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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프랭크-콘돈 원리 (Franck-Condon Princi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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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콘돈 원리 (Franck-Condon Principle)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전자는 핵보다 빠르니까.'

 

 

  프랭크-콘돈 원리(Franck-Condon Principle)는 '분광학'과 '양자 화학'에서 분자 전자 전이 스펙트럼의 미세 진동 구조를 설명한다. 물리 화학 서적에는 프랭크-콘돈 원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핵은 전자에 비해서 대단히 큰 질량을 갖기 때문에 전자 전이는 핵이 미처 감응하기 전에 빠르게 일어난다."

  전자 전이에 의해서 분자 안의 새로운 영역에 급격하게 전하 밀도가 형성되고, 다른 곳에서는 없어지며, 이 때문에 본래 정지하고 있던 핵들이 급격하게 새로운 힘의 장에 노출된다. 핵들은 이 새로운 힘 때문에 처음 위치, 즉 급속한 전자 들뜸이 일어나는 동안에 차지했던 위치에서 전진과 후퇴를 하면서 진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하여 들뜬 전자 상태의 분자는 그 처음 상태에서의 정적인 평형 핵 간 거리를 반환점으로 하여 진동하게 된다.

- 앳킨스 물리화학 8판 -


  핵이 알아채기 전에 전자가 빠르게 들뜨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손은 눈보다 빠르다. 뭐 그런 건가?)

 

그림1. 전자의 수직 전이 [출처] Atkins Physical Chemistry, 8th, Fig 14.7.

 

  <그림 1>은 분자의 핵 간 거리에 따른 에너지 변화 그래프이다. 그래프 모양은 모두 퍼텐셜 우물 형태로,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구분되었다. 아래쪽에 위치한 파란 그래프는 분자의 바닥상태(groud state) 에너지 변화, 붉은 그래프는 분자의 들뜬상태(excited state) 에너지 변화 보여준다. 바닥상태 분자의 전자가 들떴다는 것은 전자가 파란색 그래프를 탈출하여 붉은색 그래프로 이동했다는 말이다.

분자의 전자 전이(electron transition) : 분자 내 전자 배치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며, 전자 입장에서는 점유하는 분자 궤도 함수가 달라지는 것이다. 

 

  프랭크-콘돈 원리는 전자가 새로운 에너지 준위의 어느 지점을 향해 전이하는지에 대해, 전자 전이 시에 분자는 어떤 변화 과정을 겪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전자는 프랭크-콘돈 원리에 따라 들뜨기 전의 '핵 간 거리를 유지한 채' 수직으로 들뜨고, 수직으로 하강한다. 이를 수직 전이(vertical transition)라 한다. 왜 수직으로 전이하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가 바로 '핵이 전자에 비해 훨씬 무겁기 때문'이다.

  핵은 전자에 비해 훨씬 큰 질량을 갖기 때문에 전자가 전이하는 즉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한 발 늦게 대응한다. 핵은 전자보다 분자의 상태 변화에 굼뜨게 행동한다.

 

 


 

1.

  간단한 A2 이원자 분자를 예로 들어보자.

  두 개의 A 입자는 서로 가까워지며, 상호작용을 통해 에너지적으로 안정해진다. 두 핵이 적정 거리에 도달하면 더 이상 가까워지거나 멀어지지 않고, A2 분자를 형성한다. 즉, 분자의 핵 간 거리에 따라 <그림 1>의 푸른색 에너지 그래프와 같은 에너지 변화를 갖는다. 그래프 극소점에 해당하는 위치에 두 핵이 놓였을 때, 에너지적으로 가장 안정하며, 이 핵간 거리(Re)가 바닥상태 A2 분자의 결합 길이(bond length)이다. 바닥 상태 A2 분자의 진동 준위는 극소점 부근에서부터 시작하여 여러 단계(v0, v1, v2 … )를 갖는다.

  외부로부터 에너지 흡수가 일어나기 전까지, A2 분자는 바닥 상태 전자 배치를 갖는다. 달리 말해 전자가 바닥 상태 퍼텐셜 우물에 갇혀있다고 할 수 있다. 그저 그 안에서 진동 준위가 약간 변하거나(진동 운동) 분자의 회전 상태 변화(회전 운동) 정도만 일어난다. 어쨌든, 이러한 작은 변화에 개의치 않는다면 바닥상태 A2의 두 핵은 결합 길이(Re) 만큼 거리를 두고 위치할 가능성이 가장 크며, 이런 에너지 상태를 갖는 분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림 2. 바닥상태의 진동 상태와 가장 유사한 들뜬 상태의 진동 준위로 전이가 일어난다. [출처] Atkins Physical Chemistry, 8th, Fig 14.8.

 

2.

