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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용액의 농도 : 원하는 농도의 용액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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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액의 농도

- 원하는 농도의 용액 만들기 -

 

1. 농도 (concentration)

  농도를 나타내는 영단어는 'concentration'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집중'이라는 뜻으로 더 익숙하다. 굳이 이러한 의미를 살려 화학에서의 농도를 설명하자면, 섞여 있는 여러 화학종(용액) 중에 관심 있는 대상(용질)에 '집중'하는 것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농도'라는 단어는 '묽다', '진하다'의 표현과 함께 사용된다. 이는 용액(용질+용매, solution)의 상태가 어떻다는 것을 말해준다. 관심 대상인 용질(solute)에만 초점을 두고 다시 표현하면 전체 용액 중 용질이 많다, 적다 정도로 바꾸어 쓸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이 묽다. 소금물의 농도가 묽다"

  결국 반죽과 소금물의 묽고, 진함은 관찰자가 관심을 두고 있는 화학종인 용질의 상대적 양에 의한다. 밀가루 반죽, 소금물이 묽다는 말은 용매인 물이 많거나, 용질인 밀가루와 소금의 양이 적다는 뜻이다. 농도는 일종의 분율(fraction)이다.

 


 

2. 퍼센트 농도 (percent concentration)

  퍼센트(percent, %) 농도란? 시료 전체 양을 100이라 가정했을 때, 용질의 양이다. 학교에서 다루는 퍼센트 농도는 일반적으로 질량(무게, weight) 퍼센트 농도이다. "전체가 100 그램 [g]이라면, 내가 관심 있는 용질의 질량은 몇 그램 [g]인 것이니?"에 대한 대답과도 같다.

  [참고] 퍼센트 농도를 반드시 질량/질량 비율로만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부피 퍼센트(v/v)로 표현되기도, 질량-부피 퍼센트(w/v)로 표현되기도 한다. 따라서 농도 비율에 해당하는 물리량을 명확하게 구분 짓기 위해 표현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특별히 별도 표기가 없다면 질량 퍼센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 %(w/w)라는 질량 퍼센트 농도는 용질과 전체 시료 사이에 질량으로써 1 : 100의 비율이 성립한다는 뜻이다. 질량 분율로 1/100 이며,  분율과 퍼센트 농도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질량 퍼센트 농도(%) = 질량 분율 * 100

 


 

3. 몰농도 (molarity)

  몰농도는 전체 용액 1 리터에 포함된 용질의 몰수를 나타낸 것이다. 즉, 전체 용액의 부피 당 포함된 관심 대상의 개수를 나타낸 분율 개념이다. 관심 대상은 개수 단위인 몰 [mol]이며, 전체 용액은 부피 단위인 리터 [L]를 사용한다. 단위는 M [mol/L]이다. 이를 간단히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몰농도 [M] = 용질 입자의 수 [mol] / 용액의 부피 [L]      M = mol/L

  질량 백분율에서 전체 질량을 100으로 가정했 듯, 몰농도에서는 전체 부피 1 리터 [L]를 가정한다. 예를 들어 몰농도가 1 M인 설탕 수용액이 있다면, 수용액 1 리터에 포함된 설탕 입자의 수가 1 mol 이다. 만약, 용액의 부피가 0.5 L라면, 포함된 설탕 입자의 수는 0.5 mol 이다.

용질의 입자수 [mol] = 몰농도 [mol/L] * 용액의 부피 [L]

부피가 다른 1 M 설탕 수용액

 


 

4. 원하는 몰농도 용액 만들기

  가. 가루 시료를 이용한 용액 만들기

  만들고자 하는 용액은 무엇이며, 농도는 얼마인가? 이는 실험자가 사전에 알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0.1 M의 포도당 용액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자. 용액을 만들기 전,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1.  일단, 만들고자 하는 것이 포도당 용액이니, 포도당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포도당을 녹일 용매(물, H2O)가 있어야 한다.

