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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독서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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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악마의 대변인

 

- 존 스튜어트 밀 (John Stwart Mill, 1806-1873)

 

  악마의 대변인이란, 다수파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을 뜻한다. 여기서 '의도적'이란 뜻은 무조건적으로 다수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이와 같은 역할을 맡는다는 의미이다.

  악마의 대변인이란 용어는 원래 가톨릭 교회에서 사용하는 말이었다. 악마의 대변인과 존 스튜어트 밀이 연관된 이유는 그의 저서 『자유론』에서 건전한 사회를 실현하는데 '반론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지적하였기 때문이다.

 

 어떤 의견이 어떠한 반론에도 논박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옳다고 상정되는 경우와, 애초에 비판을 허용하지 않을 목적으로 미리 옳다고 상정되는 경우는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고, 반증할 자유를 완전히 인정해 주는 것이야 말로 자신의 의견이 자신의 행동 지침으로서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전지전능하지 못한 인간은 이것 외의 방법으로는 자신이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합리적인 보증을 얻을 수 없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시장 원리에 의해 가격이 적절 수준에 수렴하 듯
의견이나 언론도 다수의 반론과 반박을 이겨내며, 뛰어난 것이 남는다는 사고관은 탁월한 의견을 보호하고, 열등한 의견은 배제된다는 사고관과 상반되는 것이다.

  오늘 날 조직에서 의견 교환이 거리낌없이 오가면 오갈수록 의사결정의 질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수많은 실증 연구에서 밝혀졌다. 같은 관점에서 밀은 다양성의 중요함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어떤 사람의 판단을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이 신뢰를 받게된 것은 자신의 의견과 행동에 대한 비판을 항상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옳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가능한 한 받아들였으며, 잘못된 부분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스스로도 되짚어 보고,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하기를 습관으로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집단 문제 해결 능력은 집단 동질성과 이율 배반 관계에 있다. 심리학자인 어빙 재니스(예일대 교수)가 다수의 사례들을 연구한 결과(피그스만 침공사건, 워터게이트 사건, 베트남 전쟁 등)를 통해 아무리 개인의 지적 수준이 높은 고학력 엘리트 집단일지라도, 동질성이 높은 사람들이 모인 그룹은 의사결정의 질이 현저하게 저해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재니스 교수의 연구 외에도 조직론에 관한 수많은 연구에서 다양한 의견에 따른 인지 부조화가 질 높은 의사 결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요약하면,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도 비슷한 의견이나 지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지적 생산의 질은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존재가 바로 '악마의 대변인'이다. 악마의 대변인은 다수파의 의견이 통합되어 가는 과정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을 세세하게 캐내어 결점을 찾는다. 이 결점을 통해 그때까지 간과했던 문제를 깨달음으로써 빈약한 의사결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막는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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