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3와 NF3의 결합각 (feat. 벤트의 규칙)
NH3와 NF3의 결합각 (feat. 벤트의 규칙)
VSEPR, 혼성 오비탈 이론로 막힌 분자 구조 설명은 Bent's Rule로 뚫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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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EPR 이론은 중심 원자의 혼성 오비탈 이론과 함께 사용되면, 분자 구조를 설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몇몇 사례를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며, 이는 벤트가 제안한 경험 규칙을 통해 보완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글(298)을 통해 벤트의 규칙에 대해 알아보았다.
“중심 원자 오비탈의 s-성분은 전기양성적인 치환체를 향한다.”
[이전 글] 벤트의 규칙(298) https://stachemi.tistory.com/298
1. PCl3F2의 입체 구조
입체수 5의 삼각쌍뿔형(trrigonal bipyramiral ,TBP) 구조는 동등한 sp3d 오비탈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실제 화합물의 구조에서는 다섯 자리가 완전 동등하지는 않다는 사실이 관찰된다. 크게 적도 방향(equatorial, eq )과 축(axis, ax ) 방향 결합으로 구분되며, 적도 방향 결합이 축 방향 결합에 비해 약간 짧다.
PCl5와 같은 입체수 5의 화합물일지라도 다섯 치환체가 모두 똑같다면, 치환체 Cl 자리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우선 순위를 따져야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결합하는 치환체가 두 종류 이상(Cl과 F)이거나 다섯 개 결합 중 하나를 비공유 전자쌍이 대신한다면, 치환체 위치 결정을 돕는 나름의 규칙이 필요해진다.
VSEPR 이론을 바탕으로 한 비공유 전자쌍의 위치 선택성은 이전 글을 통해 알아보았으니, 이번 글에서는 두 종류 이상의 치환체가 결합하는 경우를 알아보자.
[참고] 입체수 5인 분자의 구조 선택성(291) https://stachemi.tistory.com/291
PCl3F2 를 예로 들어보자.
PCl3F2의 중심 원자 인(P)의 입체수는 5이며, 3개의 Cl 치환기, 2개의 F 치환기를 갖는다. Cl과 F, 두 종류의 치환체가 있으며, 중심 원자의 혼성은 sp3d , 가능한 구조는 다음 세 가지이다.
(1)은 두 개의 F 치환기가 모두 적도 방향을 먼저 차지하고, 나머지 Cl 치환기가 적도 방향과 축 방향에 나뉘어 배치되는 경우이다. (2)는 두 개의 F 치환기가 모두 축 방향을 차지하고, 나머지 Cl 치환기가 모두 적도 방향에 배치되는 경우, 마지막 (3)은 두 개의 F 치환기가 축과 적도 방향에 각각 하나씩 자리잡고, Cl 치환기 또한 축과 적도 방향에 나뉘어 배치되는 경우이다.
정리하자면, (1)은 F 치환기의 적도 방향 선호, (2)는 F 치환기의 축 방향 선호, (3)은 별다른 규칙성이 없거나 두 치환기가 골고루 분배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이들 중 실제 PCl3F2의 구조에 가까운 것은 무엇일까? 치환기는 어떤 우선 순위를 가질까?
실제 PCl3F2의 구조는 F 치환기가 축 방향을 점유하는 (2) 구조로 관찰된다. <그림 2, 우>
두 개의 F 치환기는 모두 축 방향에 위치하며, 그 외 자리를 Cl 치환기가 차지한다. 이러한 PCl3F2 구조는 전체적으로 대칭 구조이며, 해당 분자의 쌍극자 모멘트가 0이라는 사실이 구조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μ = 0)
이러한 위치 선택성은 F 치환기가 3 개인 PCl2F3의 구조에서도 확인되며, 이 경우에 F 치환기는 두 개의 축 방향 자리와 하나의 적도 방향 자리를 먼저 차지한다.<그림 2, 좌>
만약, PCl2F3의 F 치환기가 PCl3F2에서의 축 방향 선호 경향성을 따르지 않고 모두 적도 방향에 위치했다면, 대칭 구조가 되어 쌍극자 모멘트가 상쇄되었겠지만, 관찰된 PCl2F3의 쌍극자 모멘트는 0이 아니다. (μ ≠0)
벤트의 규칙을 통해 위의 F 치환기의 축 방향 선호 경향성 설명할 수 있을까?
벤트의 규칙에 따르면, 중심 원자의 혼성 오비탈 s 성분은 보다 전기 양성인 치환체를 향한다. F와 Cl 치환체의 전기 음성도를 비교하면, F > Cl이며,
보다 전기 음성적인 F 가 s 성분이 적은(0%) 축 방향의 pd 혼성 오비탈과, 전기 양성적인 Cl 이 비교적 s 성분이 큰(33.33%) 적도 방향의 sp2 혼성 오비탈과 결합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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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설명 방식은 앞선 글(282)에서 다루었던 입체수 5 화합물의 중심 원자가 비공유 전자쌍을 갖는 경우에도 가능하다. 사플루오르화 황(SF4)의 입체 구조는 시소형이며, 중심 원자 황의 비공유 전자쌍 한 쌍은 적도 방향에 자리한다.
VSEPR 이론에서는 공유 전자쌍(bp)과 비공유 전자쌍(lp)의 90도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성으로 이 결과를 설명하지만, 벤트 규칙을 통해서는 비공유 전자쌍을 온전히 중심 원자에 속한 극단적인 전기 양성적 치환체로 생각하기 때문에 비공유 전자쌍이 s 성분이 큰 적도 방향(sp2)을 먼저 차지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2. NH3와 NF3의 결합각 비교
벤트 규칙은 다양한 화합물의 결합각 변화에도 사용될 수 있다.
