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반응 (인디고 카민의 산화-환원 반응)
0. 들어가기
지역 과학축전에서 신호등 반응을 주제로 부스 운영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끼리 먼저 주제를 결정했고, 그 이후에 지도 교사로 배정되었다. 사실, 이전에도 신호등 반응을 몇 차례 경험하기는 했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었다.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다수의 과학 축전이 열릴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주제이고, 다양한 시계 반응(clock reaction) 중 한 가지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을 뿐이다. 유초등생이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과학축전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화학 변화에 따른 신기함과 놀라움이 활동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데, 흥미 위주 활동에는 온전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남들이 먼저 했던 주제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하기 싫은, 쓸데없이 진지하고 피곤한 내 성향 때문이었지 싶다.
그럼에도 갑자기 나의 개인적인 블로그 공간에 신호등 반응을 주제로 글을 남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축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학생들에게 막상 설명하기에 망설여지는 것들 몇 가지가 있었고,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내용을 누군가는 궁금해하여 한 번쯤 찾아볼법하고, 미래의 나 역시 그럴 것 같아서 기록 차원에서 남겨본다.
긴글 주의
신호등 반응 | Chemical Traffic Light Reaction
인디고 카민의 pH에 따른 구조 변화와 산화-환원 반응을 곁들인...
1. 신호등 반응
가. 실험 개요
신호등 반응은 인디고 카민의 색깔 변화를 이용한다. 필요한 시약도 인디고 카민(Indigo Carmine), 포도당(Glucose), 염기(수산화 나트륨, NaOH), 물(H2O) 뿐이며, 필요한 기구 또한, 용액을 혼합하고 격하게 흔들 수 있는 뚜껑 있는 용기(바이알, 코니칼 튜브 등) 정도면 충분하다. (여의치 않다면, 삼각플라스크와 고무마개 조합도 괜찮다.)
준비된 세 가지 시약으로 각각의 용액을 만들고, 준비한 반응 용기에 적절하게 섞는다. 그리고 뚜껑 닫고 기다리는 것이 전부다. 이후에는 흔들어보고 색변화 관찰하고, 또 흔들어보고 관찰하는 것의 반복이다. 시약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 인디고 카민: 용액의 pH와 산화-환원 반응에 의해 색이 변하는 짙은 군청색의 지시약
- 수산화 나트륨(또는 수산화 칼륨): 신호등 용액을 염기성(pH 13 이상)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용도
- 포도당: 인디고 카민을 환원시키는 환원제
나. 신호등 반응의 단계
[1] 인디고 카민은 물에 녹아 짙은 청색을 나타낸다. 반면, 포도당 용액과 염기(NaOH) 용액은 투명하다. 먼저, 포도당 용액과 염기 용액을 혼합해 포도당-염기 용액을 만든다. 혼합 용액의 pH는 13 이상이고, 여기에 인디고 카민 용액을 '조금' 넣으면, 무색이었던 용액이 노랗게 변한다. 인디고 카민 용액을 조금씩 더- 더- 더- 넣어주면, 점점 노란색이 진해지다가 어느 순간 인디고 카민의 원래 색깔인 짙은 청색이 함께 존재하게 되어 전체적으로는 녹색(노란색+짙은 청색)이 된다. 지금부터 이 녹색 혼합 용액을 신호등 용액이라 하겠다.
[2] 신호등 용액의 뚜껑을 닫고 기다리자. 인내심을 갖고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기다리다 보면, 용액이 어느 순간 갑자기 붉게 변하다가 점차 노란색이 된다. 색깔 변화 속도는 온도에 상당히 영향받기 때문에 기다리기 지루하면, 따뜻한 용액을 사용하자. 보통의 실험실 환경이라면 짧게 1분, 길게 4분 정도 기다려야 완전히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본문 하단 영상 참고)
[3] 이제, 완전히 노랗게 변한 신호등 용액을 살-살- 위아래로 흔들어주면 용액이 붉게 변한다. 정확하게는 빨강과 노랑이 적당히 섞인 주황색 느낌에 가깝다. 조금 많이 격하게- 길게- 흔들어주면 처음의 녹색으로 돌아온다. 녹색으로 변한 용액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다시 빨간색을 거쳐, 노란색이 된다. 다시 격하게 흔들면 녹색이 되었다가 빨개졌다가 노랗게된다. 마치 색변화가 신호등 같아 "신호등 반응(Chemical Traffic Light Reactio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신호등 반응을 설명하는 자료는 인터넷에 상당히 많고, 다양하다. pH 13 이상의 강한 염기 조건이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하게 위험하거나 처리가 곤란한 시약이 사용되지 않고, 연령과 무관하게 신기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화학에서의 중요 개념과 변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관련 영상으로는 화학 유튜버 NileRed가 약 5년 전에 업로드한 "Recreating the chemical traffic light reaction"을 추천하는데, 색 변화와 화학적 원리에 대해 상세하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하는 잘 만들어진 영상 자료라고 생각한다.
