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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추출과 분배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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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출과 분배 계수  |  Extraction & Partition coeffic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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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인더를 빙글빙글 돌리며, 원두를 간다. 드리퍼에 여과지를 놓고, 그 위에 원두 가루를 옮겨 담는다. 전기포트를 이용하여 물을 끓이고 드립 포트에 옮긴다. 원두 가루에 물을 조금씩 조금씩 부어가며 커피를 내린다. 이렇게 내린 커피 속 카페인이 나의 하루를 지탱해 준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피곤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날은 아침에 여지없이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아침마다 챙겨마시는 커피에는 다수의 알칼로이드(alkaloid) 성분들이 있다. 알칼로이드는 식물에 포함된 대사물질로, 식물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낸다.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데, 분자 내 질소를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약한 염기성(알칼리성)을 나타낸다. 커피의 카페인(caffeine), 담배의 니코틴(nicotine), 고추의 캡사이신(capsaicin) 등이 대표적인 알칼로이드 계열 물질이다.

카페인(caffeine), 니코틴(nicotine), 캡사이신(capsaicin) [출처] http://commons.wikimedia.org

 

1. 추출 (extraction)

  혼합물을 분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크기가 다른 입자를 체에 걸러 분리할 수 있으며, 섞여있는 두 물질의 밀도 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증류(distillation)는 쉽게 기화되는 휘발성 물질을 그 외 물질로부터 분리해내는데 유용한 분리법인데, 이 경우 섞인 물질들 사이의 끓는점(boiling point) 차를 이용한다.

[참고] 분별증류의 원리(122) https://stachemi.tistory.com/122


  반면, 추출(extraction)은 혼합물 성분들의 용해도 차를 이용한다. 특정 용매에는 잘 녹지만, 다른 어떤 용매에는 잘 녹지 않을 때, 효과적으로 분리해 낼 수 있다. 특정 용매에 녹는 정도를 용해도라 한다. 중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용해도를 "어떤 온도에서 물 100 g에 최대로 녹을 수 있는 용질의 양(g)"으로 정의한다. 중학교에서는 물 이외의 용매를 상상할 수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핸드드립 커피는 원두에 포함된 다양한 성분들 중 85 ~ 95℃ 온도의 물에서 잘 녹는 물질들로 만들어진 음료라 할 수 있겠다. 그 물질들 중에 카페인도 포함된다.

 

2.  용매 추출 (solvent extraction)

  용매 추출이란, 섞이지 않는 두 용매를 이용하여 특정 용매에 녹아있던 성분 물질을 다른 용매로 최대한 '뽑아내는' 과정을 말한다. ('얻어내는' 과정이라고 썼다가, 느낌상 뽑아낸다가 더 잘어울려서 고쳤다.)

  두 종류의 액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액체-액체 추출(liquid-liquid extraction)이라고도 하는데, 실험실에서는 보통 물과 유기용매를 사용한다.

  여기서 유기용매는 물과 섞이지 않는 일종의 기름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추출에 사용하는 유기용매로 다이클로로메테인(methylene chloride, CH2Cl2, MC), 아세트산에틸(ethyl acetate, CH3COOEt, EA), 클로로포름(chloroform, CHCl3), 다이에틸 에터(diethyl ether, C2H5OC2H5, ^O^) 등이 있다. (전부다 그다지 건강에 도움 되는 것이 없다. 그래서 화학하면 수명이...)

[참고] 섞인다는 것은 두 액체가 하나의 균일한 용액상(phase)을 이룬다는 뜻이다. 반면, 섞이지 않는다는 것은 두 액체를 섞으려 해도 분리되어 두 개의 상(phase)으로 각각 남아있는 것을 말한다. 물과 기름처럼 말이다.

  유기용매와 물은 섞이지 않고, 밀도 차이에 따라 두 층으로 분리 될 수 있는데, 다이클로로메테인(MC)이나 클로로포름(CHCl3)은 물 보다 무거워 가라앉고, 아세트산 에틸(EA)이나 다이에틸 에터(^O^) 등은 물 위에 뜬다. 물에 녹아있던 성분을 유기 용매 쪽으로 뽑아내어 분별깔때기를 통해 얻어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물보다 무거운 유기용매가 선호된다.

물보다 가벼운 유기 용매: 아세트산 에틸(0.90), 다이에틸 에터(0.71), 헥세인(0.66), 톨루엔(0.86) 등
물보다 무거운 유기용매: 다이클로로메테인(1.33), 클로로폼(1.49), 사염화탄소(1.59) 등

    용매 추출은 특정 용매(1)에 녹아있던 어떤 성분(S )이 다른 용매(2)로 물리적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며, 물(1)에 잘 녹아있던 카페인(S )일지라도, 더 잘 녹을 수 있는 용매인 다이클로로메테인(2)과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이클로로메테인(2) 쪽으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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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분 물질(S )이 용매 1과 2 중에 어느 쪽을 얼마나 더 선호하는가에 따라 성분 물질이 각 용매에 분배되는 정도(녹는 정도)가 결정된다. 옮겨가고 싶은 매력적인 용매가 첨가된다면 적극적으로 갈아타겠지만, 현재의 용액 환경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면, 굳이 다른 용매로 넘어가는 비율이 많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성분 물질의 극성이 용매의 극성과 비슷할 때 잘 녹는다.(like dissolves like) 물은 극성이 큰 용매, 기름은 극성이 작은 용매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극성이 큰 물질은 물 쪽에, 극성이 작은 물질은 기름 쪽에 더 많이 분배될 것이다.

 

3. 분배 계수 (partition coefficient)

  성분 물질(S )의 용매 선호도에 따라 한 용매(1)에서 다른 용매(2)로 옮겨가는 과정을 반응식의 형태로 나타내보자.

