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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아레니우스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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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니우스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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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 공부를 하다보면, 아레니우스(Arrhenius)라는 이름을 한 번 쯤은 듣게 된다. 고등학교 화학1 산과 염기 단원 도입 부에서 다양한 산과 염기의 정의와 함께 처음 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염기 화학에서 아레니우스의 산-염기 정의가 '브뢴스테드-로우리(Brønsted-Lowry)'나 '루이스(Lewis)'의 정의에 비해 설명 가능 사례가 적어 그의 업적을 가볍게 여길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엄청난 인물이다. 현재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이온성 해리(ionic dissociation) 개념이 아레니우스 머리에서 나왔다.

  * 이온성 해리란, NaCl 이 물에 녹으면, 외부에서 어떤 전기적 힘을 가하지 않아도 Na+와 Cl-의 이온 형태로 나누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HCl이 물에서 H+와 Cl-로 나누어지는 것 또한 이온성 해리이다. 이러한 생각 자체를 처음한 인물이 아레니우스이다.

 

  또한 화학반응속도론(chemical kinetics)에서 활성화 에너지(activation energy) 개념을 도입하여 활성화 에너지와 반응속도상수(k) 사이의 관계식을 찾아낸 것도 아레니우스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아레니우스 식)

  이번 글을 통해 아레니우스에 대해 조금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1. 아레니우스의 전리 이론 (Elctrolytic Dissociation Theory)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ugust Arrhenius, 1859-1927)는 스웨덴 출신의 물리학자 겸 화학자이다. 오스트발트(Freidrich Wilhelm Ostwald, 1853-1932), 반트 호프(Jacobus Henricus van't Hoff, 1852-1911)와 함께 물리화학 분야의 창시자로 평가되며, 스웨덴인 중에 최초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 참고로, 반트 호프는 1901년, 아레니우스는 1903년, 오스트발트는 1909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스반테 아레니우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Svante_Arrhenius_01.jpg

  아레니우스는 스웨덴 웁살라 근처의 비크(Wik)라는 곳에서 태어났으며, 웁살라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스톡홀름에서 '전해질 수용액의 전기전도성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

  1884년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통해 전리 이론(electrolytic dissociation theory)을 제안하였다. 전리 이론은 산과 염기, 전해질 용액의 성질을 설명하는 이론이었다.

  염화나트륨(NaCl)과 같은 전해질은 외부에서 전기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아도 물에 녹아 전하를 띤 자유 입자(Na+, Cl-)로 분해된다고 주장하였으며, 전해질 수용액이 다른 용액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큰 삼투압을 갖는다는 실험 결과가 그의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전리 이론은 굉장히 파격적인 것이었으며,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각이었다. 이온 상태의 입자가 원자나 분자일 때와 다른 성질을 갖는다는 사실을 당시에는 대부분 몰랐기 때문이다. 이에 염화나트륨이 물에서 나트륨과 염소로 분해된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주장처럼 보였다. 아레니우스의 논문은 심사 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어찌보면 당연했다. 논문은 불합격 될 뻔 했지만, 다행이 통과는 되었다.

반트호프(좌)와 오스트발트(우)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Van_%27t_Hoff_und_Ostwald_01.jpg


  아레니우스는 자신의 논문 복사본을 유럽의 많은 과학자들에게 보냈다. 특히 반트 호프와 오스트발트는 아레니우스의 견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며, 오스트발트는 아레니우스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하기 위해 웁살라로 직접 찾아오기도 하였다. 

  1887년, 아레니우스는 이들과 함께 물리화학 잡지 《 Zeitschrift fur physikalische Chemic 》를 창간했으며, 자신의 생각을 완전하게 설명하는 논문을 실었다. 이후 1905년 스웨덴 과학아카데미가 설립한 노벨 물리화학연구소의 소장으로 부임하여 죽는 해까지 일했다.

 


 

2. 아레니우스의 산-염기 정의 (Acid-Base Definition)

  아레니우스는 전해질 염의 해리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산과 염기에 적용하여 본질을 밝히고자 하였다. 당시 산을 구성하는 성분 원소에 수소(H)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어떻게 수소가 산의 공통 성질에 관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였다.

  아레니우스는 모든 산이 물에서 해리되어 수소 이온(H+)을 생성한다고 제안하였으며, 염기는 물에서 수산화 이온(OH-)을 생성한다고 하였다.

대표적인 산-염기 모델 (아레니우스, 브뢴스테드-로우리, 루이스)

  종류에 상관없이 1 당량의 강산과 1 당량의 강염기가 반응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항상 일정하다는 관찰 결과가 아레니우스의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해 주었다. 강산과 강염기는 묽은 용액에서 거의 완전히 용해되었으며, 아레니우스에 생각에 따르면 강산과 강염기 반응은 모두 다음과 같이 표현 될 수 있었다.

  또한 순수한 물이 낮은 전기전도도를 갖는다는 사실로부터, 물은 수소 이온(H+)과 수산화 이온(OH-)으로 약하게 해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이 생성하는 두 이온 농도의 곱이 1 x 10-14 으로 일정하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으며, 수용액에서의 수소 이온의 농도는 1 M에서부터 10-14 M 범위에서 변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용액의 수소 이온 농도 [H+]는 용액의 액성(산성, 염기성)을 나타내는 대한 척도를 제공해주었으며, 보다 편리한 pH(= - log[H+]) 척도는 1909년에 쇠렌센(Søren Peter Lauritz Sørensen, 1868-1939)에 의해 도입되었다.