  이제, 전자를 새로운 퍼텐셜 우물로 들띄울 만큼의 에너지가 외부로부터 공급된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히 바닥상태의 A2 분자 대부분은 퍼텐셜 우물의 극소점에 해당하는 상태를 가질 것이며, 이러한 분자들의 전이가 활발할 것이다. 전자는 바닥 상태의 퍼텐셜 우물(파란 그래프)을 탈출하여 들뜬상태의 퍼텐셜 우물(붉은 그래프)로 이동한다. 전자가 새로운 에너지 준위(퍼텐셜 우물)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매우 찰나이다. 이에 반해 핵들은 전자에 비해 질량이 어마 무시하게 크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 상태(전자 배치, 분포)를 갖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으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참고] 만약, 전자 들뜸과 동시에 핵이 즉각 대응할 수 있다면, 전자가 들뜨자마자 가장 안정할 수 있는 결합 길이(극소점)를 찾아 핵 간 거리를 즉각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자가 '바닥 상태의 퍼텐셜 우물 극소점'에서 '들뜬 상태의 퍼텐셜 우물 극소점'을 향해 들뜬 것과 같다. 이를 그래프에서 화살표로 표현한다면 대각선 방향(극소점→극소점')을 향할 것이며, 전자 전이 스펙트럼에서 해당 흡수띠의 세기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것이 앞서 말한 수직 전이다. 수직 전이란, 전자가 들뜬 상태 퍼텐셜 우물로 옮겨갔으나 전이 전후의 핵간 거리의 변화는 없다는 의미다. 들뜬 분자의 핵간 거리는 여전히 들뜨기 전과 같은 Re다. 이 지점은 바닥상태 퍼텐셜 그래프의 극소점이었을지언정 들뜬상태 그래프에서는 극소점이 아니다. 오히려 들뜬 상태 그래프의 극소점 주위의 여러 진동 준위(v0', v1', v2' …)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참고] 물론, 바닥상태에서 들뜨기 전 핵 간 거리에 해당하는 지점의 진동 준위와 유사한 차이를 갖는 수많은 진동 준위가 있기 때문에 특정 진동 준위로의 유일한 전이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흡광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흡수 띠가 나타난다. 바닥상태, 들뜬상태에서 진동 준위가 분포를 갖는 것처럼 흡수 띠 또한 분포를 갖는다. 흡수띠 중 가장 강한 세기의 전이로 관찰되는 것이 수직 전이일 뿐이다.

 

3.

  따라서 두 핵은 들뜬상태의 새로운 전자 배치에 적합한 핵 간 거리를 찾기 위해 뒤늦게 진동한다. 마치 포물선 모양의 레일 위에 공을 놓았을 때, 왔다 갔다 왕복 운동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레일의 극소점에서 멈추는 것과 같다. 초기 들뜬 상태의 진동 준위 높이를 반환점(turning point)으로 하여 결합이 진동하며, 핵간 거리를 점차 변화시킨다. 결국 적합한 핵간 거리(극소점', Re')에 도달한다.

  <그림 3>을 통해 알 수 있듯, 들뜬상태의 결합 길이(극소점', Re')는 일반적으로 바닥상태에서의 핵 간 거리(극소점, Re)보다 멀어진다.* 이 과정은 외부로 복사(radiation)되지 않는, 결합의 진동, 회전 등의 변화로 표현되는 비복사 감쇠(radiationless decay), 또는 이완(relaxation) 과정이다.

  [참고] 일반적으로 들뜬상태의 퍼텐셜 우물의 극소점은 바닥상태 퍼텐셜 우물보다 우측에 위치한다. 이는 들뜬 상태의 에너지 준위가 바닥상태의 에너지 준위에 비해 더 큰 반결합성을 갖기 때문이다. (분자 오비탈에서 결합성, 반결합성 오비탈을 떠올려보자. 반결합성 오비탈은 결합성 오비탈에 비해 핵 사이 전자 밀도가 적어 결합에 불리하다.)

그림 3. 들뜬 전자는 새로운 전자 분포에 적합한 핵간 거리를 찾는 비복사 감쇠 과정을 거친다. [출처] Atkins Physical Chemistry, 8th, Fig 14.21.

 

  <그림 3>의 화살표를 따라가면서 분자의 전자 전이 과정을 살펴보자.

  1) 흡광 :
  전자는 바닥상태 퍼텐셜 우물의 극소점에서 에너지를 흡수하여 수직 전이(들뜸)한다. 전자는 들뜬상태 퍼텐셜 에너지 준위의 높은 진동 준위로 전이한다. 전자가 들떠 새로운 분포를 가짐에도 핵 간 거리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2) 비복사 감쇠 :
  들뜬상태의 분자는 비복사 감쇠 과정을 거치며, 점차 새로운 퍼텐셜 그래프의 극소점을 찾아간다. 이는 새로운 전자 분포에 적합한 핵간 거리를 찾는 과정이며, 결합 길이가 늘어나는 이완 과정(ReRe')이다.