2. 화학적 원리를 알아보자.
가. pH 지시약, 인디고 카민
인디고 카민은 용액 pH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며, pH-지시약으로 사용된다. 산성, 중성, 그리고 약한 염기 환경(pH ~ 11.4)에서는 짙은 청색을 띠고, 강한 염기 환경(pH 13 이상)에서는 노란색을 띤다. 강한 염기 용액에서 인디고 카민의 색이 노랗게 변하는 것은 여타 다른 산-염기 지시약들처럼 용액 내 존재하는 다량의 수산화 이온(OH-)이 인디고 카민 분자 내 어떤 수소를 양성자(H+) 형태로 떼어내고, 그로 인해 분자 구조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 산-염기 지시약의 작용 원리: https://stachemi.tistory.com/324
그렇다면, 강한 염기 환경에서 어떤 수소가 제거되고 어떤 구조 변화를 거칠까?
강한 염기 환경에서의 인디고 카민 구조 변화와 색 변화에 대해 이왕이면 정확한 정보만 남기고 싶어서, 관련된 설명 자료를 찾으려고 꽤나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자료를 찾지는 못했다. 대부분 인디고 카민의 산화-환원에 따른 구조 변화와 색변화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으며, 그나마 앞서 소개한 NileRed의 링크 속 영상 3분 50초 부근에서 인디고 카민 분자의 N-H 수소가 제거될 것이라고 예상하여 말하는 부분이 있긴 한데, 그도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인디고 카민의 구조상 -NH의 수소 외에 떨어질만한 수소가 마땅치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벤젠 고리의 수소가 떨어질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작성자의 근거 없는 뇌피셜은 아래 더보기에서)
강한 염기 환경에서 인디고 카민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이유와 정확한 구조가 너무 궁금했다. 며칠 동안,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씨름하며 헤맨 결과, 몇몇 논문에서 인디고 계열 염료의 짙은 청색이 H-Type Chromophore(H-모양 발색단) 구조 또는 Cross-Conjugated System(교차 공액계)으로 설명하는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H-모양의 발색단 구조가 인디고 계열 분자들의 특징적인 색깔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고리 내 공액 시스템의 전자 밀도 변화와 분자 내 수소 결합(NH…OC) 여부에도 영향 받는다고 했다(Rademacher, 1992; Luis Serrano-Andres, 1997; Vautier, 2001; RM Christie, 2007).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인디고 고리의 -NH 그룹은 HOMO(Highest Occupied Molecular Orbital), 카보닐(C=O) 그룹이 LUMO(Lowest Unoccupied Molecular Orbital)에 해당하고, 계산된 에너지 간격은 약 2 eV 정도였다. 이는 인디고 카민이 약 600 nm의 노란색 부근 빛을 흡수해 짙은 청색을 띠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값이었다.
또한, 인디고 카민에 존재하는 두 개의 인돌리논(Indolin-3-one) 고리를 연결하는 가운데 C=C 결합과, 두 고리의 질소(N)와 산소(O) 원자 간 상호작용은 HOMO-LUMO 전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질소(N)는 전자 주개(donor), 카보닐기 산소(O)는 전자 받개(acceptor)로 작용하기에, 이들의 상호 작용에 변화가 생기면, 고리 내 전자 밀도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HOMO와 LUMO의 에너지 준위와 간격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의) 이하 내용은 인디고 카민이 pH 13 이상의 강한 염기 조건에서 짙은 청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 과정에 대한 작성자의 '개인적인' 해석이다. 근거가 빈약한 추측(뇌피셜)을 작성한 것이므로 상당히 비판적으로 읽어야 함을 먼저 밝힌다.
