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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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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받아왔던 일들이 당연한 것이 되어갈 때 #221208 둘째가 내 귀에 몰래 속삭였다. "오늘 유치원에서 당근이랑 김치랑 콩도 먹었어요." "우와~ 너무 대단한데??" 놀란 표정과 과장된 몸짓으로 응해주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내 반응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둘째는 집에서 야채 언저리에 있는 것은 그 어떠한 것도 입에 대지 않는다. 짜파게티의 건더기 스프 녹색 한 톨도 걸러내는 필터가 입에 내장되어있다. 유치원에서 먹었다는 당근의 크기와 김치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하지 않다. 먹었다는 사실이 엄청난 이벤트임이 분명하다. 종종 담임 선생님이 증언해주시는 것을 보면 오늘도 거짓은 아닐 것이다. 유치원 식판에 불그스름한 김치 잔해로 추정되는 흔적이 있는 것을 보아 거짓은 아닐 것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아까 귓속말..
한글 공부가 재밌을 나이 #20210227 새 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건 복직하는 교사나, 여섯 살 유치원생이나 마찬가지다. 덥수룩한 머리를 정리하려 미용실을 찾았는데, 다들 생각이 비슷했었는지 웨이팅이 좀 있다. 기다리는 동안 지루해할 첫째에게 휴대폰을 권했는데, 웬일인지 관심이 없다. 첫째는 요즘 한글 읽기가 재미있나 보다. 차를 타고 스쳐 지나는 간판 속 글자에 관심을 갖는다. 사실, 아직 아는 글자가 몇 개 되지 않는다. 또래에 비해 시기적으로도 빠르지도 않다. 그래도 굳이 글자를 익히라고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본인이 답답하고, 관심이 생기기 시작할 때, 자연스레 익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아이가 궁금해하면 하나씩 알려주고, 점점 넓혀가는 식이다. 아들: 아빠! 저기 있는 글자에 받침대(받침)가 없으면..
부모특강 -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볼 수 있는가? 부모특강 0.1%의 비밀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볼 수 있는가?이미지 및 영상 출처: EBS 부모특강 0.1%의 비밀 -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볼 수 있는가?http://www.ebs.co.kr/tv/show?prodId=132491&lectId=20245025 우리집 TV 채널은 주로 EBS에 맞추어져 있다. 특히나 바쁜 오전에는 아이들의 시선을 뺐음과 동시에 두 어른의 개인적인 용무를 위해 EBS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와 두 아이만 집에 남겨져있던 오늘 오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아이들 프로그램이 끝나고 진행된 30분 정도의 강연에 아이들은 주위가 산만해졌고, 나는 오히려 빠져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 아이를 '잘~~' 또는 '남들보다 어떻게~~' 기르겠다는 욕심은 없는 편이다. 그냥 알..
좋게 변하는 중이다. 지난 금요일에 어린이집 부모참여수업에 다녀왔다. 오후 4시인 시작 시간에 늦지 않고자 1시간 정도 일찍 조퇴하였다. 시작 10분 전에 이미 어린이집 앞 놀이터는 부모님들로 붐볐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아빠, 엄마가 모두 많았다는 것이다. 과거와 다르게 아빠들의 육아 및 가사 참여도가 점차 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인가를 논하는 것과는 별개로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물론 개인별, 직종별, 지역별 편차야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 어린이집 원아들의 부모 직종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여 생각해보면 그래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보인다. 아직까지 많은 부분에서 제도적,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공감하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진출하는 가까운..
아빠, 시계가 안돼요 하고 있어. 시간이 늦었는데 아들이 잠을 자지 않는다. 낮잠도 안잤는데, 피곤하지도 않은가보다. 나는 햇님이가 없다는 말로 설득시키려 하지만, "쪼끔만 더 놀자." 스킬을 시전한다. 그래서 나름의 타협안을 제시한다. "저기 시계 바늘이 하늘로 향하면, 우리 자러 가자." 아들은 나름 "그래!" 라고 자신있게 대답했지만, 시간은 이미 지나버렸다. "아빠, 시계가 안돼요 하고 있어." 그러고서는 아들이 표범무늬 애착이불을 들고 자러 들어갔다. 그러나 30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들은 거실을 들락이며, 안자고 있다. 그러고서는 "아빠, 바늘이가 내려갔어." 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