  3) 방출(형광) :
  들뜬 상태의 퍼텐셜 극소점에서 도달한 분자는 외부로 빛을 복사(방출, radiation)하며 바닥상태의 에너지 상태로 돌아간다. 이 과정 역시 수직 전이, 프랭크-콘돈 원리를 따른다.
흡광 과정과 마찬가지로 바닥 상태 퍼텐셜 그래프의 높은 진동 준위로 전이하게 된다.

   전체적인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흡광(흡수)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크기(↑)복사를 통해 방출되는 에너지(↓)보다 크다는 것이다. 흡광 과정이 복사(방출) 과정보다 더 큰 에너지 간격을 갖는다는 것은, 흡수 스펙트럼과 방출(형광) 스펙트럼을 동시에 나타냈을 때, 흡수 띠가 나타나는 파장 영역이 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4.

  <그림 4>는 흡수 스펙트럼형광(방출) 스펙트럼을 한 번에 나타낸 것이다.

그림 4. 흡수 스펙트럼과 방출(형광) 스펙트럼 [원본 출처] Atkins Physical Chemistry, 9th, Fig 13.22.

 

  앞서 예상한 바와 같이 흡수 스펙트럼 형광 스펙트럼이 분포하는 위치 차이가 있다. 흡수 스펙트럼이 형광 스펙트럼보다 단파장(왼쪽)에서 나타나며, 전자 전이 시에 관여하는 빛의 파장이 더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흡수 스펙트럼과 형광 스펙트럼 모두 미세한 갈라진 봉우리를 갖는다.

  바닥상태 진동 준위 v0 에서 들뜬상태 진동 준이 v0' 으로 들뜨거나, 반대로 방출할 때의 에너지 간격은 동일하다. 따라서 흡수 스펙트럼과 형광 스펙트럼의 봉우리가 일치하는 지점 (0',0)이 v0v0' 사이의 전이(흡수, 방출)라고 예측할 수 있다. 

흡수 전이(0'←0) = 방출(형광) 전이(0'→0)

 

  따라서 흡수 스펙트럼은 그래프 가장 왼쪽부터 (5'←0), (4'←0), (3'←0), (2'←0), (1'←0), (0'←0) 전이에 해당한다. 들뜨기 전 바닥상태의 진동 준위는 모두 v0으로 동일하지만, 도달하는 들뜬상태 진동 준위가 높을수록 에너지 간격은 커지고, 단파장 영역에서 봉우리가 나타난다. 봉우리의 상대적 세기는 프랭크-콘돈 원리에 의해 결정되므로, 가장 지배적인 전자 전이는 (v2'←v0)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형광 스펙트럼은 그래프 가장 왼쪽부터 (0'→0), (0'→1), (0'→2), (0'→3), (0'→4), (0'→5), (0'→6) 전이에 해당한다. 방출 전 들뜬상태 진동 준위는 모두 v0'으로 동일하지만, 도달하는 바닥상태 진동 준위에 따라 봉우리가 나타나는 파장 영역대가 달라진다. 높은 바닥 상태 진동 준위에 도달할수록 에너지 간격은 작아지며 장파장 영역에서 봉우리가 나타난다. 흡수 스펙트럼과 마찬가지로 봉우리의 상대적 세기가 가장 큰 (v0'→v3) 전이가 가장 지배적임을 알 수 있다.

 

  흡수 스펙트럼과 형광 스펙트럼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갈라짐은 결국 전자 전이 전, 후의 진동 준위에 의존한다. 흡수 스펙트럼의 봉우리 간격은 도달하는 들뜬상태 진동 준위(v0', v1', v2' …) 차이에 의해 결정되며, 형광 스펙트럼의 봉우리 간격은 도달하는 바닥상태 진동 준위(v0, v1, v2 …)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흡수 스펙트럼과 형광 스펙트럼의 봉우리 간격을 통해 미세 진동 준위의 간격을 예측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림 5. 흡광과 형광 [출처] Daniel Harris, Quantitative Chemical Analysis 9th, 449p, Fig 18-20

 

 

프랭크 콘돈 원리

- 끝 -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 중 오타나 문맥상 오류 등이 있는 경우 댓글로 알려주시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정 /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Franck-Condon principle (wikipedia)

 

Franck–Condon principle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Jump to navigation Jump to search Figure 1. Franck–Condon principle energy diagram. Since electronic transitions are very fast compared with nuclear motions, vibrational levels are favored when they correspond to a m

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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