 


 

3. 아레니우스 식 (Arrhenius Equation)

  온도가 높을수록 화학 반응은 빠르게 진행된다. 우리가 음식의 부패를 막기 위해 냉장고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화학 반응의 속도가 주위 온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온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온도를 10 ℃ 증가시키면, 반응 속도는 약 2 배 정도 빨라진다. 

  1889년, 아레니우스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반응 분자들이 충분한 운동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충돌 이론(collision theory)에 따르면 반응은 분자들이 유효한 충돌을 발생시켰을 때 일어나는데, 유효한 충돌은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분자올바른 방향으로 충돌했을 때만 발생한다. 따라서 충돌 전에 분자들은 충분히 활성화된 상태(충분한 운동 에너지를 가진 상태)이어야 한다.

  아레니우스는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활성화 에너지(activation energy, Ea)라 정의하였으며, 반응물이 생성물로 변화하기 위해 넘어야만 하는 에너지의 장벽으로 설명했다.

활성화 에너지  [출처] Atkins, Physical Chemistry 9th, 801p Fig 21-13

  그렇다면, 어떤 분자들이 활성화 에너지 이상을 에너지를 가질까? 맥스웰-볼츠만의 분자 운동 에너지 분포에 따르면, 같은 온도, 같은 분자일지라도 속도의 다양한 분포를 가지며, 이에 따른 운동 에너지 분포를 갖는다. 따라서 활성화 에너지 이상의 운동 에너지를 갖는 분자 비율은 항상 일정 수 이상 존재한다. 온도에 따라 그 비율이 많고, 적음이 달라지며, 여기에 반응 속도가 의존한다.

온도에 따른 분자의 운동 에너지 분포  [출처] Chemistry the Central Science 12th, 578p, Fig 14-18

  온도가 상승하면, 기체 분자의 평균 운동 속도가 빨라지고, 분자 운동 에너지 분포가 우측(고에너지)으로 치우친 모양을 갖게 한다.(붉은색) 따라서 낮은 온도(푸른색)일 때보다 활성화 에너지 이상을 갖는 분자 비율이 많아지게 된다. 이에 반응 분자들 사이의 유효 충돌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반응 속도가 빨라진다.

 


 

  아레니우스는 많은 실험을 통해 반응 속도 상수와 온도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식을 얻었으며, 1889년에 아레니우스 식(Arrhenius' equation)을 제안하였다.

  식에서 나타난 아레니우스 상수(A )는 지수 앞자리 인자 또는 빈도 인자(잦음 인자)라고 한다. 속도 상수와 동일한 단위를 갖는다. 둘의 차이를 간략하게 비교해보면, 속도 상수 k 가 반응을 발생시키는 초당 충돌 횟수(빈도)일 때, 아레니우스 상수 A는 적절한 방향으로 발생하는 초당 충돌 횟수(빈도)이다.

  * 아레니우스 상수 A 는 입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충돌이 얼마나 자주 이루어지는가에 관한 인자이다. 따라서 입자 간 충돌 배향에 영향을 주는 입체인자(steric factor, P )와 잦은 충돌에 관한 인자인 평균 상대 속도(vrel)와 개수 밀도(N2), 충돌 면적(σ) 등의 곱으로 구성된다.

 

  위 식의 양변에 자연로그를 취해 변형시켜보자.

  lnk 를 1/T 에 대해 그래프를 그리면, 다음과 같은 y = ax + b 꼴의 직선을 얻을 수 있다.

아레니우스 플롯  [출처] (좌) Atkins, Physical Chemistry 9th, 799p Fig 21-11  (우) Atkins, Chemical Principles 6th, 642p Fig 15.24

  lnk 를 1/T 에 대해 그린 그래프의 기울기는 -Ea/R 이며, 이것은 온도 변화에 따른 속도상수 변화가 활성화 에너지 값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다시 말해 활성화 에너지(Ea)가 큰 반응일수록, 온도 변화에 더 민감하게 속도 상수(k )가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활성화 에너지가 0 에 가까운 반응이라면, 온도 변화에도 반응 속도 상수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화학 반응은 40 ~ 200 kJ/mol 범위의 활성화 에너지를 갖는다. 대체로 활성화 에너지가 80 kJ/mol 미만인 반응들은 상온 이하의 온도에서도 일어나고, 이보다 더 높은 활성화 에너지를 갖는 반응들은 어느정도 높은 온도가 갖추어져야 반응이 진행된다.

 


 

  고등학교 고급화학이나 대학교 일반화학 수준에서는 주로 서로 다른 두 온도 T1, T2에서의 속도 상수 k1, k2가 주어지고, 활성화 에너지 Ea 를 찾는 문제가 예제로 주로 등장한다. 활성화 에너지를 찾는다면, 아레니우스 상수 또한 결정할 수 있다.

  화학 반응이 아레니우스 식을 잘 만족하여 직선 관계가 잘 나타난다면 아레니우스 상수 A 와 활성화 에너지 Ea 는 상수 취급해줄 수 있기 때문에 두 온도에 대한 아레니우스 식을 조합한 다음의 식이 문제 풀이에 자주 활용되는 편이다.

 

 

아레니우스의 모든 것  - 끝 -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 중 오타나 문맥상 오류 등이 있는 경우 댓글로 알려주시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정 /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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