  2.  그다음 실험자가 결정해야 할 것은 용액의 전체 부피이다. 이것 역시 필요에 따라 실험자가 결정할 일이다. 예를 들어 1 L가 필요할 수도 있고, 0.5 L만 필요할 수도 있다. 전체 용액의 양에 따라 넣어주어야 하는 포도당의 양을 조절하면 된다. 0.1 M 용액 기준으로 0.5 L가 필요하면, 0.05 mol 만, 0.25 L가 필요하면 0.025 mol의 포도당이 필요하다.

  3.  만약, 실험자가 만들 용액의 부피가 1 L 라면 포도당 분자 알갱이를 '나노 핀셋'으로 하나씩 세어 0.1 mol (6.02 x 1022개)를 모아놓고, 전체 부피가 1 L가 될 때까지 물을 채워주면 된다. 정말 간단하다.

  4.  그러나 나노 핀셋 따위를 가지고 있을 리 없다. 따라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포도당 알갱이의 '개수'를 '다른 물리량'으로 바꿔줄 수 있는 변환 인자다. 포도당 알갱이를 하나씩 세지 않아도 개수가 0.1 mol임을 알려줄 수 있을만한 변환 인자가 필요하다. 몰질량(화학식량, 1 몰 질량)을 이용하면, 알갱이의 개수를 질량(무게) 정보로 변환할 수 있다. 몰질량을 이용하면, 일일이 세지 않고, 질량(무게)을 측정하여 0.1 mol에 해당하는 포도당을 덜어낼 수 있다.

  5.  시약병에 적힌 포도당의 몰질량은 180 g/mol이다. 즉, 포도당 1 mol을 세어 질량을 측정하면 저울 눈금이 180 g을 가리킨다는 뜻이다. 용액 제조에 필요한 포도당 알갱이의 수는 0.1 mol이니 저울이 18 g을 가리킬 때까지 포도당을 덜어내면 되겠다.

포도당의 질량 [g] = 포도당의 몰질량 [g/mol] * 포도당의 몰수 [mol] = 180 [g/mol] * 0.1 [mol] = 18 [g]

  6.  이후 할 일은 포도당 18 g과 물을 섞어 전체 용액이 1 L가 되도록 해주면 된다. 전체 용액의 부피를 정확하게 계량하기 위해서는 부피를 '측정'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비커와 삼각플라스크의 눈금은 믿을만하지 못하며, 본질적으로 측정용 기구가 아니다. 정확한 부피를 알려주는 유리기구로 부피 플라스크(volumetric flask)가 있다. 1 L 부피 플라스크를 준비하면 된다.

  7.  부피 플라스크는 주둥이가 좁고, 길쭉하다. 마치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에 등장하는 호리병 같은 모양이다. 미세한 눈금도 없으며, 호리병 목 부분에 눈금이 딱 하나 있다. 눈금까지 채우면, 딱! 그 부피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1 L 부피 플라스크의 눈금까지 물을 채우면, 물의 부피가 1 L라는 뜻이다.

250 mL 부피플라스크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Volumetric_Flask_250ml.jpg

  8.  이제 포도당 18 g을 부피 플라스크에 넣고, 물을 눈금까지 채워 전체 용액을 1L가 되게 하면 된다. 그런데 가루 형태의 포도당을 넣기에는 부피 플라스크의 주둥이가 너무 좁고, 길다. 가루가 약포지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거나 주둥이 부분에 막~ 달라붙어 오차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어떻게 하면, 온전히 넣을 수 있을까?

