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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화학이야기

화학사 이야기 - 라부아지에의 산소 이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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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아지에의 산소 이론 (Oxygen Theory of Combustion) (1)

 

1. 근대 화학의 아버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6 학년에 연소 반응이 처음 등장하며, 9 학년(중3)에 화학 반응과 질량 보존의 법칙을 다룬다. 즉, 연소 반응의 관찰, 연소의 조건, 연소 생성물, 반응 전후 양적 관계 등은 고등학교 이전에 배울만 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연소'를 비교적 가벼운 화학 반응이라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18 세기까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4원소설과 플로지스톤설이 주된 이론으로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러한 이론과 해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놓는 데에는 20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프랑스의 화학자 앙투안-로랑 드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 1743-1794)이다.

<2015개정 교육과정 과학과 성취기준>

6과15-01 : 물질이 탈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을 관찰하고, 연소의 조건을 찾을 수 있다.
6과15-02 : 실험을 통해 연소 후에 생성되는 물질을 찾을 수 있다.
9과17-03 : 질량 보존 법칙을 이해하고, 이를 모형을 사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


  라부아지에는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물질의 연소 과정에 산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산소 이론(Oxygen Theory)'이라 부른다. 이는 당시의 주류 이론이던 플로지스톤설에 전면으로 반대되는 것이었다.

  라부아지에는 당시 다른 화학자들이 분리에 성공하고도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던 기체들(이산화탄소, 산소, 수소)의 정체를 밝혀내고 직접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밖에 미터법, 원소 목록, 화학 명명법 등 다방면에서 업적을 남겼다.

그림1. 라부아지에와 그의 아내 [출처]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6106&nbsp;


  라부아지에는 1743 년 프랑스 변호사 집안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5 세에 어머니를 잃고 할머니의 돌봄을 받으며 자랐다. 1754 년, 11 세에 프랑스 파리의 마자렝 대학(Collège Mazarin)에 입학했으며, 자연 과학에 관심이 많아 화학, 식물학, 천문학, 수학 등을 공부했다.

  1763 년, 20 세에 법학 학위를 취득했으나 변호사가 되지 않고, 과학 관련 공부를 계속했다. 1765 년, 《석고(gypsum, 황산칼슘 수화물)의 다양한 화학적, 물리적 성질에 관한 연구》논문을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Académie des sciences)에 제출하고, 이를 인정 받아 같은 해 열린 '대도시의 거리 조명 문제 해결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이 대회에서 라부아지에는 금메달을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1768 년, 25 세의 나이로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2. 불과 물이 만나 흙을 만든다(?)

  현재 우리에게는 우습게 들릴 수 있지만, 당시에 4 원소설이나 플로지스톤설은 믿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평범한 일이었다. 4 원소설은 물질을 구성하는 근본 원소가 크게 물, 불, 공기, 흙 4 가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러한 것들을 조합하면, 어떠한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론이다. 

  라부아지에는 아카데미의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물을 흙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4 원소론적 생각'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이 이러한 믿음을 가지게 된 근거로 대표적인 것이 반 헬몬트(Jan Baptista van Helmont, 1557-1644)의 '버드나무 실험'*과 '여러 차례 증류를 거친 물이 증발하면서 고체 침전물이 남기는 현상'이다.

<반 헬몬트의 버드나무 실험>

  반 헬몬트는 약 90 kg의 마른 흙이 들어있는 냄비에 약 2.2 kg 정도의 버드나무를 심고, 빗물이나 증류수 외에는 5 년 동안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5 년 후 측정한 나무의 무게는 약 77 kg이었으며, 흙의 무게는 0.057 kg 정도만 줄었다. 반 헬몬트는 나무의 75 kg이 물로부터 만들어졌다고 추론했다. 당시에는 광합성 개념을 몰랐기에 식물이 물만으로도 자랄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물이 흙으로 변해 흙의 무게가 변화가 없었다는 주장이 필요했다.


  라부아지에는 '여러 번 증류를 거친 물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침전물(흙)의 정체를 밝히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금술사들이 자주 사용하던
 펠리컨 증류 장치(pelican distillation apparatus, 그림2)를 사용했다.

