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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혹시, 괜찮은 학원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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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3

  바쁜 한 주를 보내고, 찾아온 주말은 소중하다. 개인적인 휴식을 취하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내야 한다. 평소 해결할 수 없었던 밀린 일들도 해둬야 한다. 봄비가 내리기 전에 벚꽃을 즐겨야 하는 것이 우선인듯하지만, 이미 비가 와버렸으니 이건 늦었다.

  오늘은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하기로 했다. 날씨가 제법 따뜻해져 더이상 눈은 오지 않을 듯하니, 겨우내 끼고 다니던 스노타이어를 사계절용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지난 겨울 타이어를 맡겨놓은 카센터로 향했다. 예전 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의 추천으로 알게 된 곳인데, 사장님이 친절하시고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아 그 뒤 단골이 되었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동안 마시려고 커피를 사갔는데, 코로나로 인해 휴게실에서 음료를 마실 수가 없다는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쉽지만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평범한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의미 없이 휴게실에서 TV를 보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따라 나오시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거셨다.

"선생님, 저희 애가 중학생인데, 혹시 괜찮은 학원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저희가 아이들 공부에 대해 너무 몰라서요. 뭘 해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네요."

 


 

  학교 선생님에게 학원을 추천해달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자녀의 학업으로 고민하는 부모님과 상담하다 보면, 가끔 받는 질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기에 전혀 기분 나쁘거나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학교 교육과 학원 교육은 목적이 조금 다르고, 대상이 조금 다를 뿐이다. 둘 모두 의미가 있으며, 나름의 중요함이 있다. 물론, 우리 모두가 학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건 속에서 사는 것은 아니기에, 학원 교육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것을 통해야만 사회적 지위 상승이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히 반대한다. 그저, 배움을 더 원하는 아이들이 비용을 들여서라도 학습 욕구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그에 대한 최소한의 인프라는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반 학생들도 학원을 많이 다닌다. 상담을 해보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학생부터 그냥 의무감에,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별생각 없이 몸에 부적을 지니듯 다니고 있는 학생들까지 다양하다. 나는 학원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 꼭 이렇게 말해준다.

"학원이 도움이 되고 있는지 본인 스스로 치열하게 생각할 것. 혹시나 의무감에, 다른 누군가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학원을 다니고 있다면, 그건 비싼 부적 역할 정도밖에 못하고 있는 것. 혼자 공부할 때, 너무 많은 시간이 소비되어 비효율적인 것들을 학원 교육이 효율적이게 만들어준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것. 학원의 필요성은 다른 누구도 판단하기 어려우며, 자기 자신만 판단할 수 있는 것."

 


 

  학습의 핵심은 얼마나 "생각"하는가이다. 수업 시간에 교사가, 교실 속 학생이 채운 수많은 정보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 문제를 풀면서 출제자가 묻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하며 "생각"하는 것이다.

  제대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정보들(수업)에 집중해야 한다. 집중한다는 것은 최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수집하고, 당시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보를 수집하는데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주는 것이다. 관심을 주겠다고 스스로 마음 먹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반드시, 학습자는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기 편한 시간과 공간에서 그것들을 되뇌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것이 수업이 끝난 직후의 짧은 시간 동안일 수도 있고, 정규 수업이 끝난 뒤 일 수도 있다. 아무리 수업에 집중해서 알차게 보냈다 하더라도, 그 뒤에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경험들은 당시의 기억을 무디게 하고, 그때 느꼈던 새로움을 희석되게 만든다.

  따라서,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되뇌어야 한다. 그래야 기억 속에 남는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것이 학습자 스스로가 주도하는 "자기 주도 학습"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는 오히려 뒤바뀐 아이들이 더 눈에 띈다. 자기 공부 시간은 적은 반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많다.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개인 공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체력 때문이라도, 한정된 시간 때문이라도 당연하다.

  학생 스스로 느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학원은 언제나 옳다. 분명히 그렇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의미를 찾지 못하는 학원은 스스로 생각할 시간과 체력을 뺐는다. 학원을 다니는 행위 자체가 공부라는 착각에 빠져있다면, 반갑지 않은 안일함 또한 얻을 수 있다. 공부는 공부고, 학원이라는 공간은 좋은 학습 매체 혹은 보조 자료가 되어야 한다.

  학원에서 학교 수업에 도움이 되라고 행하는 예습(선행 학습)이 오히려 학교 수업에서 찾아야 할 궁금증을 앗아가 버리고, 쉬운 내용을 반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마치 그 내용을 아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스스로 쉽다고 생각되는 내용에 집중하는 일은 어렵다. 마치 결말을 아는 영화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예습은 모르는 내용을 미리 접하면서 어려움을 느끼고 궁금증을 갖게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장님과 자녀 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타이어 교체가 끝났다. 대화를 마무리하며 사장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중고등학생 자녀의 공부를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공부는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보통은 필요한 책을 사주고, 유명한 학원에 보내주는 것 정도에 부모 역할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요. 자녀가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자세히 알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자녀의 공부에 대해서는 자녀 스스로가 고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해요.

  아이가 스스로의 생활을 돌아보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작게는, 그 날 학교 수업 시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한 번쯤 되뇔 수 있도록 관심 갖고 가볍게 대화해주세요. 유치원생 아이가 그날 있었던 일들을 집에 와서 재잘재잘 떠드는 것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필요한 부분이에요.

  그리고 아이가 하루를 되뇌는 일들이 습관처럼 익숙해지면, 그날 새롭게 알게된 것들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처음부터 한 시간, 두 시간 학습 시간을 정해놓고 시간을 채우는데 집중하기보다, 기억나는 것들을 정리하고, 잘 모르는 것들을 찾으면서 차츰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습관을 갖게 되면, 스스로 무엇이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관심 가져주시고, 그걸 부모가 도와줄 수 있다고, 표현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쉽게 말해 아이 스스로 '생각하며' 복습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자기에게 어떤 책, 학원, 과외가 필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기에 부모가 대신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일이 줄어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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