  9.  어차피 포도당을 부피 플라스크에 옮겨 넣고, 물을 채워 흔들어 모두 녹여야 한다. 그렇다면, 힘들게 가루 형태로 넣으려 애쓰지 말고, 물에 녹여 용액 형태로 옮긴다면 보다 간편할 것이다. 포도당 18 g을 녹일 작은 비커를 준비한 뒤, 물을 부어 가며 완전히 녹여주자. 주의해야 할 점은 용액의 양이 절대로 1 L가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부피 플라스크에 넣고 흔들 것까지 생각하면, 부피 플라스크의 목까지 용액이 올라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

10.  포도당이 완전히 녹으면, 비커 주둥이를 부피 플라스크에 잘 맞추어 용액을 옮긴다. 이후 비커에 묻은 용액을 물로 잘 헹구어 넣어주면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이제 부피 플라스크의 눈금에 다다를 때까지 물을 조심스럽게 넣어주자. 선을 넘기면, 덜어낼 수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나. 0.1 M 염산 수용액 만들기

  퍼센트 농도도 알았고, 몰농도도 알았다. 그리고, 원하는 몰농도의 용액을 제조하는 방법도 간단히 알아보았다. 그런데 막상 "0.1 M 염산 수용액을 만드시오."라는 과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염산은 가루가 아닌, 수용액으로 보통 판매된다. 두 번째는 대부분 염산 용액의 농도가 몰농도가 아닌, 퍼센트 농도(%)로 표기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값을 더 지불하면 제조된 0.1 M 염산 용액을 구입할 수 있다.)

  구입한 염산 용액의 농도가 몰농도로 표기되어 있다면, 필요한 몰농도 용액 만들기 과정이 매우 간단하다. 예를 들어 10 M 염산 용액을 가지고 0.1 M 염산 수용액 1 L를 만든다면, 그저 10 M 염산 용액을 100 배 물로 희석하면 된다. (염산 수용액 10 mL + 물 990 mL = 0.1 M 염산 수용액 1 L가 된다.)

  그런데, 퍼센트 농도로 표기되어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염산 용액이 35~37 % 이다. 농도가 범위로 주어지면, 과정을 보여주기에 불편하니 36.5 % 염산 용액으로 설명을 이어나가도록 하자.

  결국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농도의 형태로 변환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퍼센트 농도를 몰농도로 변환하여 단순 희석을 통해 용액을 제조하는 것이 가장 간편하다. 그렇다면, 36.5 % 염산 용액은 몇 몰 농도 [mol/L]일까?

동일한 용액을 다른 농도로 표현하기

 


 

  농도 변환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지만, 농도 분율의 분모항과 분자항을 따로따로 구한 뒤 합쳐주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퍼센트 농도에서 용질의 질량[g]과 용액의 질량[g] 정보를 얻은 뒤, 이를 용질의 몰수[mol]와 용액의 부피[L] 정보로 각각 변환해주는 것이다.

  1.  36.5 %의 염산 용액은 100 g의 용액 속에 36.5 g의 염산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분자항은 36.5 g, 분모항은 100 g이다.

  2.  용질은 36.5 g의 염산이다. 몰질량 [g/mol]은 질량과 입자수를 변환시켜줄 수 있는 변환인자이다. 염산의 몰질량이 36.5 g/mol이므로, 1 mol 염산이 들어있는 셈이다.

  3.  용액은 100 g이다. 질량과 부피를 변환시켜줄 수 있는 변환 인자는 밀도[g/mL]이다. 보통 시약병의 라벨에 밀도(≒비중)가 적혀 있다. 밀도 [g/mL]는 물질의 질량 [g]이 차지하는 부피 [mL]이다. 염산 용액의 밀도가 1.2 g/mL라면, 이는 염산 용액 1.2 g이 차지하는 부피가 1 mL라는 뜻이다. 우리는 염산 용액 100 g이 차지하는 부피 [mL]가 필요하다. 비례식을 통해 간단히 알 수 있다.

1.2 [g] : 1 [mL] = 100 [g] : V [mL]        V [mL] = 100 / 1.2 = 83.33 [mL]

  4.  우리가 가지고 있는 36.5% 염산 용액 100 g(83.33 mL) 속에는 36.5 g(1 mol)의 염산이 들어있다는 것과 같다. 몰농도로 바꾸어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염산 용액의 몰농도 [mol/L] = 1 [mol] / 0.0833 [L] = 12 M

  5.  즉, 36.5 % 염산 용액은 12 M 염산 용액과 농도가 같다. 이제 12 M 염산 용액을 희석하여 원하는 농도의 염산 수용액을 만들 수 있다.

