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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수업이야기

MBTI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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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교양 과목인 심리학을 처음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심리학적 즐길거리들을 주제삼아 가볍게 이끌어갈 계획이었지만, 몇몇 학생이 심리학과 진학을 희망한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교양 과목을 너무 진지하게, 깊은 지식 위주로 다루지는 않더더라도 그저 즐기기만 하는 아무런 메세지 없는 수업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기에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지난 시간에 학생들과 논의 끝에 학생들의 그룹 주제 발표와 교사 주제 발표로 수업을 구분하고, 각각의 주제에 따른 개인 의견을 활동지를 작성하여 수업 이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즐길거리와 진지함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에 기대가 된다.

  교양과목 특성상 정기고사도 치르지 않고, 별도 수행평가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짝이는 생각이 잊혀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남겨두고, 모두에게 공유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 마이어스-브릭스 성격 유형(MBTI)과 현대 심리학

  오리엔테이션 이후 첫 시간 주제를 잡았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MBTI, 마이어스-브릭스 성격 유형 검사를 주제로 현대 심리학이 갖추어야할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대 심리학은 어떤 면이 과학과 유사한지, 심리학의 범주에 속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조건들은 무엇인지, 유사한 성격 유형 검사인 5-요인(Big Five) 검사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에 대해 다루었다.

자네 MBTI가 어떻게 되는가? [출처] pixabay by www_slon_pics

  그리고 마무리하면서 요즘 자신의 MBTI 결과를 공유하고, 타인의 MBTI를 궁금해하는 사회 현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수업을 계획하면서 예상했던 답변보다 훨씬훨씬 진지하고, 생각이 다양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뿌듯하다.

 

2. MBTI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활동 결과물, 18/20)

Q. 자신의 MBTI를 공유하고, 타인의 MBTI를 궁금해하는 요즘 분위기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보자. (긍정적, 부정적 시각으로 자신의 생각을 한 쪽으로 결정하여 표현할 필요는 없으며, 다양한 관점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자는 취지입니다.)

학생 B.

MBTI는 타당도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MBTI를 알려주면 사람들 대부분은 I인가? E인가? T인가? J인가?를 구분하여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이는 경험을 통해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MBTI에 근거한 선입견으로 미리 판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 C.
MBTI 검사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같은 유형들끼리 유대감을 형성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또한, 평소 교우관계나 사회에서의 갈등을 겪던 사람들도, 개개인의 사람들의 성격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성격들에 의한 차이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물론, 성격 유형 검사 결과에 과몰입하여 사람들을 배척하거나 갈등을 유발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학생 D. 
처음 만난 사람과 서로 MBTI를 알리면서 대화 주제를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다. MBTI가 하나의 소통 주제가 되고, 이를 통해 서로간의 대화가 활발해진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본다. 다만, 심리학계에서 MBTI 검사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네 종류의 알파벳 조합만으로 사람을 단정짓기엔 내부, 외부 요인 등 너무나도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MBTI 맹신으로 인해 스테레오타입(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고 있으며, 이런 면이 현대 심리학의 특성과 잘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학생 E.
타인의 MBTI를 궁금해하는 현상은 사람에 따라 부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MBTI는 과학적 근거가 없이 사람을 구분해놓은 검사이며, 그 성격 구분이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종종 검사결과에 과몰입하여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유형의 사람을 멀리하거나 싫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MBTI를 가볍게 생각한다면, 즐길거리이자 이야기 소재가 될 수 있고, 이러한 현상을 통해 사회에서는 상업적이나 교육적으로 활용하여 다방면의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 G.
개인적으로 부정적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MBTI 결과가 내 성격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성격이 아닌데, 타인이 나의 MBTI만 가지고, 나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소개되었던 MBTI궁합과 같은 표에 심취한 나머지, 상대방과 별로 대화해보지도 않고, 그 사람을 밀어낼 수도 있다. 물론, MBTI가 비과학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고,  단순 재미로 생각하고 있다면, 긍정적인 이슈로서 작용하여 긍정적인 사회 현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학생 H.
상대방의 MBTI를 궁금해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함이라 생각하면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며, 낯선 사람들 간의 친밀감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MBTI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거나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져 편견이 생길 수도 있으며,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또한 편하게 지내던 관계에서도 상대방의 유형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서먹해질 수도 있다.

