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화학1 단원 중에 어디가 제일 어렵니?"라 물었을 때, 대부분은 "화학이면 그냥 다 어렵죠."라고 답하겠지만, 범위를 '수능 선택 과목 화학1'으로만 한정하면, 몇 가지 꼽을 수는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근래의 수능 화학1은 "화학 반응의 양적 관계"와 "산-염기 중화 반응" 킬러 문항을 얼마나 잘 해결하는가에 따라 상위권 등급이 나뉜다.(2009 개정에서는 원소 분석법도 있었지만)
이 중, '화학 반응식의 양적 관계' 문제가 까다로운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출제자가 쓸데없이 수수께끼처럼 복잡한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겠지만) 환산인자로써의 몰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물리량(예를 들어 질량, 부피, 몰수)을 변환하고, 출제자가 숨겨놓은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문제 풀이의 기본이 될 수 있는 단위 환산과 환산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환산인자 , 변환인자 (conversion factor)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환산인자라는 용어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이 용어가 낯선 것이 당연하다. 대학교 일반화학 교재 앞부분에는 대부분 실려있지만 이마저도 너무 쉽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실제 강의에서는 스킵하는 경우가 많다.
conversion factor는 환산인자, 또는 변환인자로 번역되는데, 알게 모르게 생활 속에서 이미 해당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보면서 [mile/h]를 [km/h]로 환산할 때 사용되는 것,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원]을 [달러]로 환전할 때 사용되는 것 모두 환산인자이다. 너무 친숙하지만, 보통은 직관적으로 해결해왔기에 자세히 생각해본 일이 없었을 뿐이다.
환산인자는 "등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단위를 포함한 두 값의 관계식을 분수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환산인자라는 용어는 몰라도 다음 내용은 대부분 알고 있다. (단위를 분명하게 구분하기 위해 괄호 안에 표현했다.)
1 [일] = 24 [시간] , 1 [시간] = 60 [분] , 1 [분] = 60 [초]
모두 시간과 관련된 등식이다. 1 [일]은 24 [시간]과 같고, 1 [시간]은 60 [분]과 같다. 마찬가지로 1 [분]은 60 [초]와 같다. 위 관계식을 이용하면, 시간을 원하는 단위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일] 단위와 [시간] 단위 사이에는 24(또는 1/24) 라는 숫자가 관여하고, [시간] 단위와 [분] 단위 사이에는 60(또는 1/60) 이라는 숫자가 관여한다.
다음 물음을 해결해보자.
Question 01. 1000 [시간]은 몇 [일]?
: 41.67 [일]
Question 02. 1 [시간]은 몇 [초]?
: 3600 [초]
Question 03. 1000 [초]는 몇 [일]?
: 0.011574 [일]
해당 물음을 어떻게 해결했는가? 자신만의 환산 규칙 또는 순서가 있는가? 어떨 때, 24를 나누고, 어떨 때 곱하는가?
이런 환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순서와 방법은 분명히 있겠지만, 대부분은 직관적으로 판단하여 계산한다. 그러나 글의 제목처럼, 단위 환산이 어렵고, 익숙치 않아 실수가 잦다면, 처음에는 반드시 '단위'를 생략하지 말고, 함께 나타내어 계산해보자. 그저 숫자만 나누고 곱하는 것이 아니라, 단위도 명확하게 나타내어 필요 없는 단위를 약분하고, 원하는 단위만 남겨보자. 단위를 마치 숫자처럼 취급해보자.
단순히 생각하면, 물음 1은 [시간] 단위를 없애고, [일] 단위를 남겨야 한다. 물음 2는 [시간] 단위를 [초] 단위로, 물음 3은 [초] 단위를 [일] 단위로 바꾸는 문제다.
"필요 없는 단위를 약분해서 없애고, 원하는 단위만 남긴다."
2. 등식(A=B)을 분수(A/B or B/A)로 표현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단위를 없앨까?(약분할까?)
