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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플라스틱 종류별 적외선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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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 필름을 종류별로 구입하여 적외선 스펙트럼을 측정했다. 지역 내 심화과학반 학생들을 위한 강의 자료에 넣을 데이터가 필요해서 일찍이 측정해두었는데, 학교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모른척 방치하다가 교수학습자료개발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압박이 커져, 생각난 김에 정리해두려 한다.

  최근에 블로그에 '적외선 분광법'에 관한 첫 번째 글을 올리고 난 뒤, 귀찮음에 임시 저장한 상태로 무한 미루기 시전 중이다. 한창 탄력받았을 때, 마무리지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Polyvinyl Chloride(PVC), Polycarbonate(PC), Polyethylene(PE), Polypropylene(PP), Polyethylene terephthalate(PET), Polystylene(PS) 여섯 종류 플라스틱의 적외선 스펙트럼을 측정했다.

여섯 가지 샘플 플라스틱의 구조


  아래 사진은 여섯 종류 샘플 중 무작위로 다섯 가지를 택하여 사진으로 찍은 것인데, 겉보기 성질만으로 플라스틱 종류를 구분할 수 있을까? 사진에서 제외된 하나의 플라스틱은 누구일까?

플라스틱 샘플 A, B, C, G, E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눈 앞의 플라스틱을 한꺼번에 모아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비벼보고, 튕겨보고 하면 조금씩 물성이 다르다는 것은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특정 플라스틱이 무엇이다라고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는 정보가 플라스틱 소재별 특징이라기보다, 특정 소재로 만들어진 결과물 형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PET의 풀네임이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라는 것은 몰라도, 우리는 생수병과 음료병을 그냥 페트(PET)병라고 아무렇지 않게 부를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일정 크기로 잘린 조그마난 플라스틱 판을 만지며, 페트병에서의 재질과 촉감을 상상해내는 일이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PET의 물성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출처] pixabay by pasja1000

 


 

  그렇다면, 왜 하필 적외선 분석법이고, 플라스틱 필름일까? 적외선 분석은 분자들의 결합의 세기에 따른 진동수 차이를 이용한다. 결합 특징으로부터 구조를 찾는다. 특정 분자가 갖는 C=O 이중 결합, O-H 결합 등의 흡수띠를 바탕으로 구조의 특징을 파악한다. 이에 비교적 간단한 탄소 화합물들의 구조 분석에 유용하다.

  그러나 플라스틱들은 분자량이 큰 고분자들이며, 수많은 결합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외선 분석법이 유용한 이유는 플라스틱의 구조에 있다. 플라스틱은 간단한 단위체(monomer)가 무한 반복되어 연결된 중합체(polymer) 형태를 갖는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이름 앞글자에 'poly ~' 로 시작해서 '~ 뭐시기'로 끝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뭐시기'는 보통 단위체 이름이나 형태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플라스틱이 수많은 결합을 갖는 것에 비해 결합 특성이 단순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폴리에틸렌(PE)는 탄소 두 개로 이루어진 에틸렌 분자(C2H4)를 단위체로 하여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며, 폴리프로필렌(PP)은 프로필렌 분자(CH3CHCH2)가 반복된다.

PE와 PP의 단위체 [출처]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The-monomer-repeat-structures-of-polyethylene-and-polypropylene-the-two-most-commonly_fig1_295404630

 


 

  본문 하단에 첨부된 스펙트럼은 PerkinElmer사의 Spectrum two 기기로 650cm-1 ~ 4000cm-1 영역에서 PIKE MIRacle ATR 악세사리을 이용 하여 측정한 것이다. 아스피린과 타이레놀과 같은 몇몇 의약품들도 측정하긴 했는데, 결과물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업로드하지 못하겠다. 늦기 전에 다시 측정할 계획이다.

PerkinElmer Spectrum 2 & PIKE MIRacle ATR


  사실, 스펙트럼을 업로드하기는 하지만  파수에 따른 피크 분석은 거의 까먹어서 하나씩 assign 하는 등의 설명을 추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다. 아니, 말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 학교 다니던 당시에도 분광학에 재능이 없는 건지, 매 퀴즈 하나하나가 간당간당했던 기억만 아직 선명한 걸 보면, 내용을 까먹었다기보다 제대로 알았던 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다행인 것은 요즘 기기에서는 라이브러리 검색을 통해, 측정한 샘플과 유사한 스펙트럼을 찾아주고, 일치율(%)까지 알려주니 나같이 부족한 사람들도 해당 샘플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략 확인은 가능하다.

  다시 한 번 정리해보면, 아래 샘플은 A ~ G는 PVC, PC, PE, PP, PET, PS 중 하나이다.

샘플 A
샘플 B
샘플 C
샘플 E
샘플 F
샘플 G

 

  여섯 개의 샘플이 모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위치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피크들도 있다. 플라스틱 샘플 A ~ G 순서에 해당하는 플라스틱 종류는 아래 해시태그로 남겨두었다. (해시태그 순서가 제멋대로 정렬되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스펙트럼별 플라스틱 종류는 접은글로 대체하여 남겨두었다.)

더보기
샘플 A : polyvinyl chloride (PVC)
샘플 B : polystylene (PS)
샘플 C : polypropylene (PP)
샘플 E : 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
샘플 F : low density polyethylene (LDPE)
샘플 G : polycarbonate (PC)

 
  지나가던 어떤 화학 전공자 분께서 이 글을 보시고는, 불쌍한 마음에 샘플별로 피크 assign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냥 작은 바람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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