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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원자가와 원자가 전자 (valence & valence elect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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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가와 원자가 전자 (valence & valence electron)

최외각 전자는 왜 원자가 전자라 불리게 되었나?

 

0. 들어가기

  고등학교 1학년 통합과학(2015 개정) 수업을 하고 있다. 통합과학 첫 번째 단원은 '물질의 규칙성과 결합'이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물질들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 물질을 이루게 되는지에 대해 학습한다.

  학생들은 먼저, 우주의 탄생과 함께 원소의 생성을 학습한다. 이후 별의 탄생과 진화, 소멸을 통해 원소가 다양해짐을 배운 뒤, 현재 발견된 118 종(인공적인 방법에 의해 발견된 것까지 포함하여)의 원소를 18 개의 족(그룹)과 7 개의 주기로 구분하고, 비슷한 것들을 묶어 성질을 비교한다. 이 과정에서 원소 주기율표(periodic table)를 학습한다.

그림 1. IUPAC 주기율표(2018) [출처] https://iupac.org/wp-content/uploads/2018/12/IUPAC_Periodic_Table-01Dec18.jpg


  주기율표의 같은 족(그룹, 세로줄)에 속한 원소들을 동족 원소라 한다. 수소를 제외한 1 족 원소들은 알칼리 금속, 2 족 원소들은 알칼리토 금속으로 불린다. 17 족은 할로젠 원소, 18 족은 비활성 기체(inert gas)이다.

  동족 원소들끼리는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다. 물론, 반응성과 물성 등이 완전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알칼리 금속들(Li, Na, K 등)은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여 수소 기체(H2)를 발생하고, 할로젠 원소(F, Cl, Br, I 등)들은 서로 결합하여 대체로 이원자 분자(F2, Cl2, Br2, I2) 형태로 존재한다. 비활성 기체들(He, Ne, Ar 등)은 반응성이 작아 다른 물질들과 결합하기보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려 한다.

  이와 같이 원소들의 성질은 일정 주기에 따라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이를 주기성(periodicity)이라 한다.

 


 

  그렇다면, 같은 족(그룹) 원소들이 비슷한 성질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통합과학 교과서(미래엔)의 설명이다.

  같은 주기에 속하는 원소들은 바닥상태 원자의 전자 배치에서 전자가 채워진 전자껍질수가 같다. 같은 족에 속하며 유사한 성질을 갖는 원소들을 동족 원소라고 하는데, 동족 원소는 바닥상태 원자의 전자 배치에서 가장 바깥쪽의 전자껍질에 채워져 있는 전자인 원자가 전자*의 수가 같다. 이처럼 원소의 주기성은 전자 배치의 규칙과 같은 자연의 규칙성에 따라 원소의 원자가 전자 수가 주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출처] 미래엔 통합과학 33p


  원소들의 성질에 주기성이 나타나는 이유를 '원자가 전자 수가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자가 전자는 뭘까? 같은 페이지 귀퉁이에 '원자가 전자는 원자의 가장 바깥쪽 전자 껍질에 채워진 전자를 말하며, 화학적 성질과 화학반응에 관여한다.'라고 쓰여 있다. 가장 바깥 껍질 전자를 한자로 표현하면, 최외각 전자(最外殼 電子)이다. (최외각 전자라는 표현은 일반화학 번역서 등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그냥 교과서 설명대로만 보자면, 원자가 전자는 가장 바깥 껍질에 채워진 전자를 말하며, 바깥 껍질 전자 수에 따라 화학적 성질이 달라진다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면, 가질 수 있는 질문들이 있다.

* 가장 바깥 껍질 전자가 곧 원자가 전자인 걸까?
* 도대체 원자가 전자(valence electron)에서 원자가(valence)란 무슨 뜻일까?

 


 

1. 원자가와 원자가 전자 (valence & valence electron)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에서 정의하는 원자가(valence, 原子價)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 The maximum number of univalent atoms (originally hydrogen or chlorine atoms) that may combine with an atom of the element under consideration, or with a fragment, or for which an atom of this element can be substituted.