등호(=)로 연결된 식을 완전히 이항하여 분수 형태로 나타내면, 만들어진 분수의 (단위를 포함한) 값은 1이다. 분자와 분모가 같기 때문이다. 1이라는 값은 어떤 수에 곱해도, 나누어도 기존 값을 변화시키지 않으므로 원하는 단위 형태로 바꿀 수 있다.
A = B , 1 = A/B = B/A
앞의 시간 환산 물음으로 돌아가보자. 없애고자 하는 단위는 분모에, 남길 단위는 분자에 있는 환산인자를 곱해보자.
Question 01. 1000 [시간]은 몇 [일] ?
Answer 01. [일] 단위를 남기고, [시간] 단위를 없애자. [일] 단위가 분자, [시간] 단위가 분모인 환산인자를 곱해주자. [시간] 단위는 약분이 되어 [일] 단위만 남는다.
Question 02. 1 [시간]은 몇 [초] ?
Answer 02. [초] 단위를 남기고, [시간] 단위를 약분하여 없애자. [초]와 [시간] 사이 바로 연결되는 환산인자가 없으므로, [초]와 [분], [분]과 [시간]의 환산인자를 연달아 이용하자. 중간에 잠깐 나타나는 [분] 단위가 약분될 수 있도록 분자, 분모를 조절하여 곱하자.
Question 03. 1000 [초]는 몇 [일] ?
Answer 03. [일] 단위를 남기고, [초] 단위를 약분하여 없애자. 중간에 나타나는 [분], [시간] 단위도 차례로 없애주자. 위의 1 [시간] = 3600 [초]의 환산인자를 알았다면, 보다 변환은 간단해진다.
A=B 의 등식을 A/B 또는 B/A의 분수로 나타낸 것이 환산인자이다. 단위를 포함한 분수를 곱하거나 나누어도 본래의 값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단위만 바꿔줄 뿐이다.
3. 센티미터(cm), 킬로그램(kg), 밀리리터(mL)도 약분하자.
가. SI 접두어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길이 단위는 미터(m), 질량(무게) 단위는 그램(g), 부피 단위는 리터(L)가 있다. 대상에 따라 센티미터(cm), 킬로그램(kg), 밀리리터(mL) 또한 자주 접한다. 기본 단위 앞에 붙은, 센티(centi, c), 킬로(kilo, k), 밀리(milli, m) 등은 모두 숫자로 변환 가능한 SI 접두어이다.
접두어는 접두어끼리 약분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단위 접두어는 숫자를 문자로 바꾸어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mg/mL]의 milli만 약분하면 [g/L]와 같은 단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킬로(k)는 1,000(천), 메가(M)는 1,000,000(백만), 기가(G)는 1,000,000,000(십억), 테라(T)는 1,000,000,000,000(일조)를 나타낸다. 기본 단위보다 큰 량을 나타낼 때 단위에 붙여주는 접두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400,000 미터(m)라면, 400 킬로미터(km)로 간단히 나타낼 수 있다. k = 1000 = 103 이다.
1 kg = 1 * 1000 g = 1,000 g
1 km = 1 * 1000 m = 1,000 m
반대로, 센티(c)는 1/100(백분의 일), 밀리(m)는 1/1,000(천분의 일), 마이크로(μ)는 1/1,000,000(백만분의 일), 나노(n)는 1/1,000,000,000(십억분의 일) 이다. 기본 단위보다 작은 량을 나타내기 위해 단위에 붙여주는 접두어이다.
1 m = 100 cm = 100 * 0.01 m (c = 1/100 = 0.01 = 10-2)
1 L = 1,000 mL = 1,000 * 0.001 L (m = 1/1000 = 0.001 = 10-3)
따라서 접두어 기호로 표현된 것은 모두 숫자로 바꾸어 쓸 수 있다. 그러니 계산 과정에서 일일이 헷갈리게 숫자로 바꾸기보다 접두어 채로 남겨두고 한 번에 약분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나. 밀도를 이용한 단위 환산 연습
밀도는 단위 부피당 존재하는 물질의 질량이다. 질량은 그램(g), 킬로그램(kg) 등의 단위로 나타낼 수 있고, 부피는 리터(L), 밀리리터(mL), 세제곱미터(m3), 또는 세제곱센티미터(cm3)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밀도의 단위는 [질량/부피] 형태로 [g/mL], [g/L], [mg/L], [kg/cm3], [kg/m3] 등 다양하다. 참고로 1 [mL] = 1 [cm3] 이다.