H-모양의 발색단 구조와 NH…OC 간 분자 내 수소 결합 형성이 인디고 카민의 색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중요하다면, 분자 내 수소 이동에 의한 구조 변화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N-C=C-C=O는 서로 다른 고리의 H와 O 사이에 분자 내 수소 결합이 가능한데, 모양도 육각형 고리의 형태이고, 파이 전자 이동에 의해 양성자 자리 옮김이 가능하다면, -N=C-C=C-OH 형태로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는, 본문 하단에서 설명 할 예정인 환원된 인디고 카민 구조인 루코-인디고 카민(Leuco-Indigo Carmine)과 유사한 -N=C-C=C-O 형태를 갖게 된다. 만약, 이러한 자리 옮김이 가능하다면, 인디고 고리의 N-H 수소가 바로 떨어지는 것 보다 C-OH로 자리 옮김한 뒤, 수소가 떨어지는 것이 개인적으로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실, 메커니즘 상으로 뭐가 맞는지, 뭐가 먼저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인지조차도 모르겠다. 자리 옮김의 중간체가 가능한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유기 화학도 다 까먹은지 오래라...) 강한 염기 조건이라서 자리 옮김 없이 N-H의 수소가 곧장 떨어졌다고 말할수도 있으나, 일반적인 Indole의 N-H의 pKa 값을 보았을 때, NaOH 정도의 염기로 제거가 가능할까?하는 의심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과정이 어쨌든, 강한 염기 환경에서 -NH의 수소가 양성자(H+)형태로 제거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달라짐 없다. 그리고, 어쨌든 수소가 떨어지게 되면, 인디고 카민 음이온의 고리 내 전자 밀도가 달라지는 것도 분명하다. 수소가 제거된 후의 전자 배치를 나타내보면, 더이상 N-H와 C=O 사이 분자 내 수소 결합을 일부 하지 못하면서 LUMO에 해당하는 카보닐기(C=O)에 음전하가 배치되는 C-O^- 형태가 될 것이다.
반결합성 궤도함수에 해당하는 CO의 전자 밀도가 높아지면서 LUMO의 에너지 준위가 상승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HOMO-LUMO 에너지 간격은 넓어지고, 이전보다 짧은 파장(파랑-보라색, 400 nm 부근)의 빛을 흡수하게 되면, 보색인 노란색으로 보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인디고 카민의 환원형인 노란색의 루코-인디고 카민 구조와 비슷한 형태가 되니, 개인적으로는 자꾸 그렇게 될 것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렇다는 근거는 못찾았다.)
인디고 카민의 변색 구간은 약 pH 11.4 ~ 13 이다. 산-염기 지시약의 변색 구간은 지시약의 산성형 구조(HIn)와 염기성형 구조(In-)가 비슷한 비율로 혼합되어 있어, 한 가지 우세한 색깔이 나타나지 않고, 짬뽕된(산성형+염기성형) 겉보기 색을 갖는 영역을 말한다.
신호등 용액 제조 과정에서 인디고 카민 양이 적을 때는 모든 인디고 카민이 용액 환경(강한 염기 조건)에 의해 거의 대부분 염기형 구조로 변해 노란색처럼 보이지만, 점점 산성형 구조의 인디고 카민이 늘어나면 결국 녹색으로 보인다. 이는 혼합 용액 속에, 인디고 카민의 노란색 염기형 구조(In-)와 짙은 청색의 산성형 구조(HIn)가 비슷한 비율로 존재함을 뜻한다. 아마, 신호등 용액의 pH를 측정해 보면 변색 구간인 12 부근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나. 인디고 카민의 산화-환원 반응
인디고 카민은 산화-환원 지시약이기도 하다. 짙은 청색의 인디고 카민이 전자를 얻으면(산소를 잃으면), 환원되어 노란색을 띤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환원성 물질(환원제, 다른 물질을 환원시키는 물질)을 검출하기 위한 용도로 인디고 카민이 사용될 수 있다. 인디고 카민이 환원되는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라디칼 중간체(radical intermediate)는 빨간색을 띠며, 환원 반응이 더- 더- 지속되면, 루코 인디고 카민(Leuco-Indigo Carmine)*이 된다.