  퍼센트 농도(%)와 몰농도 사이의 변환식은 다음과 같다. 문제를 풀기 위해 무작정 외우는 것은 반대하지만, 실험실에서는 가끔 암기해둔 것이 유용할 때가 있다.

Question) 밀도가 d [g/mL], 퍼센트 농도가 a %인 용액의 몰농도는 얼마일까? (단, 용질의 몰질량은 Mw g/mol 이다.)

Answer) M = 10*a*d / Mw

 


 

  6.  12 M 염산 용액을 이용하여 0.1 M 염산 수용액 500 mL를 만들어보자. 용액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염산의 몰수는 0.05 mol이다. 즉, 12 M 염산 용액으로부터 0.05 mol의 염산만을 취해야 한다. 취해야 하는 부피는 얼마일까?

염산의 몰수 [mol] = 염산의 농도 [mol/L] * 염산의 부피 [L]            V [L] = 0.05 [mol] / 12 [mol/L] = 4.17x10-3 L

  7.  즉, 12 M 염산 용액(원액)으로부터 4.17 mL(0.05 mol)를 취하여 부피 플라스크에 넣고 용액 부피가 500 mL가 될 때까지 물을 채우면, 0.1 M 염산 수용액이 만들어진다.

 


 

5. 마치며,

  교육 과정이 개정되면서 화학2에 있던 몰농도가 화학1으로 내려왔다. 새로운 교육 과정으로 치른 올해의 고3 모의고사에서도 몰농도 개념을 직접적으로 묻거나 용액 제조 과정을 묻는 등의 문제가 출제되었다. 개인적으로 몰농도의 학습 목적과 부합하고,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유형들이라고 생각했기에 만족스러웠다.

<2020년도 고3 화학1>
- 3월 학력평가 15번 : 포도당 수용액의 몰농도, 부피에 따른 용질의 양, 농도를 아는 두 용액 혼합 후 몰농도 변화
- 4월 학력평가 12번 : 농도를 아는 용액 내 존재하는 용질의 양 찾기
- 6월 수능 모의평가 8번 : 원하는 몰농도의 용액 만들기 실험 과정 (링크)
- 7월 학력평가 16번 : 원하는 몰농도 용액을 제조하는 과정에서의 용질의 질량과, 용액의 부피 찾기 (링크)


  중학교 수학에서 이유 없이 소금물을 섞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수학을 멀리하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읽기도 했다. 실제로 제한된 정보만을 아는 소금물들을 섞어 농도를 정확히 아는 소금물을 만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할 바에는 새로 용액을 만드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그저 자신의 예상보다 짜면 물을 더 넣고, 싱거우면 소금을 더 넣으면 된다. 

 


 

  아이들의 문제 해결력을 길러주기 위해 생각할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에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를 위한 문제, 현실성 떨어지는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 개념 본질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특히 그것으로 상대적 평가를 하는 것은 더더욱 반대한다.

  차라리 왜 농도의 변환이 실험 현장에서 중요한지,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있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디로부터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교육적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학생이 학습하는 본질에 가깝다. 정해진 시간 동안 배배 꼬인 문제 1 문제를 기계처럼 풀어낸 것보다 훨씬 가치롭다.

  전국 단위 시험을 치르고, 해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은 농도와 관련된 다양한 사고의 경험을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본질에 충실한 농도 문제를 어려워하지 않고, 쉽게 풀어낼 수 있다면 정답률 또한 점차 높아질 것이다. 부디, 이를 평가 변별력이 떨어져서 문제 난도를 높여야 하는 부적절한 상황으로 몰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그간 출제된 많은 농도 문제들을 풀어본 아이들이 기본적인 성취기준을 충족하고, 몇몇 핵심적인 상황에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판단해주었으면 한다.

 

용액의 농도 : 원하는 농도의 용액 만들기

- 끝 -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 중 오타나, 설명 과정에서의 오류 등을 찾으신 경우 댓글로 알려주시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정/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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