성분 S(용매 1) ⇄ 성분 S(용매 2)

  이동이 이루어지고, 평형 상태에 도달하면 더이상 성분 물질의 알짜 변화는 없으며, 용매 1과 2의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를 바탕으로 평형상수 K = [S ]용매2 / [S ]용매1 와 같이 나타낼 수 있으며, 이를 분배 계수(partition coefficient, K )라 한다. 분배 계수는 섞이지 않는 두 용매에 분배된 성분 S 의 비율을 나타낸 것과 같다.

  물(용매 1) 100 mL에 녹아있는 카페인(S )을 다이클로로메테인(용매 2) 100 mL로 추출한다고 가정해 보자.

  [1] 만약, 초기 물 100 mL에 녹아있던 카페인(S )의 몰수(n )가 0.2 mmol이었고, 추출 이후 평형 상태에 카페인(S)이 20 %(분율 q = 20/100 = 0.2)만 남아있다고 하자. 그러면, 평형상태에서의 카페인 수용액의 농도([S]1)는 

[S]1 = nq /V물(1) = 0.2 [mmol] * 0.2 / 100 [mL] = 0.0004 [M]

  [2] 그렇다면, 유기용매 다이클로로메테인 100 mL로 이동한 카페인은 초기 0.2 mmol의 80%(분율 = 1 - q = 0.8)에 해당하며, 카페인 유기용액의 농도([S]2)

[S]2 = n(1 - q) / VMC(2) = 0.2 [mmol] * (1 - 0.2) / 100 [mL] = 0.0016 [M]

  [3] 따라서 분배 계수 = 4 이다. 분배 계수가 4라는 뜻은 카페인이 물보다 다이클로로메테인에 4 배 더 분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카페인의 다이클로로메테인 용매에 대한 분배 계수는 4.6 정도이다.)

K = 0.0016 / 0.0004 = 4


  이를 일반화해 보자.

  용매 1(물) V1 mL에 녹아있는 n mol의 용질 S용매 2(다이클로로메테인) V2 mL로 추출한자. 평형 상태에서 용매 1에 남아있는 S 의 분율을 q 라고 했을 때, 이동을 마친 뒤 평형에서의 용매 1 농도는 qn/V1 이다.

  용매 2의 농도는 (1 - q)n/V2로 나타낼 수 있으며, 분배 계수 K 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K = [S]2 / [S]1 = (1 - q)n/V2 / qn/V1 = (1 - q)V1 / qV2

  이를 q 에 관해 정리하면, qKV2  =  V1 - qV1  ,  q (KV2 + V1)  =  V1 이므로,

추출 후 물(용매 1)에 남아있는 성분의 분율 q = V1 / (V1 + KV2)


  [4] 만약, 농도가 [S ]1인 남아있는 카페인 수용액 100 mL를 분리하여 한 번 더 100 mL의 다이클로로메테인을 가한다면, 2 회 추출을 마친 수용액에 남아있는 카페인 분율은 q*q 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2 회 추출을 마친 물에는 초기 카페인의 4 %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는 1회 추출에서 약 20 %가 남아있던 것과 대조적이다.

2 회 추출 후 남아있는 카페인 분율 = q*q = [ V1 / (V1 + KV2) ]2 = [ 100 / 100 + 4(100) ]2 = 0.04

  [5] 만약, 위와 같은 과정을 n 회 반복한다면, 수용액에 남아있는 카페인 분율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초기 양 대부분을 유기 용매 층에서 얻을 수 있다.

n 회 추출 후 남아있는 카페인 분율 = qn = [ V1 / (V1 + KV2) ]n

4. 추출 효율

  앞선 과정을 통해 유기 용매를 이용한 추출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할수록 물에 남는 성분 물질(카페인)의 양은 줄고, 초기 양 대부분을 분리해 낼 수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유기 용매의 전체 양이 제한되어 있어도, 단순히 횟수를 늘리는 것이 추출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다음 예시를 살펴보자.

[예시]
  카페인(S )에 대한 물(1)과 다이클로로메테인(2) 사이의 분배 계수(K )는 4이다. 이는, 물보다 다이클로로메테인에 4배 더 많이 카페인이 분배된다는 뜻이다. 만약, 0.01 M인 카페인 수용액 100 mL를 500 mL의 다이클로로메테인으로 추출하고자 한다. (a) 500 mL 다이클로로메테인을 사용하여 1 회 추출한 경우와 (b) 100 mL 다이클로로메테인을 사용하여 5 회 추출한 경우의 물에 여전히 남아있는 카페인 분율(q)을 구하여 추출 효율을 비교해 보자.


  [a] 500 mL의 다이클로로메테인을 한 번에 사용하여 1 회 추출하면, 수용액에 남아있는 카페인의 분율은 다음과 같다.

카페인 분율 q = V1 / (V1 + KV2) = 100 / (100 + (4*500)) = 100 / 21000.048 (4.8%)

  [b] 500 mL 다이클로로메테인을 100 mL씩 5 회에 걸쳐 추출하면, 수용액에 남아있는 카페인 분율은 다음과 같다.

카페인 분율 = q5 = [ V1 / (V1 + KV2) ]5 = [ 100 / (100 + (4*100)) ]5 = ( 100/500 )5 = 0.00032 (0.032%)

 

  따라서, 추출 용매의 양이 제한적인 경우에 큰 부피로 한 번에 추출하는 것보다 작은 부피로 여러 번 추출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5. 참고 문헌

Daniel C. Harris, "Quantitative Chemical Analysis", 9th
Skoog, "Fundamentals of Analyarical Chemistry", 8th
Oxtoby, "Principles of Modern Chemistry", 7th

 

추출과 분배계수  - 끝 -


*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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