그리고, 신호등 용액의 뚜껑을 닫고 가만히 냅두면 관찰되는 녹색 → 주황빨간색 → 노란색의 색 변화의 이유는 인디고 카민의 환원 반응 중 겪는 구조 변화에 의한다. 그렇다면 왜, 짙은 청색 → 빨간색 → 노란색의 색변화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이 용액이 강한 염기성의 노란 용액 배경이라 기본적으로 환원에 의한 인디고 카민 색깔에 노란색이 더해진 상태에서 색 변화가 관찰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녹색 = 인디고 카민(산화된 구조, 짙은 청색) + 염기성(노란색)
* 주황빨강색 = 인디고 카민 중간체(라디칼 중간체, 붉은색) + 염기성(노란색)
* 노란색 = 루코-인디고 카민(환원된 구조, 노란색) + 염기성(노란색)
인디고 카민이 서서히 환원되는 이유는 포도당-염기 용액의 포도당(glucose) 때문이다. 포도당은 환원당(reducing sugar)으로, 주위 물질을 환원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환원제(reducing agent)이다.
신호등 용액의 포도당이 산화되면, 동시에 인디고 카민이 환원된다. 짙은 청색(겉보기에는 녹색)의 인디고 카민은 점점 환원되어 줄어들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라디칼 중간체는 빨간색(겉보기에는 붉은 주황색)을 띤다. 환원 반응이 더 진행되어 인디고 카민 대부분이 환원되면 완전한 노란색 용액이 된다.
다. 용액을 서서히, 혹은 세게 흔들어주면,
완전히 환원되어 완전히 노랗게 변한 인디고 카민 용액을 위아래로 서서히 흔들어주면, 불그스름해진다. 조금 격하게 위아래로 흔들어주면, 붉은색을 지나 초록색이 된다. 이러한 색변화 역시 산화-환원 반응에 의한 것이다.
용액을 흔들어주는 것은 공기 중에 포함된 산소 기체(O2)가 용액 속에 녹아 들어갈 수 있게 해 준다. 환원된 인디고 카민은 용해된 산소 기체에 의해 산화될 수 있다. 인디고 카민의 산화는 라디칼 중간체를 거치는 두 단계로 이루어지므로, 산소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마지막 단계까지 산화가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체(붉은색)까지만 도달했다가 다시 노랗게 환원된다.
용액을 세게, 오래동안 흔들어주면, 용액 내 충분한 양의 산소 기체가 녹아들어 가 끝까지 산화될 수 있으며, 초록색 용액(산화된 인디고 카민의 짙은 청색 + 염기형 구조 노란색)으로 변하게 된다. 산화된 인디고 카민은 서서히 포도당에 의해 환원이 이루어지며, 또다시 붉은색, 노란색으로의 색변화를 거친다. 인디고 카민이 완전하게 환원되어 노란색을 띠는 구조를 루코-인디고 카민(Leuco-Indigo Carmine)이라 한다.
3. 내 신호등 용액은 왜, 색깔이 변하지 않을까?
[1] 가장 중요한 것은 인디고 카민의 상태이다. 인디고 카민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에 녹았을 때, 짙은 청색(Indigo)을 나타내는 것이 보통이다. 물 100mL에 약수저의 작은 스푼으로 쬐끔만 넣어도 상당히 찌~~~ 인~~~ 한 청색이 된다. 그런데, 인디고 카민 용액을 만들어두고 시간이 많이 지났다면, 더 이상 인디고 색깔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따로 염기를 넣거나 포도당을 넣은 것도 아닌데, 색깔이 황색이나 황갈색으로 변한 경우가 있다. (인디고 카민이 지나치게 산화되면, 두 분자의 Isatine-5-sufonic acid 화합물로 쪼개진다는 결과 자료들이 있었다.)
