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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독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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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만 하는 이유

타자의 얼굴

 

- 에마뉘엘 레비나스 (Emmanuel Levinas, 1906-1995)

 

  레비나스가 말하는 ‘타자(The Others)’는 글자 그대로 단순히 자신 이외의 사람이 아니라 ‘소통이 안되는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뜻한다. 쉽게 ‘좀처럼 알 수 없는 상대’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레비나스가 말하는 타자는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타인 또는 다른 이 등의 말보다 훨씬 더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타자의 중요성과 그 가능성에 대해서 논하였다.

 

“타자는 깨달음의 계기다.”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이해했다고 해서 그것이 타인의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타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부정할 수도 있지만 인류에게 실제로 일어난 대부분의 비극들은 자신의 관점이 옳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타자는 틀렸다고 단정한 데서 야기되었다.

  나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른 타자를 배움과 깨달음의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치관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미지의 것을 알기 위해서는 지금 알지 못하는 일을 접할 필요가 있다. 지금 알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거절한다면, 알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고, 알게됨으로써 변화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게 된다. 즉, 알지 못하는 사람(타자)과의 만남은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레비나스는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타자와의 관계라 하더라도 얼굴을 마주함으로써(face-to-face) 이해의 가능성을 교환하고, 관계성이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E.T.>에서 좀처럼 어른들의 얼굴이 잘 나오지 않는다. 영화가 절정에 다다를 때까지도 아이들과 외계인의 얼굴만 나올 뿐, 어른들의 얼굴은 화면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어른들의 얼굴은 

부자연스럽게 화면에서 잘려나간 모습이거나 역광에 의해 실루엣 처리가 되고, 또는 나온다고 하더라도, 방사능을 막기 위한 헬멧 등을 쓰고 있어 좀처럼 표정을 알 수 없다. 이 영화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타자’로 그려져 있다. 외계인을 자신의 별로 되돌려 보내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과 외계인을 연구 대상으로 보는 어른들의 대결구도가 영화의 중심이며, 결국 어른들과 아이들이 협력을 하는 장면에 이르러서 주인공 아이들과 어른들이 드디어 ‘얼굴’을 마주한다.

 

  레비나스가 주장하는 ‘타자’의 개념과 ‘타자의 얼굴을 마주함’은 오늘날 그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오늘날의 사회를 보면 결집된 집단(커뮤니티) 내에서만 의사소통을 하는 ‘섬우주화 현상’이 보편화 되어 ‘대화불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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