어떤 관심 대상이 되는 원소 입자(원자)가 최대로 결합할 수 있는 1가 원자(수소나 염소 원자 같은)의 수


  원문 그대로의 표현이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겠지만, 간단히 '원자가 가질 수 있는 최대 결합의 수'라고 생각해도 좋다.

원자가란, 어떤 원자의 결합 능력을 나타낸 값 또는 원자가 가질 수 있는 최대 결합의 수

 


 

  19세기 후반에 처음 등장한 '원자가(valence)' 개념은 특정 원자의 '화학 결합 능력'을 말하는 것이었다. 당시, 원자간 결합 형성 과정에 가장 바깥쪽 껍질 전자만 관여하고, 안쪽 전자들은 상관없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기에 원자 가장 바깥 껍질 전자를 '원자가 전자(원자가를 갖는 전자)'라 부르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바깥 껍질 전자 수만큼의 결합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또한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고전적인 원자가 개념만을 통해 '원자가 전자'라는 용어의 의미를 해석한다면,
원자가(결합 능력)를 갖는 전자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 탄소의 최외각 전자와 내부 전자


  2 주기 원소의 원자가 전자수를 세어보면, 3리튬(Li) = 1 개, 4베릴륨(Be) = 2 개, 5붕소(B) = 3 개, 6탄소(C) = 4 개, 7질소(N) = 5 개, 8산소(O) = 6 개, 9플루오린(F) = 7 개, 10네온(Ne) = 8 개다. 그리고 다시 3 주기 1 족 11나트륨(Na)의 최외각 전자는 1 개가 되고, 1 ~ 8 값이 반복되며, 주기성을 보임을 알 수 있다.

그림 3. 2주기 원소의 가장 바깥 껍질 전자 수(원자가 전자 수)


  고전적인 원자가 개념을 통해 원소의 화학 결합 능력을 표현하고, 그럴 것이라 믿는 것이 19 세기까지는 그다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당시에는 물질(화합물)을 이루는 성분 원소들 사이의 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당연히 정확한 화학식도 알기 어려웠다. 이에 원자의 '바깥 껍질 전자 수 = 원자가' 개념은 나름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

  탄소의 원자가 전자는 4 개, 원자가는 '4 가'이므로 최대 4 개 결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같은 방식으로 질소는 원자가가 '5 가', 최대 5 개까지 결합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림 4. William Higgins ' combinations of ultimate particles (1789)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iggins-particles.jpg


  그런데, 20 세기에 들어와 화합물의 구조가 하나, 둘씩 밝혀지고 물질의 정확한 화학식을 알 수 있게 되면서 원자가 개념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림 5. 메테인(CH4)의 구조


  메테인(CH4)의 중심 탄소(C)의 바깥 껍질 전자 수는 4 개인데, 수소 원자 4 개와 결합하고 있다. 따라서 바깥 껍질 전자 수와 화학 결합 능력을 바탕으로, 탄소의 원자가를 '4 가'라고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암모니아(NH3)의 중심 질소(N)는 바깥 껍질 전자 수가 5 개인데, 3 개의 수소 원자와 결합한다. 2 개의 전자는 결합에 참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암모니아의 질소 결합수는 3이며, 결합 능력은 3 이다. 자연스레 암모니아의 질소 원자가는 '3 가'가 됨이 적절하다. (물론, 다섯 개의 결합을 갖는 질소 화합물이 발견되었다면, 결합에 관한 설명 체계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림 6. 2주기 원소의 가장 바깥 껍질 전자 수(valence electron)와 실제 결합 원자가(valence)


  질산(HNO3)에 포함된 질소 역시 5 개의 바깥 껍질 전자를 갖지만 직접 결합하는 산소는 3 개뿐이고, 결합에 참여한 전자 수는 4 개다. 그렇다면,
이경우 질산 내 질소 원자가는 얼마라고 해야 할까? 결합한 원자 개수가 3 개이니 3 가? 결합수가 4 개이니 4 가? 아니면, 질소 원자의 바깥 껍질 전자 수가 5 개이니 5 가? 쉽지 않다.