  무게를 측정한 빈 펠리컨 증류 장치에, 8 번 증류를 거친 빗물을 넣고, 101 일 동안 모래 중탕 하에서 가열했다. 101 일 동안 반복적인 증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유지했다. 

그림2. 펠리컨 증류 장치 [출처] https://wellcomecollection.org/works/evp5mv9d

  라부아지에는 물에 침전물이 생긴 것을 분명하게 관찰할 수 있었고, 증류 장치를 냉각시킨 뒤 무게를 측정하였다.

  무게 변화는 없었다. 이 결과는 외부의 불 입자가 증류 장치를 통과해서 내부의 물과 만나 흙(침전물)을 만들었다는 주장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불(외부) + 물(내부)흙(?) (외부에서 유입된 불 입자만큼 무게가 증가했겠지?)

  라부아지에는 내부의 침전물을 모두 꺼내고, 빈 펠리컨 장치의 무게를 다시 측정했다. 증류 전 측정한 것보다 조금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감소한 무게만큼 침전물이 만들어졌을 것이라 기대했기에, 침전물의 무게를 측정해보았으나 증류 장치 무게 감소분의 25 % 밖에 되지 않았다. 부족한 75 %는 아직 남아있는 물 속에 녹아 있을 것이라 생각 했다.

  물을 모두 증발시키자 침전물을 추가로 얻어낼 수 있었다. 새롭게 얻어낸 침전물의 무게까지 더해주자, 최초 증류 장치 무게 감소분보다 미세하게 조금 더 많은 정도임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라부아지에는 다음과 같이 추론했다.

"침전물(흙)은 물이 증발하는 동안 증류 장치로부터 나온 것이다. 물이 흙으로 전환된 것이 아니다."

 

3. 연소 실험

  라부아지에는 1771 년, 세금징수업자의 딸인 마리와 결혼을 한다. 당시 라부아지에 28 세, 마리는 14 세였다. 마리는 라부아지에의 과학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조력자였다. 영어를 공부해서 남편의 업적을 영어로 번역하였고, 실험 과정을 기록하거나 발간될 책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림3>

그림3. 부인 마리가 그린 삽화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Marie-Anne_Paulze_Lavoisier

  결혼 이듬 해인 1772 년은 라부아지에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해였다. 연소에 관한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한 해이다. 라부아지에의 대단한 발견은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동료들과 '다이아몬드 가열산화(연소) 실험'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 다이아몬드(C)를 태우면 일반적으로 무게가 줄어들지만, 공기가 없을 때는 가열해도 무게가 줄지 않는다.

- 인(P)을 태우기 위해서는 공기가 필요하다. 인의 가열 산화물(연소 생성물)의 무게가 원래의 인(P)보다 무겁다.
   * 라부아지에는 인의 연소 생성물(산화 인(V))을 인산이라고 불렀다.

- 라부아지에의 동료 드 모르보(Louis Bertrand Guyron de Morveau, 1737-1816)는 실험을 통해 구리, 철, 주석, 안티몬, 비스무트 및 아연을 가열하면 가열산화물의 무게가 금속보다 증가한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 보일을 비롯한 다른 학자들도 이런 현상에 대해 언급하였으나, 무게 증가가 실제로 일반적인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의심했다. 오히려 반응 용기나 연료 불순물 등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 드 모르보는 관찰 결과를 플로지스톤 이론을 통해 설명하였다.


  라부아지에는 연소 과정에 혹시 공기가 관여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심하였으며, 이에 대한 가설을 세웠다.

"무게의 증가가 관찰되는 가열 산화(연소) 과정에는 공기(air)가 관여하며, 가열산화물(금속 산화물)이 원래의 물질로 돌아올 때(환원되면)는, 공기가 발생한다."


  라부아지에는 이 단계에서는 공기라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어떤 성분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실험과 정밀한 측정이 필요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부아지에는 당시 기체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던 헤일즈(H2, O2 분리), 블랙(CO2 발견), 프리스틀리(O2 발견)의 실험 결과들을 재현하였으며,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했다. 그 내용을 1774 년 《물리학과 화학의 소책자, Opuscules Physique et Chymiques》라는 자신의 첫 번째 책에 포함하였다.

그림4. 헤일즈의 기체 포집 장치(Fig 38) [출처] Vegetable Staticks , opposite page 262

 

다음 글에서 라부아지에의 연소 이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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