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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평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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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6

1.

  개인적으로 수능형 킬러 문항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화학적 개념을 살짝 가미한 수수께끼라 생각한다. 물론, 내가 풀이에 능숙하지 않아서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풀이 방법과 결과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문제를 풀고, 해설하는 과정에서 조차 출제 의도와 화학적 의미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고, 그런 문제를 짧은 시간 동안 풀어내는 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어떤 화학적 역량을 길러주는지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다. 순수하게 화학적인 개념만으로 이루어진 문제를 출제할 수 없다는 현실도 알고 있다. 또한 나와 달리, 와이프는 이런 수수께끼와 같은 유형의 문제를 좋아한다. 스도쿠를 푸는듯한 재미가 있다고 한다. 나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 풀이에 능숙한 것도 맞고, 다방면에 도전을 즐기는 성격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여름방학 방과후학교로 수능 문제 풀이반 수업이 개설될 것 같은데,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복잡해진다.

 

2.

  오늘 1학기 2회 고사가 끝났다. 2학년 화학1, 3학년 화학1, 3학년 화학2 모두 쉽게 출제했다고 자부한다. 변별만을 위한 킬러 문제는 과감히 뺐다.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새로운 상황에 적용정도 할 수 있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3학년의 경우 수행평가로 진행했던 수업 중 퀴즈와 연계도를 높였기에 평고 수업을 충실히 듣고, 퀴즈 문제 위주로 공부했던 학생들에게는 비교적 쉬웠을 것이다. 물론 점수 분포는 그렇지 않았지만…

  2학년 화학1의 경우 범위가 너무 좁고, 난이도 또한 무난하여 시험이 끝나고 만점자가 다수 발생해 상위 등급에서 문제가 생길까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나름 만족스럽다. 이전 학교에서의 선다형을 버리고, 100% 서술형으로 지필 평가를 출제했던 경험과 수시로 수업 중 퀴즈(쪽지 시험)를 적극 활용해온 경험이 나의 평가 가치관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준 것 같다. (의외로 퀴즈는 학생들이 싫어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평가는 학습한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평가 내용은 수업 중 학습 내용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하며, 평가를 통한 비교 대상은 해당 학생의 과거와 현재가 되어야 한다. 타인과의 비교를 목적에 둔 평가는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에 혼란을 주며, 평가를 위한 학습을 부추길 뿐이다."

 

3.

  나 역시 이전 학교에서 타임어택 형태의 문제를 출제하곤 했다. 직접 문제를 출제했지만, 일일이 문제를 읽어가며 출제 의도를 파악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나조차 50분 내에 완벽하게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리고 당시, 수업 평가를 받았을 때 학생이 작성해준 의견은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개인적으로 공부에 진지하게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시험 문제를 받아보고, 결과를 맞이한 순간 이건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소질이 없나 봅니다."

  그 뒤로부터는 킬러 문항수와 함께 전체적인 문항수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수업에 진심인 학생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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