불운하게도 이번 축전 준비를 위해 새로 구입했던 '신호등 반응 키트'에 포함된 모든 인디고 카민 용액이 황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개별 포장된 실험 키트에 별다른 유통기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쌓여 있던 재고가 우리 학교로 왔나 보다. 당연히 신호등 반응은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고, 학교에 있던 용액도 너무 오래되어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실패했고, 그날 하루를 버렸다. 축전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 반품하고 물품을 새로 받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옆학교에서 고체 인디고 카민을 급하게 빌려 용액을 직접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더니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신호등 반응이 잘 되지 않는다면, 인디고 카민 용액이 오래된 것은 아닌지 먼저 의심해 보자.
[2]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신호등 용액의 색깔이 변하는 속도는 반응이 진행되는 온도에 영향 받는다. 온도가 따뜻할수록 색깔 변화가 빠르다. 보통의 실험실 환경(온도)에서는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 사전 실험에서 직접 촬영했던 영상을 첨부한다. 세 가지 용액(포도당+염기+인디고카민) 혼합 직후부터, 완전하게 환원되기까지를 촬영한 것이며, 따로 편집하지 않았다. (아래 영상에서 사용한 용액(포도당, NaOH, 인디고 카민)은 모두 농도를 정량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세 용액 모두 수돗물 100 mL 기준으로, 포도당과 NaOH는 약수저 3-스푼, 인디고 카민은 작은 약수저 1-스푼을 녹여 만들었으며, 각 용액을 10 + 10 + 5 혼합하여 25 mL 혼합 용액을 만들었다.)
[참고] 신호등 반응의 색 변화(약 4분) : https://youtu.be/CapwEb2GMhU?si=mzYA5y0vtmlWGPLY
위 영상의 1분 30초 쯤, 처음으로 붉은색이 감돌기 시작하고, 2분 30초 정도에서 점차 (주황스러운) 붉은색이 되다가, 3분부터 서서히 노랗게 변하고, 3분 30초가 되면, 완전히 노란색이 된다. 신호등 용액이 변하지 않아서 속상하다면, 여유를 가지고 4분 정도만 기다려보자. 용액의 온도가 높지 않아서 내 인내심의 한계 범위 안에서 관찰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신호등 반응이 너무 느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면, 따뜻한 마음과 따뜻한 물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해보자.
[3] 무색의 포도당-염기 용액에 인디고 카민 용액을 넣었을 때, 누가 봐도 분명하게 혼합된 초록색(또는 연두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인디고 카민 용액을 아무리 넣어도 초록색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노랗다면, 인디고 카민 용액이 너무 묽거나 양이 부족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정해진 부피 무시하고 용액 전체가 초록색이 될 때까지 더 넣거나, 인디고 카민 용액을 조금 진하게 만들어서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반대로 무색의 포도당-염기 용액에 인디고 카민 용액을 넣었는데, 계속 인디고 카민의 짙은 청색만 보이고, 노란색은 구경조차 못했다면, 염기 용액이 묽은 것이 원인일 것이다. 포도당-염기 용액의 pH가 13 이상이어야, 염기형 인디고 카민의 색깔인 노란색이 보이고, 더 첨가된 인디고 카민과 혼합되어 중간색인 초록색이 나타나는데, 애시당초에 염기 용액의 pH가 높지 않다면, 포도당 용액, 인디고 카민 용액과 혼합되는 과정에서 점점 염기 농도가 묽어져 더 낮은 pH를 갖게 되고, 노란색의 염기형 구조가 생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처음 염기 용액의 농도를 결정할 때, 이후 나머지 용액들과의 혼합 과정에서 묽어질 것을 고려하여, 1.0 M(pH=14)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NaOH 기준 4 g/100 mL)
4. 참고 문헌 (Reference)
[1] Paul Rademacher(1992), "Photoelectron Spectrum and Electronic Structure of Indigo"
[2] Luis Serrano-Andres(1997), "The Theoretical Study of the Indigoid Dyes and Their Chromophore"
[3] M Vautier(2001), "Photocatalytic Degration of Dyes in Water: Case Study of Indigo and of Indigo Carmine"
[4] RM Christie(2007), "Why is indigo blue?"
[5] V. V. Volkov(2019), "Indigo Chromophores and pigments: Structure and and Dynamics"
[6] O. Zarnescu(2023), "Indigo Carmine: Between Necessity and Concern"
- 끝 -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문 내용 중 잘못된 설명이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알려주시면, 검토하여 빠른 시일 내에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