■ 가로*세로*높이 각각 1 [m] 인 상자의 부피
1 [m3] = 1m * 1m * 1m = 13 [m3]
■ 가로*세로*높이 각각 1 [cm]인 상자의 부피
1 [cm3] = 1cm * 1cm * 1cm = 0.01m * 0.01m * 0.01m = 0.000001 [m*m*m] = 10-6 [m3]
25℃에서 수은의 밀도는 13.534 [g/mL]이다. 액체 수은 방울 1 [mL]의 질량을 재면, 13.534 [g]이라는 뜻이다. 1 [mL]는 1 [cm3]와 같은 부피를 나타내므로,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 [cm]인 정육면체 상자에 채워진 수은의 무게가 13.534 [g]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같은 온도에서 부피가 1 [m3]인 상자에 가득 채워진 수은의 무게는 얼마일까? 결국, 얻고자하는 밀도 단위는 [kg/m3] 또는 [g/m3] 단위가 되겠다. 원하는 단위를 남기기 위해 SI 접두어들 사이의 등식 관계를 이용하자.
등식 관계를 만족한다면, 얼마든지 환산인자로 곱하고, 나눌 수 있다. 물론, 단위는 약분이 되도록 곱하고, 나눠야겠다.
4. 환산인자로써의 몰(mole)
가. 몰과 개수 (6.02 x 1023 [개/mol])
화학 반응의 양적 관계를 다룰 때, 핵심이 되는 개념은 바로 몰(mole)이다. 몰은 화학에서 물질 양을 다루는 기준이다. 1 [mol]은 6.02 x 1023 [개]의 입자를 나타내는 묶음 단위이다. 60 [분]을 1 [시간]으로 약속한 것과, 도넛 12 [개]를 1 [더즌]으로 약속한 것과 같다. 6.02 x 1023 의 값(숫자) 자체를 아보가드로수(Avogadro's Number, NA)라 부를 뿐이다.
1 [mol] = 6.02 x 1023 [개] = 아보가드로수만큼의 입자 , 1 [더즌] = 12 [개]
수소 원자 1 [mol], 산소 원자 1 [mol], 물 분자 [1 mol], 도넛 1 [mol] 등 입자의 종류에 무관하게 모두 6.02 x 1023 개를 뜻한다.
그렇다면, 도넛 1 [mol]은 몇 [더즌]일까? 원하는 단위는 '더즌'이고, 없애야하는 단위는 'mol'이다. 앞서 시간 단위 환산하듯 '몰' 단위가 분모에 '더즌' 단위가 분자에 오도록 환산인자를 곱해주자.
나. 몰과 질량 (몰질량 [g/mol])
도넛 1 [개]의 질량이 47 [g]이다. 그럼, 도넛 1 [더즌]의 무게 [g]는 얼마일까?
도넛 1 [개] = 47 [g] , 도넛 1 [더즌] = ? [g]
도넛의 개수 [개]와 무게 [g]에 대한 관계식이 있으므로, 도넛 1 [더즌]의 무게 [g]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도넛 1 더즌의 질량'이므로, 단위는 [g/더즌] 이다.
도넛 1 [mol]의 질량은 몇 [g]일까? 몰 [mol]과 개수 [개]의 환산인자를 사용하면 다음과 같다. 새로운 [mol]과 질량 [g]에 대한 환산인자를 얻었다. 이 새로운 환산인자가 도넛의 몰질량 [g/mol]이다.
