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231218
오랜만이다. 이런 끄적임.
머리가 복잡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마침 잠도 오질 않으니 무언가라도 끄적이고 싶었나 보다. 할 일은 많은데, 생각도 덩달아 많고, 막상 시간이 주어져도 하고 싶지는 않고, 마땅히 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지지 않아서라고 핑계 대고 싶다.
학교의 많은 선배 선생님들의 배려로 가족 관사를 사용할 수 있었다. 작고, 오래된 낡은 아파트이지만, 덕분에 아이들은 안정된 환경에서 학교와 유치원을 다닐 수 있었고, 와이프와 나도 학교 생활에 전념할 수 있었다.
여름에는 물놀이할 수 있는 물놀이터가 바로 앞에 있어서 좋았고, 바로 옆이 공원이라 저녁 먹고 아이들과 포켓몬 잡고, 루트를 돌면서 산책을 즐겼던 경험들도 좋았다. 걱정되었던 첫째의 초등학교 1학년 생활 적응도 너무나도 만족스러웠고, 적응에 시간이 필요했던 둘째도 이제는 너무나도 편안하게 느끼는 유치원 생활에도 만족감이 높았다. 물론, 둘째는 양념돼지갈비 외식이 그리울 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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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난 주 금요일 날짜로 관사에서 모든 짐을 뺐다. 관사의 리모델링 사업이 오늘부터 시작되기 때문인데, 방학이 시작되는 1월 첫째 주까지 약 3주 정도 우리 가족이 머물 곳이 없어졌다. 나 혼자면, 조금 고생스럽게라도 원래 집에서 1시간 정도 출퇴근을 했겠지만, 매일 아이들 학교와 유치원 등하교, 와이프 출근까지 고려하자니 마땅치 않아 3주간 유랑 생활을 하게 되었다.
오늘은 지역내 위치한 콘도에서의 첫날밤이다. 5일 숙박을 예약했다. 아이들은 여행 온 기분인지 들떴고, 지금 와이프와 아이들은 자고 있다. 그리고 나는 깜깜한 거실 공간에서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타이핑 중이다.
리모델링은 약 60일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공사 완료를 기다리면, 새롭게 정비된 깨끗한 관사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에 현재 근무 중인 학교에서 계속 근무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다시 관사로 복귀하지는 않기로 했다. 행정실에 정식으로 퇴거 신청을 했고, 모든 절차는 지난주 금요일에 마무리 되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에는 여러 복잡한 문제가 섞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가족에게 앞으로 3~4년 이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크고 작은 확실한 변화를 올해 미리 겪자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첫째 초등학교를 옮기고, 둘째 유치원을 옮기는 일은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너무나도 큰 변화임을 알고 있고, 요즘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해함이 행동으로도 나타나 맘이 짠하다. (어른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니...)
톱니바퀴가 딱딱 맞아 안정적으로 돌아가던 기존 환경에 변화를 주기로 한 결정이 옳은 선택이라는 확신은 여전히 없다. 하지만, 와이프와 깊이 대화하고,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기에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당장 내일과 내년이 얼마나 힘들지 예상되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불안해하고 있나 보다.
역시 불안함은 앞이 예측되지 않을 때, 불확실함에서 오는 것이 맞나 보다.