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잡담

아들 자랑을 하고 싶다

728x90

 

*

  육아 휴직을 한 지도 벌써 8 개월 차에 접어든다. 휴직 전에는 육아 일기를 쓰는 아빠를 꿈꾸기도 했지만, 부족한 글솜씨와 꾸준함으로 인해 그 꿈을 실현시키긴 어려울 것 같다. (초등학교 다닐 때, 육아랑 집안일도 안했는데 일기 쓰기 싫었잖아...그런데 무슨...개학 전 날 131에 전화하고...)

  휴직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휴직 전에는 항상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서 아이들과 직접 부대낄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이전보다 아이들에게 화나는 일이 많고, 다투는 일도 잦아진 것이 사실이다. 오늘 아침에도 씨리얼을 먹겠다고 기어코 버티는 둘째로 인해 첫째가 유치원에 늦을 뻔 했다. (씨리얼을 먹는다는 핑계로, 분명 너투브만 보고 있었다!! 영악해!!) 다그치지 않으려고 꾹꾹 참으며 이야기를 했지만, 내면의 감정은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전달되나보다. 둘째는 서럽게 울었고, 첫째는 아빠 눈치를 봤다. 이럴 땐 참 속상하다. (그래도 속지 않아!!)

  그러나 휴직이 준 가장 고마운 점은 (혼자 컴퓨터할 시간이... 많아 블로그에... 아니아니 이게 아니라...) 두 아이 모두 아빠와의 생활을 그닥 어색하지 않아한다는 것이다. 엄마가 학교에서 늦거나 방에 몰래 숨어 몇 시간동안 대학원 수업을 들어도 굳이 엄마를 찾지 않는다. 엄마가 없어도 아빠랑 등하원하고, 아빠랑 밥먹고, 아빠랑 씻고, 아빠랑 놀고, 아빠랑 잔다. (물론, 엄마보다 조금 서툴고, 조금 맛없고, 조금 대충하고, 조금 과격하지만...)

  한밤 중에 자다 깬 아들이 비몽사몽한 상태로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 아빠일 때 소소한 뿌듯함이 있다. (잠들기 직전에 물 떠오라는 심부름 시키는 건, 완전 안 뿌듯하다...)

 

**

#둘째는 사랑입니다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말이다. 와이프가 말하길, 둘째에게 말하는 말투 자체가 다르다고 한다. 첫째가 서운하겠다고 되도록 자제하라고 하니, 티가 많이 나나 보다. (그런데 사실, 둘째가 아빠한테 하는 ‘짓’과 첫째가 아빠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니, 나름 내 입장에서는 공평한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물론, 둘째는 ‘짓’이고, 첫째는 ‘태도’다.ㅎㅎ)

  아들 둘 모두 나를 닮아서인지 고집은 더럽게 쎄다. 특히, 둘째는 자기 머리에 손도 못대게 한다. 바리캉은 생각도 못한다. 미용실에서 하도 난리를 쳐서 중도 포기하고 나온게 벌써 몇 달이 지났는지 모른다.

  될대로 돼라라는 마음으로 반강제로 기르고 있는데, 머리를 기르면 기를수록 둘째 미모에 물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 반전이다. 앞머리가 눈을 찌를 정도가 되어 조금씩 몰래 자르다가, 우연한 기회에 질끈 묶어 사과머리를 해주었는데, 아주 잘 어울린다. 누군가에게 자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이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잘 모르는 사람들 붙잡고도 자기 손주 사진 보여주면서 자랑하나보다.)

  SNS에 아이들 사진을 이것 저것 업로드해서 자랑하고픈 걸, 다시금 마음 먹고 꾹 참는다. 되도록이면, 아이들 사진 업로드는 피하는 편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아이들 의사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공개된 공간에 아빠 마음대로 흔적을 남기는 것이 조금은 미안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이다. (별 걱정을...)

  그래도 '얼굴이 나오지 않은 건 괜찮지 않을까?'라고 자기합리화하면서, 지금 순간의 마음을 몇 장의 사진으로 달래본다.

 

 

 

728x90
반응형

'일상 >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부인이 된다는 것  (0) 2020.10.31
광고 딜레마  (2) 2020.10.29
학습 동기의 격차  (0) 2020.09.16
페이스북 안녕  (0) 2020.09.02
앎의 대가 : 안알못의 안경 구입기  (0) 202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