은 읽을 수 있지만, 모바일 페이지로 리디렉션 되고 있어서 보기에 어색하다. 오늘 오후까지는 블로그 관리 페이지에 접근하는 것도 어려웠으며, 어플은 통째로 먹통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작성해두었던 글과 댓글이 보이고, 글쓰기 페이지도 열리기에 이렇게 글을 남긴다. 관리 페이지에도 접속 가능해서 이것저것 만질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내 모습이 슬프기도 하다.
카카오가 점유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생각한다면, 복구 우선 순위에서 블로그가 한참 뒤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 주말동안 블로그에 매이지 않고, 가족들과 활동적인 하루를 보낸 것도, 그래도 손실없이 복구되어 이런저런 글을 남길 수 있는 것도, 이걸 핑계삼아 오랜만에 잡담 글을 쓰는 것도 화재 덕분이라고 좋게 생각할런다.
그리고, 플랫폼 기업의 가치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플랫폼 기업은 결국, 사람들을 자신들의 생태계 속에 오래 잡아둘 수 있어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고, 자신들의 플랫폼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그 순간 경쟁력을 잃는다.
어제 하루동안 네이버 라인, 텔레그램 메신저 설치가 늘었다고 한다. 내 텔레그램(사용 빈도 0이지만...)에도 새로운 친구가 가입했다는 메시지가 몇차례 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이가 완전히 넘어갈 수 있을까?
어느정도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대다수는 다시 돌아가 언제 그랬냐는 듯 카톡을 주고 받을 것이고, 지난 주말의 일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 수 있다. 관성을 이겨내는 것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익숙함이 커질수록 관성을 이겨내기 위한 에너지는 더 많이 필요하다. 이것이 일종의 선점 효과다.
다른 메신져들이 카카오의 독주를 무너뜨리려면, 기존 경험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만 한다.
변화는 기존의 것이 주는 불만족보다 새로운 것이 주는 불확실함이 작아야만 일어날 수 있기 마련이며, 새로운 것이 주는 신선함이 기존의 것이 주던 만족을 뛰어넘어야만 가능하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이미 카카오 생태계 적응이 끝나버린 우리들은 오랜시간 카카오 플랫폼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카카오는 현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하고, 경쟁자들은 보다 나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해야 긍정적인 발전을 함께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이건 카카오한테 호재인가? 호재고 뭐고 아~~~ 살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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