  H2S, SO2, SO3 등과 같은 다양한 황 화합물 속 황(S)의 원자가는 얼마라고 해야 할까? 바깥 껍질 전자 개수만으로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림 7. 암모니아(NH3)와 질산(HNO3), 황화 수소(H2S)의 구조


  굳이, 전이 금속이 만드는 복잡한 배위 화합물(착물, complex)까지 범위를 넓히지 않아도, 더 이상 고전적인 원자가 개념은 원소의 바깥 껍질 전자 수만으로 끌어낼 수 있는 고유한 값이 아니며, 결합 개수(능력)를 예측해주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참고로 21 번 스칸듐 이후의 전이금속들은 '바깥 껍질 전자 수' ≠ 원자가를 갖는 전자 수 임이 분명하게 구분된다. 4 주기 전이 원소의 가장 바깥 껍질은 4 번 껍질이며, 1 개 또는 2 개의 전자를 공통적으로 갖는다. 하지만, 안쪽 껍질에 해당하는 3d 에 채워진 전자들도 화학 결합에 관여하기 때문에 최외각 전자만이 원자가를 갖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더 이상 고전적인 원자가 결합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며, 이에 다른 설명 체계를 사용한다. 


  정리하자면, 현재 원소의 바깥 껍질 전자 수, 결합 능력, 결합 수 등은 원소의 고전적인 '원자가' 개념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현재 원자가라는 용어는 그저 원자가 결합 이론(valence bond theory), 원자가 전자(valence electron), 원자가 껍질 전자쌍 반발 이론(VSEPR Theory) 등에만 남아있을 뿐이다.

  1940 년대 이후부터는 고전적인 원자가 개념보다 포괄적인 설명이 가능한 '산화수(oxidation number)' 개념을 사용해서 다양한 원자들의 결합 능력을 설명한다. 산화수는 원자의 산화 상태(oxidation state)를 나타내는 값이다.

 


 

마치며....

  올해 '원자가 전자'와 '원소의 주기성' 부분을 수업하면서 학생들에게 그냥 바깥 껍질 전자(최외각 전자) 개념으로 설명하고, 통합과학에서는 그렇게 이해하자고 했다. 원자가 전자라는 용어에 포함된 '원자가'의 의미는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못한 채 그냥 비활성 기체의 원자가 전자는 결합을 하지 않기 때문에 0 개로 기억하라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치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몇몇 학생들이 물었다.

  "선생님! 원자가 전자랑 최외각 전자랑 같은 거에요, 다른 거예요? 어떤 책에는 비활성 기체의 최외각 전자는 8 개지만, 원자가 전자는 0 개라고 나와있는데, 뭐가 맞는 거예요? 시험에 나오면 뭐라 적어야 해요?"

  아..... 어쩔 수 없지만, 이렇게 (애매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제 기준에서는 비활성 기체의 원자가 전자를 0 개라 해도 좋고, 8 개라 해도 좋고, 다 괜찮아요. 원자가 전자라는 용어를 어떤 부분에 의미를 두어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거든요.

  사실 '원자가'가 결합 능력을 뜻하는데, '원자가' 개념 자체가 현대에는 모호해졌기 때문에 바깥 껍질 전자 중에 '원자가'를 갖는 전자가 몇 개다고 정확하게 말하기 애매해요. 물론, EBS를 비롯한 여러 참고서에 비활성 기체의 원자가 전자를 0 개로 따로 구분해서 설명할 거예요. 바깥 껍질 전자는 결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비활성 기체의 특징인 전자껍질이 가득 차 결합을 잘 형성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8 개의 전자가 모두 결합 능력(원자가)을 갖지 못하고, 원자가 전자는 0 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저도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가르쳐 오기도 했죠.

  그런데, 사실 외국 대학화학 책들 중에 바깥 껍질 전자와 원자가 전자를 굳이 나누는 책도, 비활성 기체의 원자가 전자는 8 개가 아니라 0 개라고 설명하는 책을 아직까지는 직접 본 적은 없어요. 물론 EBS 교재에는 원자가 전자가 0이라고 나오니까, 수능에 나오면 0이라 하세요. 저는 묻질 않겠지만, 묻는다면 둘 다 맞습니다. 하하하"

 

  사실 원자가 전자의 뜻을 '원자가를 갖는 전자, 결합 능력을 갖는 전자'에만 포커스를 맞춰, 18족 비활성 기체의 원자가 전자는 0 개라하는 것이 깔끔하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질소와 산소, 플루오르는 원자가를 갖는 전자는 3 개, 2 개, 1 개인데, 왜 원자가 전자를 5 개, 6 개, 7 개라 하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 "가장 바깥 껍질에 존재하는 전자들(최외각 전자) 중 결합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전자 " 등으로 설명하면, 위의 질문에 대해서도 벗어날 수 있긴 하다.