학생 I.
나는 MBTI에 대해 사적으로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서로 간의 공통점을 찾고, 어떠한 공동체에 속한다는 종속감을 줄 수 있어 사람들 사이의 친밀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회사나 국가처럼 비교적 큰 규모의 사회에서 MBTI를 진지하게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설령 MBTI가 심리학적으로 옳은 이론이라고 한들, 사람들을 유형에 따라 구분하고, 그에 따른 차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J.
자신의 MBTI를 알리고, 타인의 MBTI를 궁금해하는 현상은 결과적으로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을 알리고, 타인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현상 자체로는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원래 알던 사람과는 더욱 친해질 수 있도록 하며, 낯선 사람과는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관여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MBTI에 너무 의존하게 된다면, 사람들을 MBTI 유형으로만 판단하게 되어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알파벳 네 개가 되어버릴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알파벳 8개를 가지고, 성격을 표현한다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MBTI가 우리 세대를 이끌기도 하고, 사회를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관여를 하는 것 같지만, 적당한 흥미를 가지고, 적당한 호기심의 선을 지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학생 K.
타인의 MBTI를 궁금해하는 행위 그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자신의 MBTI 유형은 0000이니까, 이런 사람이다. 라고 자신을 소개하거나, 타인의 MBTI 유형으로 타인의 성격을 정의내리는 사회 현상은 부정적이라 생각한다. MBTI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는 하나의 즐길거리로 남는 것이 베스트인 것 같다.

학생 L.
사람들은 보통 초면에 그 사람의 인품을 정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 서로의 MBTI를 묻고 서로간의 궁합이 잘 맞는다면 좋겠지만, 성향이 잘 맞지 않는 MBTI 조합이라면 서로간에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사이에서는 상대방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MBTI를 통해 분위기를 풀어볼 수도 있고, 대략적인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학생 M.
MBTI는 직관적으로 자신의 성격을 빠르게 확인하고, MBTI를 통해서 타인의 성격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게 함이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자기소개하는 것을 좀 어려워하는데, MBTI 유형을 알려줌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성향이고,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원하기 때문에 MBTI가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학생 N.
사람들은 모두 다르고 다양한데, 성격 유형을 16 종류로 정의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같은 유형의 사람들과 소속감과 재미를 느끼며, 친근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면, 배려가 가능하다는 점도 그렇다.

학생 O.
MBTI 유형별 특징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의 경우 상대방의 MBTI 유형을 묻고, 자신의 MBTI와 비교해서 자신과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면, "상대방은 ~~어떠어떠 할 것이다."와 같은 선입견을 가지고, 타인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은 심심할 때 다같이 모여서 테스트를 하고, 각자의 결과를 공유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두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재미로 받아들인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학생 P.
MBTI는 개인의 에너지 방향과 인식, 판단 기능, 생활 양식에 따라 성격을 파악하는 성격 유형 검사다. 성격 유형이 총 16가지로 구분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검사가 모두다 맞을 수도 없고, 재미삼아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의 성격은 다양하기 때문에 MBTI 성격 유형 검사에 대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적당하게 믿고, 적당하게 의심하면서 재미로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성격은 환경에 의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Q.
MBTI는 오락의 관점에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 생활에서의 의사소통 과정에서는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지만, 이것을 벗어나는 순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MBTI를 기업 채용 면접에 사용한다고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장 검사에서 E가 나오면 우대하고,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유형을 기재해야 한다는 사례도 있었다.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공정해야 하는 채용과정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 R.
MBTI 검사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인터넷에 'MBTI'라는 키워드로 검색만 해도 연관 검색어에 'MBTI 계속 바뀜'이 나오는 것만 보아도, 어느 정도의 부정확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성격의 비정형성과 관련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중심이 되는 성향이 있고, 어느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마치 문어발처럼 다양한 면에서 조금씩 비춰지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MBTI 검사는 틀에 맞춰 정형화하고, 단정지음으로써, 그리고 그 결과를 검사자가 해석하는데에 바넘 효과가 적용되기도 해서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 S.
MBTI 검사를 할 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선지들이 많았다.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평소에는 어떻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는지를 응답 과정을 통해 알아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성격 유형을 8가지 알파벳만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MBTI 결과를 이용하여 성격 유형이 비슷한 사람이나 완전 반대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도 공통의 주제가 생기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검증이 완전치 않다는 이유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진지하게 여기지 않고 웃고 넘어갈만한 대화 소재로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수업 중 학생들이 기록한 활동지 내용을 문맥정도만 다듬어 옮겨놓은 글입니다. 생각의 옳고 그름, 표현의 좋고 나쁨 보다는 다양한 생각의 공유 관점에서만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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