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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외부인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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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0

 

  어제 학교에 다녀왔다. 별다른 목적은 없었다. 그저 작년까지 함께 근무하던 선생님들 얼굴 볼 겸 들렀다. 핼러윈 코스츔에 들뜬 아이들 등원을 마치고, 구입해둔 원두 한 봉을 챙겨 학교로 향했다. 학교 정문 현수막이 나를 반겼다.

"외부인은 출입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가파른 오르막길 끝, 보안관실 앞에 차를 세웠다.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가볍게 인사했다. 그리고는 '외부인 출입 대장'을 적었다. 소속란을 채우며 순간 움찔했고, 방문 목적을 적으며 한참을 머뭇거렸다.

"보안관님, 이거 뭐라 적는 게 좋을까요?"

  따지고 보면, 아직 공식적인 내 소속은 여기다. 단지 휴직 중일뿐이다. 물론, 이미 학교 연한이 끝났기에 복직한다고 이곳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정원 외인 상태다. 서류상으로는 이곳에 속하지만, 현실에서는 속하지 않은 상태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다.

 


 

  출입 대장에 체온 기입을 마치고, 비로소 학교 건물에 들어왔다. 복도에서 낯선 선생님과 눈이 마주쳐 가볍게 목례를 하고, 쫓기듯 2층 연구부 사무실로 향했다. 예전 같으면 거리낌 없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갔겠지만, 예의상 들릴 듯 말듯한 노크를 두 번 했다.

  내 자리가 없다는 것 외에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작년 멤버 모두가 제자리에 있다. 익숙한 사무실이 나를 편하게 맞이해 주었다. 반겨주시는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SNS나 블로그를 통해 간간히 짧은 대화를 나누긴 하지만, 얼굴 보고 직접 하는 대화와는 본질적으로 느낌이 다르다. 글에서 표현하지 못한 억양과 감정, 뉘앙스가 함께 다가온다. 작년까지는 일상이었던 일들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외부인이었다는 것을 잊는다. 과거의 공유했던 경험과 올해 함께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묻고 대답하며, 신나게 떠들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고 말았다. 다시 외부인의 신분으로 돌아와 서둘러 빠져나왔다.

  사실 코로나만 아니면, 능청스럽게 좀 더 버티면서 그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지만 왠지 피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러움이 앞섰다. 더더욱 갈매기살과 청국장이 함께 하던 작년의 부서 회식이 그리운 날이었다.

#20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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