도넛은 1개의 질량을 알고 있지만, 원자나 분자와 같이 작은 입자들은 1 개의 질량이 매우 작아 다루기 불편하다. 이에 몰질량 [g/mol] 개념을 주로 사용한다. 수소 원자 1 [mol]의 질량, 산소 원자 1 [mol]의 질량, 물 분자 1 [mol]의 질량을 사용한다.
수소 원자 1 [mol] = 1 [g] , 산소 원자 1 [mol] = 16 [g] , 물 분자 1 [mol] = 18 [g]
수소 원자의 몰질량 = 1 [g/mol] , 산소 원자의 몰질량 = 16 [g/mol] , 물 분자의 몰질량 = 18 [g/mol]
물 분자 1 [mol] 질량이 18 [g]임을 알고 있으니 물 분자 1 [개]의 질량 [g]도 얼마인지 구할 수 있다. 도넛 1 개 질량 [g/개]으로부터 도넛 1 몰의 질량 [g/mol]을 구한 것과 같다.
다. 몰과 부피 (기체의 몰부피 [L/mol])
"일정 온도, 압력 조건에서 같은 부피 [L] 속 존재하는 기체 입자의 수 [개]는 같다." 예를 들어 0℃, 1 기압 조건에서 22.4 [L] 부피 속에는 언제나 아보가드로수(6.02 x 1023)만큼의 기체 입자가 존재한다. (아보가드로 법칙)
1 [mol] = 22.4 [L] (0 ℃, 1 atm, 기체 조건)
즉, 일정 온도와 압력 조건에서 기체의 부피 [L]는 곧장 입자수 [개]로 연결되며, 묶음 단위인 몰수 [mol]로도 나타낼 수 있다. 0 ℃, 1 기압 조건에서 22.4 [L] 부피 속에는 1 [mol]의 기체 입자가, 44.8 [L] 부피 속에는 2 [mol]의 기체 입자가 존재한다. 기체의 부피 [L]를 알면, 몰수 [mol]를 알 수 있고, 몰질량 [g/mol]과 아보가드로수 [개/mol]를 이용하면, 부피 내 기체의 질량 [g]과 실제 개수 [개]까지 알 수 있다.
위 그림의 수소 기체, 산소 기체, 수증기의 분자량(몰질량)을 알면, 해당 부피(22.4 [L] 내 존재하는 질량 [g] 또한 알 수 있다. 질량을 구하면, 밀도는 자연스럽게 구할 수 있다. 수소 기체(H2)의 몰질량은 2 [g/mol], 산소 기체(O2)의 몰질량은 32 [g/mol], 수증기(H2O)의 몰질량은 18 [g/mol]을 환산인자로 사용하여 질량 [g]과 밀도 [g/L]를 구해보자.
수소 기체 2 [g] = 1 [mol]
같은 방법으로 구한 22.4 [L] 내 산소 기체(O2)의 질량은 32 [g], 수증기(H2O)의 질량은 18 [g]이므로, O2의 밀도는 H2의 16배인 1.429 [g/L], H2O의 밀도는 H2의 9 배인 0.804 [g/L]임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분자량(몰질량)만 아는 기체의 밀도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LNG, LPG 밀도, 공기의 밀도 등)
라. 정리 및 연습
* 몰과 개수 1 [mol] = 6.02 x 1023 [개]
* 몰과 질량 1 [mol] = 몰질량 [g]
* 몰과 부피 1 [mol] = 22.4 [L] (0 ℃, 1 기압, 기체 조건)
Q. 오존(O3, 48 [g/mol]) 2 분자가 분해되면, 산소 기체 (O2, 32 [g/mol]) 3 분자가 생성된다. 화학 반응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0 ℃, 1 기압 조건에서 오존 3.01 x 1023 [개]가 완전히 분해되어 모두 산소 기체가 되었을 때, 발생한 산소 기체의 부피 [L]는 얼마이며, 밀도 [g/L]는 얼마일까?
2O3 (g) → 3O2 (g)
A. 16.8 L , 1.429 [g/L]
- 끝 -
* 2021-01-30 글추가 [ 212. 여러 가지 단위 환산 ] stachemi.tistory.com/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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