 

[참고] 원자가 전자에 대한 여러 설명들

* The number of valence electrons in a neutral atom of a main-group element (those in Groups I–VIII) of the second and third periods is equal to the group number of the element in the periodic table.
(2주기, 3주기 메인 그룹 원소 중성 원자들의 원자가 전자 수는 주기율표 상의 원소 족(그룹) 번호와 동일하다.)

[출처] Oxtoby, The Principles of Modern Chemistry, 7th, 84p



* The outer-shell electrons include the electrons involved in chemical bonding, which are called the valence electrons. For the elements with atomic number of 30 or less, all of the outer-shell electrons are valence electrons.
(바깥 껍질 전자에는 화학 결합에 관여하는 전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을 원자가 전자라 부른다. 원자번호 30번 또는 그보다 적은 원소들의 경우 바깥 껍질 전자가 곧 원자가 전자이다.)

[출처] Brown, Chemistry the Central Science, 12th, 231p


* The group labels for Groups 1A, 2A, 3A, 4A, 5A, 6A, 7A, and 8A indicate the total number of valence electrons for the atoms in these groups.
(1족(1A), 2족(2A), 13족(3A), 14족(4A), 15족(5A), 16족(6A), 17족(7A), 18족(8A)의 라벨은 해당 족에 속하는 원자의 원자가 전자를 알려준다.)

[출처] Zumdahl, Chemistry, 8th, 316p


* The number of valence electrons of an element can be determined by the periodic table group (vertical column) in which the element is categorized. With the exception of groups 3–12 (the transition metals), the units digit of the group number identifies how many valence electrons are associated with a neutral atom of an element listed under that particular column.
(원소의 원자가 전자 수는 원소 주기율표의 족(세로줄)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3~12족의 전이 금속을 제외하고는 족 번호의 단위 자릿수(1의 자리)가 해당 족에 속한 중성 원자의 원자가 전자 수를 나타낸다. 
[출처] en.wikipedia.org/wiki/Valence_electron



* 18족 원소는 화학 결합을 이루지 않는다고 보아 원자가 전자의 개수를 0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으나, 실제로 반응을 하여 결합을 하는 예들이 있으므로 (HArF, XeF2, XeF4, XeF6, XeO3, 등) 18족 원소의 원자가 전자의 수를 8개로 보는 경향이 더 우세하다(단, 헬륨(He)의 원자가 전자수는 2개로 본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원자가 전자 [valence electron] (화학백과)


* 대부분의 책과 웹페이지에서 최외각 전자라는 표현을 따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냥 내부 껍질과 대비되는 표현으로 바깥쪽 껍질의 전자라고 표현할 뿐이다. 또한 원자가 전자가 결합에 관여한다는 설명은 포함하지만, 최외각 전자 중 결합에 관여하는 전자만이 원자가 전자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바깥쪽에 위치한 전자들을 원자가 전자라 하는데, 이들이 결합 형성에 관여한다는 정도의 설명이다.




 

[링크] 위키피디아 - 원자가 : en.wikipedia.org/wiki/Valence_(chemistry)

 

Valence (chemistry)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Jump to navigation Jump to search Measure of an element's combining capacity with other atoms when it forms chemical compounds or molecules In chemistry, the valence or valency of an element is the measure of its com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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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위키피디아 - 원자가 전자 : en.wikipedia.org/wiki/Valence_electron

 

Valence electron - Wikipedia

Four covalent bonds. Carbon has four valence electrons and here a valence of four. Each hydrogen atom has one valence electron and is univalent. In chemistry and physics, a valence electron is an outer shell electron that is associated with an atom, and 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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