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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새로운) 학교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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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9

  대부분의 사람들이 1월부터 새로운 마음가짐과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에 반해, 교사들은 3월 개학과 함께 한 해를 시작한다. 나 역시 3월부터 새로운 지역, 새로운 학교에서 3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질 예정이다.

  지난 17일, 18일 이틀에 걸쳐 새로 부임할 학교를 다녀왔다.

 

1.

  새로운 학교까지 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시골 학교라 관사가 있지만, 우리 집 꼬마들 유치원 등원 문제로 학교 관사를 신청할 수 없었다. 일단은 멀어도 출퇴근을 해야 할 듯하다. 운전에 각별히 유의해야겠다. 장거리를 반복해서 출퇴근하다 익숙해지면 긴장이 풀어지고, 졸거나 위험할 수 있다.

  내년에 와이프가 근처 지역 학교로 이동할 수 있다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 듯하지만, 올해는 어찌 되었건 해당 사항이 없다. 

 

2.

  물화생지 과목별 교사 수가 풍부했던 과학고와 달리, 새로 이동할 학교는 물화생지 과목당 한 명씩 밖에 없다. 그러나 지역 다른 학교 상황까지 넓혀보면, 물화생지 전공 교사를 모두 보유한 고등학교로는 유일하다. 이전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

  2015 학생 중심형 선택형 교육과정(단위수)으로 인해 1학년 통합과학(3), 과학탐구실험(1) 2학년 물화생지 1(2), 3학년 물화생지 1(3), 물화생지 2(3)를 네 명의 선생님이 해결해야 한다. 당연히 학생들의 선택과 희망은 컨트롤할 수 없기에 정말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온다. 모두 만족시키면서 합리적인 시간표가 나올 리 없다. 과학 반대편에 사회 영역 또한 모두 열려있기 때문에 시수 조정과 반 편성이 더욱 쉽지 않다.

  지역내 학교 간 거리 또한 무지막지하기에 공동 교육과정 운영도 어려운 실정이다.

  어쨌든, 올해 결정된 내 수업 시수는 18 [시간/주]이다. 과학고 시수의 거진 두 배다. 수업이 많은 건 괜찮다. 슈다쟁이인 내가 떠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

  1학년 통합과학 8시간, 2학년 화학1 2시간, 3학년 화학1 3시간, 3학년 화학2 3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수업 시수는 그렇다 치고, 시험 기간에 네 과목 출제를 해야 하는 것이 살짝 걸린다. 뭐, 모든 것은 어찌어찌 해결되리라~~~ 그때 가서 고민하자.

 

3.

  학교를 옮긴 첫 해지만 3학년 담임을 배정 받았다. 담임 업무는 힘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교실에 속한 것이 좋다. 어차피 나이를 먹고,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레 보직 교사가 당연한 시기가 올테고 교실과의 거리가 차츰 생길 것이기에, 그전까지 오는 담임 요청을 애써 거절할 마음은 없다. 아직은 젊다(고 생각한다).

  이동한 첫 해부터 오전 육아시간 사용으로 인해 학급 학생들에게 피해가 될까 싶어 3학년에 선뜻 지원하기는 어려웠었다. 그래도 학교 차원에서 그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주신 것 같다. 어딘가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학생 교사 모두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목적성 있게 달릴 수 있는 3학년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1학년부터 끌고, 올라온 3학년과의 1년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함께 고생하시는 타학급 담임 선생님들과의 팀워크가 촥촥 맞는다면, 키야~~~~

 

4.

  이전에 같이 근무해서 알고 지내던 선생님이 몇 분 계신다. 아이들이 착하고, 하고자하는 마음(동기)이 있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해주셨다. 이 말보다 힘이 되고, 앞으로의 생활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말은 없을 것 같다. 교사와 함께 무언가 해보려는 마음이 있는 아이들이면, 실제로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교실 속 수업을, 교사의 학교 생활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한 아이들만으로 채워진 교실에 매일매일 들어가야만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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