암모니아(NH3)와 삼플루오린화 질소(NF3)의 중심 원자는 모두 N이며, 입체수는 4이다. 세 쌍의 결합 전자쌍(bp)과 한 쌍의 비공유 전자쌍(lp)을 갖는다. 암모니아(NH3)는 공유 전자쌍만으로 이루어진 메테인(CH4)의 109.5˚ 에 비해 다소 작은 107˚의 결합각을 가지며, VSEPR 이론을 통해 비공유 전자쌍에 의한 결합각 감소를 설명했다.
그런데, NF3는 NH3 보다 훨씩 작은 102.4˚의 결합각을 갖는다. NH3와 NF3 모두 중심 원자는 질소(N)로 같고, 입체 구조도 AX3E1 형태로 같음에도 결합각의 차이가 심하다. 이는 치환기인 수소(H)와 플루오린(F)에 따른 차이라 예상할 수 있으며, 역시 벤트 규칙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수소는 질소보다 전기음성도가 작은 원소로 암모니아(NH3)의 N-H 결합의 공유 전자쌍은 대부분 중심 원자 질소 쪽을 향하며, 삼플루오린화 질소(NF3)의 N-F 결합의 전자쌍은 전기음성도가 큰 플루오린 쪽에 치우친다. 중심 원자인 질소(N)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수소(H)는 전기 양성적, 플루오린(F)은 전기 음성적 치환체라 생각할 수 있다.
입체수가 4로 동일한 두 화합물의 중심 원자 질소의 혼성은 sp3 로 생각할 수 있지만, NH3의 질소는 상대적으로 전기 양성적인 수소와의 N-H 결합에 많은 s 성분을 배분하고, NF3의 질소는 더 많은 p 성분을 N-F 결합에 배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혼성 오비탈의 s 성분이 줄고 p 성분이 늘수록 결합각은 줄어들기 때문에, 위의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
(결합각) sp3 (s = 25%) < sp2 (s = 33.33%) < sp (s = 50%)
3. NF3와 H2O , OF2의 결합각 비교
그런데, NF3의 결합각에서 한 가지 더 이상한 점이 있다. 바로, AX3E1 형태의 NF3의 결합각이 비공유 전자쌍이 두쌍이나 존재하는 AX2E2 형태의 물(H2O)보다도 결합각이 작다는 것이다. 분명, 두 화합물의 입체수는 4로 같다.
VSEPR 이론에서는 중심 원자의 더 넓게 퍼진 모양의 비공유 전자쌍 수가 늘어남에 따라 전자쌍 간 반발이 심해지고, 결합각이 점차 감소한다고 설명하지만, 이것만으로는 NF3와 H2O 사이 결합각 역전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NF3 결합각이 전기음성적인 F 치환기 효과로 NH3보다 작아진다 할지라도, 비공유 전자쌍이 두 쌍인 H2O 결합각 104.5˚ 보다 작아지면 안될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찰된 결과가 NF3는 102.4˚, H2O는 104.5˚이다.
중심 원자의 혼성, 입체수, 전자쌍의 종류(공유, 비공유)만으로 구조를 설명하는 VSEPR 이론과 중심 원자의 혼성 오비탈으로 화합물들의 다양한 결합각 경향성을 설명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분자 구조와 세부적인 결합각의 경향성은 중심 원자에 의해서만 온전히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결합한 주위 치환체의 영향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H2O와 동일한 AX2E2 분자이지만, F 치환체를 갖는 다이플루오린화 산소(OF2)와 비교해본다면 더 좋을듯 하다. OF2의 결합각은 여전히 103.1˚ 이며, 전기음성도가 큰 F 치환기에 의해 H2O의 104.5˚ 보다 결합각이 줄었지만, NF3의 결합각 102.4˚ 보다는 크다는 사실이 참으로 재미있다.
이것 또한 벤트 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NF3와 OF2는 중심원자에서 질소(N)와 산소(O)로 차이가 있지만, 결합한 치환체는 플루오린(F)으로 같다. 두 화합물의 N-F 결합과 O-F 결합의 공유 전자쌍 치우침을 생각해본다면, 전기음성도 차이가 큰 N-F 결합의 전자쌍이 보다 플루오린(F) 쪽에 치우쳐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일한 F 치환체이지만, 중심 원자 입장에서는 질소가(N) 상대적으로 더 전기 음성적인 치환체와 결합했다고 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질소(N)는 산소(O)보다 혼성 오비탈의 s 성분을 줄이고, p 성분이 증가한 sp3 혼성과 결합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의 설명일 뿐이다. VSEPR의 비공유 전자쌍 수 관점을 전혀 배제하고, 벤트 규칙만으로 결합각 경향성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쨌든 벤트의 규칙은 NF3의 결합각이 OF2의 결합각보다 작은 것과 같이 예상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관찰 결과를 나름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게 돕는 유용한 도구라 볼 수 있다.
4. 참고문헌
[1] Macho, C., et al. "The chlorofluorophosphoranes PClnF5-n (n=1-4). Gas-phase structures and vibrational analyses." Inorganic Chemistry 25.16 (1986): 2828-2835.
[2] Breidung, Jürgen, and Walter Thiel. "Equilibrium structures of the phosphorus trihalides PF3 and PCl3, and the Phosphoranes PH3F2, PF5, PCl3F2, and PCl5." The Journal of Physical Chemistry A 123.26 (2019): 5600-5612.
NH3와 NF3의 결합각 (feat. Bent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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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